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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Jul 30. 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만나다.

영화 <어느 가족> 개봉 기념 1박 2일 내한


누군가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고민 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가 마침 국내에 7월 26일에 개봉된 영화 <어느 가족> 홍보차 내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농담 삼아 본인은 톰 크루즈보다 우리나라를 많이 찾는다고 할 정도로 한국에 자주 오는 편이지만 이번만큼 남달랐다. 영화 <어느 가족>을 통해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직후의 방문이었다. 지난 17일에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를 통해 영화 <어느 가족>을 먼저 접했기에 감독과 작품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 그의 방문이 유독 반가웠다.

 


몇 년 전에 찍었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의 제목처럼 일본에 마침 태풍이 지나가서 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도 일요일에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기자 간담회나 개인 일정을 제외하고 그를 만날 수 있는 건 총 4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동진의 라이브톡과 월드타워 GV, 씨네큐브 GV, 그리고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무대인사였다. 영화를 이미 몇 번 봤기 때문에 얼굴만 보는 무대 인사는 별 의미가 없기에 패스하고 라이브톡과 씨네큐브 GV를 노렸다. 다행히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이틀간 거의 맨 앞 줄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나만 듣기에는 너무 아까울 거 같아서, GV 현장에서 서피스를 펼치며 열심히 타이핑했다. 영화 <어느 가족>을 보신 분이라면 좀 길더라도 한 번 읽어보시면 작품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신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에 대한 이야기 

Q1. 최근 가족 영화의 변화? (이동진 평론가)

이동진 평론가 | 가족 영화가 아닌 작품으로도 유명. 그럼에도 가족 영화가 유명. 최근 가족 영화에서  변화가 느껴지는데, 예전에는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는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느 가족> 같은 경우에는 원래 있던 상황에서 누군가 가족의 일원으로 추가되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있다. 예전에는 가족이 줄어들면서 가족들이 견디는 상황인데 요즘은 누군가 들어오면서 가족들의 변화를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 듣고 보니 그렇네요. 흥미롭네요. 예전에 생각했던 게 뭐냐면, 가족 안에서 결핍의 상황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생겨난 결손을 누군가 메워가는 과정에서 죽음이라는 게 뭐지? 가족이라는 게 뭐지?라고 생각. 그러나 지금은 부족한 것을 메워간 것 같네요.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를 잃고 하는 과정에서 생각하던 것이 이후에 제가 아이를 낳아서 아버지가 되어서 살아가고 있는 저의 사적인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발생한 변화가 반영이 되지 않았을까? 질문을 듣고 보니 언뜻 생각이 들었다. 의식하고 한 것은 아니다.


Q2. 차기작 <진실>에서는 카트린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뤼디빈 사니에르 등의 외국 배우들이 출연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해외에서 찍은 최초의 영화가  것이다.  작품을 현재 어떻게 기획하고 있는지? (이동진 평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 정도 파리에 머무르면서 배우 캐스팅, 촬영 장소, 배우 오디션 등을 치렀다. 실은 15년 전쯤에 연극용 대본을 쓰다만 일이 있다. 어떤 대본이냐면 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 대기실에서 혼자 있고, 그 배우는 나이가 좀 든 여성. 혼자 있을 때 여러 사람이 찾아오는 내용을 단 1막으로 구성된 대본. 완성을 하지 못한 채 두고 있었는데, 차기 작품은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배우는 어떤 존재이지? 어떻게 살아가는 동물이지? 에서 시작되었다.


Q3. 여름 느낌이 강하다. 여름의 풍경이나 모습에서 끌리는 면이 있는가? (이은선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 이번 이야기에서는 소년이 성장해가는 표현들이 있다. 어린 소년이 성장하면서 아버지와 함께 했던 행위(훔치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며, 아버지를 뛰어넘는 장면이 후반에 배치되어있다. "소년이 성장하면 그건 여름이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촬영한 것은 대부분 겨울이었다. 풍경상 여름 장면들이 대부분 겨울에 촬영한 것이다. 이것을 여름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촬영, 조명 쪽에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무척 잘 표현했다.


