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열리는 치앙마이 야시장은 사랑입니다
어느덧 치앙마이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저렴한 물가에 놀라고, 생각보다 괜찮은 카페들이 많아 한 번 더 놀랬다. 삼시세끼 맛있는 거 먹으면서 빠짐없이 매일 마사지도 받는데 생활비가 평소보다 덜 드는 건 기분 탓일까? 월요일에 와서 다시 월요일이 된 지금 이 시간, 누군가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떠났을 것이고, 또 다른 이는 설렘을 안은 채 치앙마이로 오고 있을 것이다. 20일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치앙라이나 빠이 같은 인근 지역에 들르지 않고 치앙마이에서만 머물 생각인데 마음 같아서는 일 년 정도 머물면서 지내고 싶다. (물론 일 년 지내라고 하면 못 지낼 것 같다. 생활과 또 여행은 다르니까)
숙소 같은 경우 처음 7박은 올드시티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았는데 읽기도 어려운 Kad Suan Kaew 야시장과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던 토요일 야시장, 타페 게이트부터 시작되는 일요일 야시장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서 굉장히 좋았다. 다음 10박은 님만해민에 위치한 3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올드시티 에어비앤비 숙소 같은 경우 1박당 12.4달러, 님만해민 호텔 같은 경우 1박당 15.4달러가 지출되었다. (에어비앤비가 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 별로 차이가 안 난다.)
백화점(Central Kad Suan Kaew) 앞에서 매주 목, 금, 토에 열리는 조그마한 야시장이다. 주로 먹을 것을 팔고 있다.
토요일에는 이 곳보다 현지인이 Saturday Working Street라고 칭하는 올드시티 남부에 위치한 토요 야시장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거리가 좀 멀긴 해도 규모가 다르다. 그런데 만약 타페 게이트 근처 선데이 마켓에 들를 예정이라면 굳이 토요 야시장까지 구경할 필요는 없다. 파는 것이 대부분 겹친다.)
그리고 백화점 옆 건물 지하에 대형마트 Tops Market이 있으니 야시장에서 먹거리를 사고, 마트에서 술이나 기타 먹거리를 사면 된다.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이 많고 저렴하다.
백화점 왼쪽 건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마트가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국 라면부터 바로 보인다.
술 좋아한다고 또 맥주 부심 부리면서 태국 와서 모든 맥주를 마셔보겠다고 했다가 사진 가운데에 있는 Satosiam을 마시다가 토할 뻔했다. (물론 정말 토할 정도는 아니고 그만큼 맛없었다는 말) 호기심으로라도 먹지 않았으면 좋겠을 맛이니 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면 참고하시길.
처음에는 익숙한 대로 캔맥주를 마시다가 병맥주가 훨씬 저렴해서 여행 이틀 차부터 병맥주만 마시고 있다. 싱하(Singha)를 제외한 타이거, 창, 레오 맥주를 다 마셔봤는데 개인적으로 타이거가 제일 맛있는 듯하다. (느낌이 그런 거지, 사실 브랜드 가리면 뭐가 뭔지 모르겠다. 결국은 셋다 괜찮다.)
숙소를 어디를 잡든 아마 가장 먼 야시장이 되지 않을까. 앞서 얘기했듯이 일정에 선데이 마켓이 포함되어 있다면 거리 문제로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걸어갔는데 마침 비도 오고 또 야시장 구경하는 거리가 왜 이렇게 긴 건지, 아마 다음 주(5/5)는 안 갈 것 같다 ㅠ
새터데이 워킹 스트릿을 처음 볼 때는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아서 우와 우와! 했는데 선데이 마켓을 보고 나니 그 고생하면서 괜히 갔다 싶을 정도로 비슷한 야시장이었다. 토요 야시장은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 사 먹고 스티커만 건져서 돌아왔다.
앞선 두 곳이 애피타이저였다면 선데이 마켓은 메인 요리일 정도로 굉장히 압도적인 야시장이다.
평일까지만 하더라도 한산한 거리가 일요일이 되니 평일에 봤던 그 거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야시장으로 가득찼다. 시장이 가장 활발하고 접근성도 좋아서 인기가 좋다.
숙소에서 타페 게이트까지 이동한 후에 야시장 초입에 들어서는데 거의 시작부터 바로 명성에 걸맞게 해외 어느 방송사에게 촬영을 하고 있었다. 촬영 카메라만 5대 정도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다.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로 제보 바람!)
야시장을 구경하다가 어디서 음악 소리가 들리길래 가보니 무료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마침 국가가 흘러나와 사진 속 사람들처럼 가만히 있다가 조금 있다 야시장 쪽으로 이동했는데 수 천명의 사람들이 모두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어서 깜짝 놀랐다. 태국 극장에서 어벤저스 봤을 때도 사람들이 영화 상영 전 엄청 떠들다가 국왕 영상 나오니 갑자기 다들 일어서서 스크린만 쳐다보는 장면 다음으로 놀라운 장면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야시장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간다.
비싸서 그동안 못 만들었던 여권 케이스를 120밧(약 4천 원)에 구입했다.
어제 팟타이를 처음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야시장에서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어눌한 한국말로 '팟타이 맛있어?'라고 하길래 쳐다보니 스타일이 일본인 같았다.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보니 못 알아듣는 거 같아서 Where are you from?라고 물어보니 중국사람이었다. 팟타이 맛있다고 한국말로 답해주니, 또박또박 '아직 안 먹었잖아!'라고 한국말로 반박한다. (생각보다 한국말 잘하는데?)
다 먹고 나서 옆에서 먹고 있길래 한국말 잘하시네요라고 엄지를 치켜세워주니 엄청 좋아하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외국에서도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자꾸 식당만 들어가면 중국 사람인 줄 알고 중국어와 중국어 메뉴판과 가져다준다. 못 알아듣는 걸 보고 어디 사람이냐고 물으면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미안하다면서 영어 또는 한국어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중국사람은 한국 사람인 걸 아는데, 중국 외 사람들은 중국 사람으로 알고 있다. 흑 ㅠ)
먹을 거부터 시작해서 수공예품까지 정말 구경할 게 너무 많아서 뭐부터 구경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였다. 이번 야시장 구경은 어떤 게 있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다면 다가오는 일요일에는 구입하는 시간이 될 듯싶다. (에어아시아 항공편이라 이미 수하물 추가는 각오하고 있다.)
마음에 들었던 조명기구들이지만 가져가면 쓰레기가 될 것을 알기에 포기한다.
역시 야시장에 초상화를 빼면 섭섭하지. 정말 똑같이 잘 그린다. 다음 주에 한 번 시도해볼까? 어차피 또 갈 수 있는 시간이 있기에 오늘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일찍 야시장에서 빠져나왔다.
지금은 적응이 됐지만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폭우(스콜)로 인해 적잖이 당황도 했다. 여전히 치앙마이에서 구경할 게 많이 남았다. 근처에 있는 빠이, 치앙라이, 골든 트라이앵글도 가지 않고 오롯이 치앙마이에서만 머물 생각이라 시간적인 여유도 많다. 피곤할 땐 숙소로 복귀해서 낮잠도 자고, 더우면 카페로 피신도 가고, 틈틈이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여행 복귀 있을 모임 발표 준비도 할 예정이다. 내일부터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떠나 님만해민에 위치한 호텔로 숙소를 옮긴다. 올드시티는 지난 일주일 동안 재밌게 구경했는데 또 앞으로 님만해민에서의 열흘은 어떤 시간들이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