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날, 바다>
2014년 4월 16일
졸업을 한 지 2달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보는데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이 진도 부근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계속 보다가 전원 구조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제야 안심이 되어 다른 일을 시작했다. 그래도 신경이 쓰여 뉴스 소식을 틈틈이 지켜보는데 전원 구조했다는 소식이 ‘오보’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앵커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마치 개표방송처럼 방송 우측에는 생존자와 사망자, 실종자의 합계가 집계가 되는데 사망자와 실종자를 더하니 그 수가 가늠이 안 된다.
2014년은 우울했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한 시간이 길어지고, 처음 제주 땅을 밟아 볼 생각에 신이 나던 아이들은 몇 개월 째 물속에 잠겨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내가 한다고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좌절했던 시간만 쌓여간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좌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이후로 계속 의문을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영화 <그 날, 바다>를 연출한 김지영 감독은 3년 넘게 세월호 사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자금이 부족해 중간에 그만둘까 고민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도움을 보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소식을 접하고 펀딩에 참여해 제작비를 십시일반 모아줬다. 배우 정우성은 노개런티로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영화는 철저하게 팩트로만 다뤄진다. 정부는 어떤 자료도 속 시원하게 제공하지 않아 방송에 나온 정부 자료로만 지난 3년간 분석하여 그들이 내놓은 증거들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전까지는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항상 걸림돌이 발생한다. 영상 작업을 하던 컴퓨터는 동작하지 않아 본체 내부를 열어보니 CPU 핀이 구부려져 있었다. 김어준은 이미 익숙했다. 그때부터 당직을 돌아가면서 서기로 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사람이 상주했다.
영화를 본 어떤 관람객은 ‘눈물 펑펑 흘릴 줄 알고 휴지를 준비했는데 한 장도 쓰지 않았다’라고 할 만큼 영화는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를 의식했는지 영화는 팩트만 이야기할 뿐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후원자 명단이 올라오는데 ‘미안합니다’ 닉네임을 쓴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사고와 관련이 없는 국민들이 사고에 관해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보는 내내 동요하지 않은 감정이 그때서야 뒤늦게 휘몰아친다. 2014년 4월 16일, 그 날 바다는 추웠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실의 닻이 오르도록 도와주고 싶다. 4년 전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좌절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고 계속 관심 갖는 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작은 불씨라도 되기를, 여전히 추운 바다가 조금은 따뜻해지기를.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