영화 <어느 가족> 이야기 

Q1.  영화의 모태가  작은 사건? 발상은 어떤 것이었는지? (이동진 평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 처음에 이 영화를 기획하기 시작한 것은 출발은 구체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 가족을 만든다는 게 혈연이냐? 시간이냐?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 작품을 하고 나니 혈연을 뛰어넘어서 가족이 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엄마가 되려는 사람. 낳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혈연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아니면 뭘 통하면 가족으로 되는 것이지? 생각하던 차에 뉴스를 접하게 됐는데 가족이 함께 좀도둑을 하다가 잡힌 뉴스였다. 이 사람들이 물건을 훔치고 팔아서 족족 돈을 만들어서 잡히지 않았는데, 낚싯대를 훔쳤는데 그것은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는데 그 훔친 낚싯대가 실마리가 되어 증거가 된 뉴스였다. 물건을 훔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것은 왜 안 팔았지? 그 사람들이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상상하게 됐다. 훔친 낚싯대를 가지고 부모, 자식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영화에서 사용된 장면은 조금 다르긴 했는데, 훔쳐온 낚싯대를 가지고 낚시를 알려주는 장면이 떠올라서 노트에 적어두었다.


Q2. 촬영감독 '콘도 류토' 이야기를 해달라 (이은선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 촬영감독 '콘도 류토'는 일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카메라맨 언젠가는 한번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번 <어느 가족>을 통해 처음으로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크랭크인 전에 촬영감독과 이야기 나눴던 것 중에서 영화의 바탕으로 리얼리즘, 빛을 어떻게 들이는가, 색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대해 사실주의 바탕을 두되, 시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게 촬영하고 싶었다. 나오는 등장인물이 보기에는 가난해 보이지만 시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고 싶었다. 촬영 전에 그런 방향으로 협의했다.  


Q3-1. 평소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에서는 직접적으로 우는 장면을 덜어내는 편인데 이번에 안도사쿠라 장면을 굳이  덜어낸 이유? (이은선 기자)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과 심사위원들 그리고 수상자들이 모인 공식 만찬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안도 사쿠라의 연기에 대해 뜨겁게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녀의 연기, 특히 우는 장면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앞으로 우리가 찍는 영화에 우는 장면이 있다면 안도 사쿠라를 흉내 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 그 연기는 너무 압도적이었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여기서 운다. 눈물이 난다' 이런 것은 대본에 쓰여있지 않지만 이은선 기자가 말씀한 것처럼 안도 사쿠라는 본인이 어떤 질문을 받지 모른 채 카메라를 돌리고 있다. 안도 사쿠라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 상태로 카메라를 찍고 있었다. 이 장면을 촬영하고 나중에 편집할 때 장면을 다시 살펴보니 도저히 안 쓸 수가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런 질문을 예상하지 않았으나 촬영 중에 어떤 날은 안도 사쿠라씨가 내게 질문했다. 극 중에서 오사무는 날 아빠라 불러 집착하는데, 노부요는 그런 말을 한마디도 안 했는데 노부요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질문을 감독에게 던져서 아마 노부요는 쇼타가 자기를 뭐라고 부르든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노부요에게 대답했고, 그런 대화를 주고받고 난 이후에 재밌다고 느껴서 관련된 신을 만들까 생각해서 이후에 추가 대본을 써서 영화 안에서는 음료수 마시면서 호칭, 트림하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그 장면은 안도씨에게 질문을 받고 나서 기억에 남아서 삽입한 장면이다.

그런 일화가 나온 이후에 취조 장면을 촬영하게 되었는데, 쇼타가 뭐라고 불렀느냐고 물어보는 경찰의 그런 질문을 받는 장면에서는 힘든 장면이겠네. 못 된 질문일수있다고 생각했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굳이 물어봤다.

