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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Jun 14. 2018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이름.

영화 <Ryuichi Sakamoto: Coda> (2018)


사실 영화를 볼 때까지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다.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지만 중요한 건 그 영화도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관람했다. 


“암은 편도선 안쪽, 3기 판정. 
 림프절까지 전이될 수 있다, 현재 3개 있음.” 


인후암 판정 이후 모든 음악 활동을 중단했지만, 평소 존경하던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작업 의뢰를 받고 다시 음악 작업을 시작하면서 영화는 흘러간다.

  


쓰나미로 인해 물에 잠겼던 피아노의 소리를 점검하고, 비 오는 날이면 양동이를 머리에 쓰고 빗소리를 듣는다. 엉뚱한 행동들이 그가 얼마나 소리를 사랑하고 음악을 좋아하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음악을 잘 모르는, 그리고 그를 잘 모르는 내게도 전달이 된다. 우리가 느꼈던 소음 하나도 그는 음악을 구성하는 소리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피아노 소리도, 빗소리도 그의 음악에 포함되어 있다.)



영화 중간중간 그가 제작한 음악들이 소개되는데, 듣는 순간 누구나 '아 이거!'라고 느낄 정도로 유명한 곡들이었다. 특히 Merry Christmas Mr Lawrence는 일본 가수 우타다 히카루로 인해 알게 된 노래라 더 반가웠다. 서두에 잠깐 언급한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제곡 Rain도 너무나 익숙한 곡이었다. 


이뿐일까, 영화 <남한산성>과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관람했을 때 영상도 영상이지만, 웅장한 음악이 인상 깊었는데 역시나 류이치 사카모토가 제작한 곡이었다. 그를 몰랐지만 그의 음악은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듣고 있던 셈이다. 



원하는 소리를 찾아내면 아이처럼 기뻐하고 음악 감독뿐만 아니라 훤칠한 마스크(?) 덕분에 영화에서도 종종 배우로도 출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음악을 참 좋아하고, 영화를 참 아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사람을 잘 몰랐을 땐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이런 소리는 도대체 어떤 악기에서 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들곤 했다. 그리고 아마 '천재 음악가'라고 쉽게 단정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지켜본 그는 그 어떤 소리도 쉽게 흘려보내는 법이 없었다. 우리 주변으로 보이는 모든 풍경과 들려오는 작은 소리 하나까지 끊임없이 채집했다. 영화에 음악에 열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그런 세심함이 곧이곧대로 드러난다.  


1시간 42분 동안 그를 훔쳐보는 느낌(?)으로 흘러가는 이 영화는 사람에 따라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천재 음악가라고 칭송받는 그가 일상에서 끊임없이 관찰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모습이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이름이 앞으로 점점 더 궁금할 것 같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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