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글>,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열연이 돋보인다.
※ 이 리뷰는 키노라이츠 언론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하고 작성되었습니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이후로 영화 <정글>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만났다. 영화 <정글은> 오지 전문 모험가인 요시 긴시버그의 정글 생존기를 영화로 그렸다.
요시 긴스버그(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로스쿨로 진학하라는 아버지의 호통에 1년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며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모험심 가득 찬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남미 오지 여행 중 우연히 스위스 교사인 마커스, 사진작가 케빈을 만나 아마존 정글로 여행을 떠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을 광주, 아니 정글로 안내해 줄 가이드 칼(토마스 크레취만)도 그 대열에 함께 합류한다.
영화 <정글>의 러닝타임은 2시간에서 5분 부족한 115분이다. 영화 초반부는 워낙 잔잔하게 흘러 과연 2시간 남짓한 시간을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다니엘 래드클리프인 만큼 그가 스크린 속에서 어떤 열연을 펼칠지 내심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다니엘 래드클리프보다 해리라는 이름이 편한 건 나뿐일까)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1982년 요시는 마커스, 케빈 그리고 칼과 함께 볼리비아 아마존 여행 중에 정글 미아가 되었다. 2명씩 짝을 이뤄 한 팀은 정글 숲으로, 한 팀은 강가를 따라가기로 하고 헤어졌지만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요시와 케빈은 뗏목을 만들어 잔잔한 강을 따라 내려갔지만 협곡에 가까워지자 거센 물을 못 이겨낸 뗏목은 풍비박살이 나고 둘은 떨어지게 되었다. 케빈은 인근 주민에게 금방 발견되어 구조되었지만 요시는 무려 19일을 지옥 같은 정글에서 버티며 살아남았다.
영화 <정글>을 관람하고 나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레버넌트>가 생각이 났다. 디카프리오는 영화 <레버넌트>를 찍은 후 인터뷰에서 영화 촬영 당시 힘들었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정글>의 스토리는 뻔하게 흘러간다. 영화 제작을 위해 아무리 각색을 하더라도 실화가 존재하는 영화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 <정글>에서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보여줬던 정글 속에서 버티고 버틴 열연은 영화 <레버넌트>에서 디카프리오가 보여준 연기 이상이었다. 15세 관람가 영화임에도 몇몇 장면은 정말 잔인하지만 그러한 장면들이 리얼리티를 잘 살린다. (오히려 영화에서는 실제 상황보다 그런 장면들을 축소했다고 한다. 도대체 어땠길래? )
우리는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타인을 지적하거나 비난할 때가 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약점은 완전히 숨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행동은 때론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요시는 영화에서 장시간 걷고 제대로 말리지 못해 물러 터진 발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하는 마커스를 짐짝처럼 취급했는데, 이후 홀로 정글에 갇힌 요시도 마커스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이때 겁쟁이는 본인이었다고 솔직함을 드러낸다. 나약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마커스에게 오히려 더 심하게 야단쳤던 것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땐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만약 두려움이 없다면 경계하지 않아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고, 설렘이 없다면 여행을 떠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요시에게 정글은 때론 온갖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퍼질 땐 두려움이 가득한 곳이 되기도 하지만 깜깜한 밤이 되면 별들로 가득 찬 하늘의 멋진 모습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글은 그를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곳곳에 살아남을 수 있는 식량(?)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희망과 절망을 오고 가는 상황에서 요시는 살아남기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영화 <정글>은 115분 동안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2018년 5월 31일 개봉
이 영화에서 '칼' 역할을 맡았던 토마스 크레취만은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독일 기자 피터역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