 

Q3-2. 영화에서 친했던 동료가 유괴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서 본인이 그만두는 장면과 취조받을  '아이들이 당신을 뭐라고 불렀습니까?' 할 때 펑펑 울면서 클로즈업하던  장면이 유독 인상 깊다. 안도 사쿠라 얘기를 해달라 (이동진 평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 정말 멋졌다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 방금 말씀하신 그 두 장면은 정말 충분히 해줬다. 마지막에 심문 장면은 그런 신이 아니었는데, 제가 지금 말을 길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는 촬영을 하던 도중에 안도 사쿠라씨가 저를 불러서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극 중에 오사무는 날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이야기하지만, 노부요는 아이에게 한 번도 안 한 것 같다. 노부요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감독인 제게 질문. 그때 그분에게 대답하기를 노부요는 뭐라고 부르든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표면적으로 그렇게 신경 안 쓸 거라고 대답했다. 그거 하고 나서 안도 씨가 한 질문이 참 재밌어서, 대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노부요와 쇼타가 같이 길을 걷고 음료수 마시며 트림을 하고 뭐라고 부르냐는 장면을 보고 안도 씨의 질문을 받고 다시 쓴 장면이다. 그 장면을 찍은 후에 취조를 받던 장면을 촬영하게 되는데 촬영 장면에서 실은 배우에게 대본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앞에 있는 취조 질문을 화이트보드로 전달됨. 내가 던지는 질문에 리액션을 던지는 상황이다.  

저도 안도 씨가 그렇게 울음을 터트리게 될 줄 몰랐다. 촬영을 하면서도 닭살 돋는 느낌을 받았고, 안도 씨 덕에 탄생한 장면이었다.

Q4-1. 감독님이 제작한 영화 13편을 보면서  영화만큼 섹시한 장면을  적이 없다. 엎어진 국수가 이렇게 야한지 몰랐다. 감독님 영화에서 거의   없는 장면인데, 러브신을 찍게  이유? (이동진 평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 아마도 지금까지 찍은 홈 드라마라고 불리는 장면에서 성에 관한 장면을 다룬 적이 없다. 간접적으로 그렸다고는 생각한다. 이번에 이 작품에서는 혈연이 아닌 가족을 그리게 되는 것이니까, 부부간의 관계를 그릴 때 성관계까지 포함해서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고, 소년이 성적으로 성장하는 장면을 포함해서요. 성에 관한 장면도 자리매김하고 싶었다. 소면 면발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는 상당히 신경 써서 만든 장면이었다. 소면에서 물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그 속도로 인해 부부 관계 시간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이상은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물이 똑똑똑 떨어지는 거랑 똑, 똑, 똑 떨어지는 것은 시간의 경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신경 써서 찍었다.


Q4-2. 전작에서 없던 느낌 = 육체적인 감각 장면.  장면을 통해 감독님이 기대한 효과? (이은선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 그동안 가족드라마, 홈 드라마를 하면서 직접적인 성적인 장면은 없고 간접적으로만 표현했다. 이미 가족인 사실이 변함없기 때문에 굳이 필요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홈 드라마(어느 가족)에서 이들은 혈연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유대를 표현하기 위해 성적인 부분을 직접적으로 넣었다. 소년의 성장을 육체(성적인 면)를 통해 의식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그려 넣어 보고 싶었다.


