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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pr 25. 2018

치앙마이에서 디지털 노마드의 삶, 정말 내 꿈일까?

내 꿈인가, 개꿈인가

퇴사를 결심할 때쯤 사무실에 갇혀있는 내 모습과 대조적으로 여러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이 내심 부러웠다. 그 중에서도 한 달 생활비가 서울보다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일하기 선호하는 도시로 선택된 치앙마이가 단연 눈에 띄었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언젠가 나도 그들 틈에 껴서 노마드족으로 일하는 시늉이라도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해보곤 했다.


일주일 이내의 짧은 여행은 관광지를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하는 건 불가능한 상상이었다. (여행 일정 중 하루를 억지로 시간 내어 할 수는 있겠지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행을 길게 가면 되잖아?


짧은 여행에서는 불가능했던 상상이 긴 여행에서는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시도였다. 불가능하다고 규정했을 때는 애초에 여행 = 일주일 미만의 기간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하던 문제가 문득 들었던 생각이나 주변 사람들의 한 마디에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자의든 타의로든 발상의 전환으로 우리는 종종 불가능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곤 한다. 마침 퇴사를 해서 길게 여행 갈 수 있는 여건도 갖추었다.



치앙마이에 온 지 사흘이 지났다. 굳이 맛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긴 여행기간 동안 언젠가 한 번은 들를 것이기에 숙소 주변 음식점부터 가보고 있다. 아랍어 같이 생긴 태국어를 볼 때마다 한 숨부터 나오지만 다행히 가게마다 영어로 된 메뉴판과 음식 사진이 함께 구비되어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단돈 5천원에 식사와 음료가 해결된다. 음식도 맛있다.


치앙마이는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답게 음식점마다 와이파이가 구비되어 있다. 인터넷 속도도 한국에 비할바는 못 되지만 생각보다 빠르다.


이번 여행은 치앙마이에서 17박 18일, 쿠알라룸푸르에서 1박 2일 머물게 된다. 치앙마이에서 7박 8일은 올드시티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았고, 나머지는 님만해민에 있는 호텔로 잡았다. 더 많은 숙소에 머물고 싶지만 그 이상의 숙소를 잡기에는 너무 귀찮고 더울 거 같아서 포기했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데도 워낙 불편함에 익숙해진 까닭일까? 미세먼지에 둔감한 편이다. 치앙마이에 도착했을 때는 둔감한 내 코가 반응할 정도로 공기가 안 좋은 게 느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태국에서 방콕 다음으로 미세먼지가 심한 도시이고, 3~4월에는 유독 더 심하다고 한다. 길거리에 자동차도 많고 송태우(썽태우? 쏭태우? 왠지 한국에 송태우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계실 것 같다)에서 매연을 거리에 들이붓는다.


님만 해민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 Pun Space에 가기 위해 치앙마이 마하랏 병원을 지나갔다. 처음에 대학 병원인 줄 몰랐는데 지나가는 사람 중에 하얀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많아 지도를 보니 대학병원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때마침 블로그 글을 보고 있는데 북바이북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씨의 강연안내 글이다. 이번에 책 <지독한 하루>에 이어 책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를 새로이 출간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면 정말 바쁠 텐데,
작가로서의 삶도 게을리하지 않는구나'


의사도 이렇게 끊임없이 글을 쓰는데 피곤하다고 쓰기를 게을리했던 지난날들이 내심 부끄러웠다. 글쓰기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자본의 빈부격차가 아니라 반대로 시간이 없는 사람이 더 많은 글을 쏟아내고,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문장을 짓지 않는다.


재능은 꽃이 피기 전에 발견되지 않는다.


종이와 펜, 또는 컴퓨터 앞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내야 하나의 글이 나온다. 3시간 정도면 브런치 글이 하나 나오지만, 이 시간은 평균치에 불과하다. 어떤 날은 30분 만에 쓰기도 하고 하루 종일 담아내지 못할 때도 있다. 독자들의 반응 또한 스콜처럼 언제 들이닥칠지 감이 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대충 쓴 글이 폭발적인 인기를 받을 때도 있고, 며칠을 걸쳐 구조를 잡고 퇴고를 거듭한 글이 누구에게도 소비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예전에는 글을 못 써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해 블로그에 비공개로 썼다. 지금도 공개되지 않은 글은 여전히 '창피한 상태'에 머물러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꺼낸 글들은 그 단계를 넘어섰다. 꽃이 피기 전에 이미 '못한다', '안된다'라고 결론을 짓는다면 꽃은 영영 피지 않았을 것이다. 꽃을 피우고도 향기 나지 않을 때 멈춰도 늦지 않다.


① 씨앗을 심는다 : 꿈 리스트에 적어놓는다.   
② 물을 준다 : 꿈을 이루기 위한 예산을 확보한다.
③ 새싹이 돋기 시작한다 : 시간을 확보해서 시작한다.
④ 꽃이 피다 : 꿈을 이루기 위해 시도하다.


정말 좋을까? 내 꿈일까?      


치앙마이에서 디지털 노마드로서 사는 삶은 정말 좋을까? 그들을 보면서 저렇게 살아보는 게 꿈이야!라고 외치며 버킷리스트에 적어둔 이 삶이 과연 내 꿈일까? 궁금했다. 세상에 태어난 시간이 켜켜이 쌓일수록 꿈 리스트에 적어놓은 꿈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달성되는 페이스는 뎌디기만하다.



꿈 리스트에서 13번째 꿈인 '치앙마이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기'에 대한 꿈이 정말 내 꿈인지 아니면 부러워서 생긴 개꿈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여행에서 최소 5군데의 코워킹 스페이스에 들러서 4시간 이상 일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재밌는 시간이 될 것 같다.


Punspace Nimman, Chiang 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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