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Jul 03. 2018

하나의 삶이 시작되고,
하나의 삶이 저문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 에드워드 양(2000)


글을 쓰기 전에, 대만 영화를 몇 번이나 봤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마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아닐까? 

작년에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CGV 압구정으로 향했다. 러닝타임만 무려 237분, 무려 4시간에서 3분 모자란 시간이다. 영화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는 영화는 처음 봤을 정도.


영화가 좋은 건 평소에 흥미 없던 것들이 영화를 통해 흥미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관람하고 나서는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궁금했고, 최근에 본 영화 <시카리오 - 데이 오브 솔다도>는 멕시코 카르텔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러한 호기심은 쉽게 그치지 않고 영화감독, 배우, 캐릭터, 비슷한 배경으로 빠르게 전염된다. 그리고 전염의 끝은 결국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된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통해 나에게 대만 영화라는 취향을 심어줬다. 덕분에 그의 유작인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이 6월 28일 날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극장으로 냉큼 달려갔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보다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그래도 일반 영화보다는 긴 173분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Yi Yi다. 직역하면 '하나, 하나'라는 뜻이다. 영화는 결혼식에서 시작해 장례식에서 끝이 난다. 그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고 할머니는 다른 세상으로 떠난다. 


하나의 삶이 시작되고, 하나의 삶이 저문다.



8살 소년 양양은 아빠 NJ로부터 카메라를 선물로 받는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기 시작한다. 왜 뒷모습을 찍냐는 주변의 물음에 양양은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살아가다 보면 당연한 것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당연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 읽으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양양의 식구들을 번갈아가면서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사업이 위기에 빠진 시기에 30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 아빠 NJ, 외할머니가 사고로 쓰러진 뒤에 슬픔에 빠져 집을 떠나 있게 된 엄마 민민, 외할머니의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누나 팅팅까지 세 시간 가량 그들의 삶을 지켜보고 있자면 우리의 삶과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느낌이 든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아무도 행복을 선택하지 못한다. 애초에 행복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꿋꿋이 살아가다 보면 알아서 찾아올 때도 있고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갈 때도 있는 것처럼 원한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극의 이면에는 희극이 있다. 양양은 그런 사람들의 뒷모습을 통해 행복을 찾아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3배가 늘었어


패티와 팅팅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이때 패티는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수명이 3배 늘었다고 얘기한다. 영화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 비슷하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에드워드 양의 대표작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하나 그리고 둘>은 우리의 인생을 몇 배 이상 확장시켜줄 수 있는 영화다.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은 1959년 불안한 대만 사회의 비극이 어떻게 개인에게 전염되는지 4시간에 걸쳐 보여주고 있고, 하나 그리고 둘은 우리 삶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 , 에드워드 양 (2000)

평점 ★★★★☆


에드워드 양은 이 영화로 2000년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