Q5. 영화 속에서는 쓰다듬고 포옹하는 행위들이 많다. 감독의 의도였는가? 즉흥적이었나? (이은선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 접촉, 만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본에 존재했다. 그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부처럼 보이는 노부요-오사무의 관계라던가, 아키와 할머니가 서로 쓰다듬어주는 것, 노부요와 린이 서로 자국이 남은 상처를 만져주는 장면도 있었고, 얼굴을 만져주는 장면도 있었고, 바다에서 오사무가 쇼타의 가랑이 속을 만지는 장면도 있었다. 그런 장면들은 모두 의도적인 연출이었다. 사람 간의 접촉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Q6. 마지막 쇼타의 훔치는 행위를 통해 가족이 와해되었다. 시나리오 초반부터 변화 없던 것인지, 그리고 쇼타가 그런 생각을 가진 결정적인 계기는? (이은선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 어떤 사건이든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다. 모든 사건에는 좋은 일이기도 하고 나쁜 일이기도 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모든 일어나는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쇼타가 성장하는 것이 가족의 붕괴로 이어진다. 쇼타의 성장은 긍정적이지만 이면에 발생하는 가족의 붕괴는 부정적인 것이다. 모든 사건에는 양면성이 있다.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어 그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 처음부터 마음먹고 변함이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후에 생각해보면 아마도 이 두 아이는 엄마, 아빠일 수도 있는 이 두 사람(노부요와 오사무)과 앞으로 같이 살 일이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또 엄마, 아빠(노부요와 오사무)가 영화 후반부에 쇼타에게 말해주는 장면(부모 찾을 수 있다, 아저씨로 돌아갈게) 등은 앞으로 같이 산다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은 같이 살기를 포기하면서 앞으로 아빠가 될지도 모르고 엄마가 될지도 모른다, 즉 떨어져 살기로 하고 오히려 아이들(린, 쇼타)을 놓게 됨으로써 부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서도 현재의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은 부정적인 일이지만, 앞으로 자신의 혈육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Q7.  영화의 초반부에 음식을 배치해서 이야기하길 원하시는지? (이동진 평론가) 

이동진 평론가 |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가루카떡? 나온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옥수수튀김이 등장해 먹고 싶게 만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의 앞부분에는 이런 소울푸드들을 묘사한다.  영화에서는 밀개떡, 소면이 등장하고 고레에다 감독은 1 2 내한 중에 간장게장을 먹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 어느 가족에서 식구들이 살다가 어린 소녀를 데리고 와서 6인 가족 구성으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자리가 어디인가? 집안에서 누구누구의 영역은 어디인가 구성하는 게 드라마 초반부에 언급하는 게 꽤 중요하다. 노부요의 영역은 부엌이나 식탁. 주방. 불 위에 올려진 냄비의 우동을 먹고, 쇼타는 자신만의 공간인 벽장 안에서 먹는다. 먹는 행위와 그 사람, 그 집과 관계 이런 것들을 그 사람의 자리를 보여주면서 영화 전반부에 집안 전체를 보여준다. 전반부에 음식을 보여주면 각 가족들의 영역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물론 소울푸드를 초반부에 배치한 건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영화를 폼 잡고 만들긴 했지만, 제가 먹는 것을 좋아하고, 먹보고 먹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한다.


Q8.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 출연한 코라 켄고는  영화에서 학대를 받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캐릭터로 나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아동학대를 보호하는 캐릭터다. 의도하고 캐스팅한 건가? (이은선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 우연이다.


Q9.   장면(훔치는 장면) 사이에 고로케 사는 장면을 배치했나? (이동진 평론가) 

이동진 평론가 | 영화 초입부에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훔친다. 이 두 장면 사이에 고로케를 돈 주고 구입한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에게 구입한 고로케를 준다. 고로케를 훔친 것이 아니라 사서 유리에게 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 중요한 부분인데요. 그들은 혹은 남자 오사무, 아니 가족 그들은 생활고 때문에 훔치는 것은 아니다. 일도 하고 있고, 할머니의 연금도 있고, 제가 생각할 때 관객분들로 하여금 살다 살다 어쩔 수 없이 훔치는 것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훔치는 것 외에는 가르칠 게 없다고 나중에 대사로 나오지만, 훔치는 행위를 통해 가족을 잇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결핍, 굶주림으로만 훔치는 것은 아니다. 보는 분들은 헷갈릴 수도 있지만 그래서 돈 주고 사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표현했다.


Q10.  원더풀 라이프의 영화 형식과 반대로 구성했는지? (이동진 평론가) 

이동진 평론가 | 관객들은 중반부까지 고레에다 기존의 가족 영화 분위기를 만끽. 그러나 후반부터는 분위기가 급변, 형식상으로 중반부까지와 완전히 달라진다.  방식은 원더풀 라이프 형식을 뒤집은 것처럼 보인다. 원더풀 라이프 전반부는  영화의 후반부를 담아내는 방식이다. 다큐멘터리 작품 같은 원더풀 라이프의 후반부는 드라마 타이즈(드라마처럼 스토리가 있게 만드는 연출 기법)되는데, 어느 가족은 원더풀 라이프의 순서를 뒤집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 원더풀 라이프를 의식한 것은 전혀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 전반부는 말씀하신 것처럼 패밀리 드라마, 가족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마치 느낌상으로는 가족 앨범을 만드는 것처럼, 관객들이 가족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처럼 그리고 싶었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단편적으로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부요가 엄마가 되는 과정, 오사무가 아빠가 되는 과정 그 안에서 조금씩 내재되어있다. 


기본적으로 일상의 묘사. 거기서 끝나면 가족영화에서 끝나는 것이겠지만,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하나의 가족 사이와 사회의 사이의 마찰을 그리고 싶었다. 사화와 가족 안에서 마찰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 가족이 파괴되는 과정을 주목했다. 만일 영화 내에서 등장한 가족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면? 뉴스에 나타났다면? 아마 영화 속 형사처럼 정의감, 혐오감처럼 아마 그들을 난도질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런 스토리로 영화를 그리고 싶었다.


Q11.  그들은  이야기들을 듣거나 보지 못하는 걸까요? (이동진 평론가) 

이동진 평론가 | 쇼타가 아빠라고 얘기할까? 결국 말한다. 그러나 오사무는 듣지 못한다. 할머니는 해변가에서 진짜 고마웠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느 가족도 듣지 못한다. 가족들은 불꽃놀이를 보지 못한다 (가족이 프레임에 담긴 유일한 장면 부감 샷 멋있다.) 그럼에도 불꽃놀이를 보지 못하고 소리만 듣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 언급해주신 부분이 다 중요한 부분이다. 왜?라고 질문하신다면 왜지?라고 생각된다. 그 목소리로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입으로 말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다 같이 보고 있다든가, 안 들리는 거, 안 보이는 거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을 굉장히 어려워한다. 애초에 정한 건 아니지만, 남 탓만 하는 거 같다. 안도 사쿠라씨 흘리는 장면도 사실 연출한 게 아니다. 키키 키린이 연기한 할머니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바닷가에 나오는 장면이 영화에서는 실제로 그 인물이 실질적으로 마지막 장면, 촬영상으로는 가장 먼저 크랭크인 한 장면이다.


배우분께는 송구스럽지만, 촬영 개시하면서 처음에 찍는 장면이 노인으로서 몸도 쇠약해지고, 힘이 쇠잔해지는 장면을 제일 먼저 염두에 두고 역산해서 연기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이 배우 정말 대단하다 생각하며 찍고 있었다. 첫 촬영, 첫 장면에서 가족들은 파도타기를 하고 있고 할머니는 해변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는 얼굴이 첫 촬영이었다. 그때는 촬영을 하고 있으면서 뭐라도 하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대본에 없었다. 나중에 편집을 하면서, 말하는 것이 파악돼서, 스태프에게 한 사람 한 사람 물어보면서 물어보니 '고마웠다'였다. 현장에서는 파도소리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안 들렸다. 배우 키키 키린이 애드리브한 것이었다. 배우가 이 영화의 핵심을 파악하고 제시해주는 꼴이 됐다.


Q12. 할머니를 선택하지 않고 쇼타를 선택해서 가족을 해체한 이유는? (이동진 평론가) 

이동진 평론가 | 가족들은 가족이 와해되는 원인은 쇼타로 알고 있다.  다른 원인 제공자를 떠올리면 할머니.  가족의 외피, 가죽 같은 느낌이다.  가족이 쓰고 있는 , 성씨는 모두 할머니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할머니의 연금이다. 할머니의 암매장을 경찰에 걸려서 진행할 수도 있는데, 쇼타가 훔치는 장면으로 붕괴시킨 이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 모든 사건들이 양면성이 있게 그려보고 싶었다. 어떤 사건이 좋기만, 나쁘기만 하지도 않다. 사람에 관해서도 선한 사람, 악한 사람으로 나누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이 공존하고 양면 하도록 그리고 싶었다. 취조실에서 노부요에게 질문한다. 보면서 화가 났을지 모르겠지만, 아이가 뭐라고 불렀죠? 노부요에게 상처 주는 듯한 형사의 질문. 그 형사에게는 악한 감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 질문 속에서 노부요는 상처를 받으면서 아이를 떠나보낼 각오를 한다.


이후에 감옥에 들어가서 마지막에 쇼타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때 노부요의 얼굴은 피해자의 얼굴만은 아니다. 그때 든 감정은 형사 취조할 때 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쇼타가 물건을 훔치면서 가르침 받은 대로 훔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죄의식, 나쁜 것 아닌가? 생각하면서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도 양면성이 공존. 죄의식 같은 것을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장치.


아버지를 넘어가게 된다. 사회로 나갈 때 꼭 필요한 것, 소년이 성장을 해가는 식으로 부분이 그려져 있지만 그것이 가족이 붕괴되는 요인이기도 하고, 소년의 성장 = 가족 붕괴라는 양면성으로 나타난다. 할머니가 떠나면서 가족이 붕괴된다는 -, - 가 겹쳐서 같은 방향으로. -가 되었다가 +되었다가 하는 흐름을 그리고 싶었다.


 영화제 관련 이야기 


Q1. 칸느 영화제에서 수상 사실을 미리 알려줌, 그때 느낌은? (이동진 평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 수상식 당일날 낮에 오늘 밤 몇 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상식에 오라는 통보였다. 다양한 감독들이 있어서, 대단히 불편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서 기다림.


Q2. 아무도 모른다 남우주연상 수상하고 당혹한 거 같은데? 어느 가족 황금종려상 받고 수상소감? (이동진 평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 남우주연상 당시에는 설마 생각은 못했고, 제가 불려 왔다는 건 뭔가 수상할 거 같은데 그랑프리? 황금 종려상? 뭐지 하면서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그러면 나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남우주연상을 받아서 당황하면서 창백해진 얼굴로 추태를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3번째다 보니 익숙해진 상황은 있었다. 당일 시상식장에 중계 TV, 카메라 등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시상자에 한 명씩 나올 때마다 촬영 감독들은 다음 시상지가 누군지 미리 알려주고, 카메라는 포커스에 맞추게 됨. 카메라가 그 사람을 향해 움직이면 그 상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그 카메라가 나한테 오지 말라고 생각했는데, 카메라 기사 분만 쳐다봤는데 신기한 체험이었습니다.


Q3. 일본에서 가장  흥행 기록. 황금종려상 수상후 가장 흥미로웠던 일은? (이동진 평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길에서 말을 거는 분이 생겼다. 수상한 이후에 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렸는데, 내 어깨를 두들기며 아주머니가 잘 됐어요. 편의점 직원분이 축하드려요. 택시 기사분이 참 잘됐습니다. 파리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을 방문한 한국인 커플이 축하인사를 건네 같이 사진을 찍었다. 속옷, 팬티를 마침 사고 있었기 때문에 창피했다.


관객 질문 

Q1. 어른의 시선에서 아이의 감정에 몰입해서 영화를 많이 봤는데, 아이가 되게 상처받았다 생각하고. 자신도 상처받은 게 생각나서 감독들이 밉기도 했는데, 이런 디테일을 어떻게 상상하시는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 무슨 질문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 아역배우들은 이야기가 어떤 줄거리인지 모르고 촬영 현장에 온다. 할머니네에 놀러 가는 생각으로 촬영 현장에 놀고 찍ㄷ다. 거기서 찍다 보면 슬픈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느낀다.  린을 연기한 미유는 오늘은 가기 싫어. 하고 안 오려고 했던 것을 설득해서 촬영했다. 되게 미안한데 생각을 하면서 찍긴 했다.


Q2. 죽은 사람과 떠난 사람의 그림자나 부제. 그런 세계를 그리는 이유는? 이번 영화에서 크지 않지만 항상 그런 의도로 연출하는 이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 어느 가족에서는 그런 모티브에서 탈출했다고 생각. 부제라는 것을 생각할 때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돋보일지 모르겠다. 아버지의 그림자가 짙고 모든 캐릭터가 아버지의 단편들을 담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담은 단편들이 모두 다르고 하면서 부제가 그려진 상황이면.


이은선 기자 |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서 아이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어린이는 어른을 비추는 거울.


Q3. 한국에서는 '이가 빠지면 누군가 죽는다는' 그런 속담이 있다. 린이 치아가 빠지는 것과 할머니의 죽음이 연결되는데  연관성의 의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 한국에서는 윗니가 빠지면 집안 어른이 돌아가시나요? 일본에서는 아랫니가 빠지면 지붕 위로 던지고 윗니가 빠지면 처마 밑으로 던지는 속설이 있다. 이가 빠지는 것은 원래 대본에 있지 않았고, 촬영 당일날 그냥 이가 빠졌다. 린을 촬영하는 첫 장면. 즉 오사무가 고로케를 던져주는 장면에서 이가 빠졌다고 해서 그 장면을 활용했다. 이가 빠져서 다음날 가짜 이를 만들어서 설정했는데, 이왕이면 살리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줄거리 안에 담았고. 틀니를 끼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세상을 떠나는 할머니는 마루 밑에 묻게 되고, 이는 지붕 위로 던지는 대비를 보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이 장면이 영화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어른이 돼가는 린, 나이 들어 쇠잔해지는 할머니.


Q4. 감독님 영화  때마다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 감독님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 제 영화에는 대체로 보시면 아이답지 않게 조숙한 아이. 그리고 성숙하지 못하고 애들스러운 어른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잘 나온단 말입니다.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오사무 같은 인물상은 좋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렇게 성장하지 못한 어른으로써의 존재도 때로는 소년이 그 사람을 뛰어넘는 반면교사의 존재가치가 있다. 그런 의미라도 있고, 사는 게 그렇죠 뭐.


아이가 자기 아버지를 보면서 쭉 자라는데, 절대 아버지처럼은 안되야지 생각하면서 자라는 아이, 꼭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 하면서 자라는 아이. 양쪽이 있다고 생각했을 때 어느 쪽이 좀 행복할 거다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저 자신은 제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우리 아버지처럼은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어른이 되었다. 막상 아빠가 되고 나니 제가 반면교사처럼 생각했던 나의 아버지와 점점 닮아간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인생이라는 게 참 어렵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는 여러 복잡한 부모 자식관계와도 생각을 두면서 다음 작품도 만들고 싶다.


Q5. 세 번째 살인과 어느 가족 둘 다 세계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세 번째 살인을 만들 때부터 어느 가족을 염두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연결성에 대해 듣고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제 안에서는 그 작품 간의 연결고리가 의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씀해주신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는 면들이 있다. 세 번째 살인은 가족 패밀리 드라마. 소위. 태풍이 지나가고 이후에 대략 어느 정도 그린 것 같아서 가족을 소재로 담기보다 조금 더 시야를 높은 곳에서 넓게 두고 일본 사회 전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 세 번째 살인


그런 이야기상에서 연속성이 있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Q6. 가족들을 통해 보상이 충족되었는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서 아들을 죽인 사람에게 대가, 보상을 바란다.  영화에서도 할머니가 대가, 보상을 받고,  보상받은 돈은 쓰지 않았는데, 가족들을 통해  보상이 충족됐는지


할머니가 집을 찾아가고, 돈을 원해서 갔겠는가?라는 질문에 그 돈을 모아놨고, 쓰지 않고 모아놓은 장면을 보여준다. 즉 돈을 목적으로 간 것은 아니다. 그럼 왜 갔을까?라는 질문이 날 수 있는데, 남겨진 아들을 보면서 남편을 생각. 애정이나 편린.  그 손녀딸을 데리고 와서 사는 거 보면 그 집을 부수어버리고 싶은 것도 있을 것. 그 손녀가 너무 잘 따르니까, 이쁘기도 하고 공존하고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게 되어 있다.


Q7. 감독님의 영화에서는 가족이 없으면 견디지 못한다.라는 메시지가 들린다. 감독님에게 가족의 의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 질문한 분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없으면 견디지 못한다) 공기인형은 혼자 사는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 영화에서는 반드시 누군가와 살고 있었던 거 같다. 가족하고 누군가 같이 살아야 한다는 꼭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어느 가족 같은 경우는 가족 안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이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번 이 작품 안에 한 번씩은 가족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고, 버림받으면서 결손, 부족 부분을 모여 살면서 매우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굳이 가족을 공동체로 형성하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굳이 어떤 형태로든 시간을 공유하는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형태가 아닌 네트워크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일본 사회에서도 새로운 공동성이 더 필요할 것이고, 더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사회에서도 가족을 구성하지 않고 단신, 독신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도 작품 속에서 충분히 표현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Q8. 할머니는 돈이 많은데도 굳이 파칭코를 하는 이유?

고레에다 히로카즈 | 파칭코, 구슬 훔치는 게 재밌었겠지요. 키키 키린이 훔친 뒤에 미소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행위도 그렇고, 모여 사는 6명의 인물들이 사회적 약자, 피해자, 마음이 친절해서 서로에게 친절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


할머니에게 잘하는 것 같으면서도, 없으면 뒷담화한다. 또한 할머니가 없을 때 숨겨놓은 돈을 찾고 신나 하고. 쓰레기 배출날도 어기고. 제 멋대로 술 먹고.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않고, 일탈하고 있는 요소가 많다. 그런 식으로 그림으로써 가족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약자도 아니고, 마음이 친절한 사람도 아니고, 선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이 가족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상처 가득한 질문을 던지는 형사를 보고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느꼈으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가족이 우리 일상에서 뉴스 상에서 존재했더라면 저 사람들 왜 저래? 하고 넘어갔을 거 같은 그 어느 가족을 샅샅이 드러났을 때 옹호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Q9. 참치를 메타포처럼 이야기한 이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 영화에서 쇼타가 이야기하는 레오 레온? 의 스위미 이야기는 영화 촬영 전에 아동보호시설에 사전 조사 과정 중에 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에 있던 초3 아이가 들려준 이야기였다.


취재 갔을 때 아이에게 요즘 뭐하냐고 물어보니 책을 꺼내서 스위미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해줬다. 다 듣고 나서 아이에게 박수를 쳤다. 그러더니 아이가 웃어서 그 장면을 잊지 못해 영화 속 장면으로 사용했다. 물고기 = 6명의 가족처럼 느껴졌다. 바닷속의 작은 물고기들이 바다 수면 위를 올려다보는 느낌을 불꽃놀이 장면을 올려다보는 장면으로 생각하고 촬영했고 마치 물속에 있는 6명의 물고기들이 바다 위를 쳐다보는 장면으로 만들었다.


끝인사 말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충분히 시간을 갖고 질문한 덕분에 질문-대답하는 과정에 제 자신도 새로운 발견. 이번 어느 가족 작품을 가리켜서 많은 분들이 고레에다 감독의 집대성이다. 결정판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접했다. 그런데 가족을 쭉 그려온 작가라는 이미지를 가진 저에게 어찌 보면 사용했던 여러 요소들이 많이 담긴 작품이라고 여기실 수 있으나, 이것이 나의 도달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아직도 앞으로 넘어야 할 비탈길, 언덕이 너무 많다. 비탈길을 오르고, 언덕을 넘어야 작품을 할 것 같고 하고 싶은 작품들이 많다. 지금 새로운 것들을 하고 있어서, 순조롭게 한다면 내년에 여러분들을 찾아 뵐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새 작품을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동진의 라이브톡)


고레에다 히로카즈 | 다음 새 작품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 바로 공항에 가서 도쿄에서 주말까지 보내고 다음 주에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게 된다. 다음 작품은 프랑스에서 프랑스 배우, 미국 배우를 모시고 가을 정도부터 촬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로써는 이런 작업들이 큰 도전입니다. 프랑스어를 하는 배우들과 소통을 하면서 찍어야 하니깐요.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와 한 사람들도 작업을 무사히 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한국 배우를 모시고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이 넓어지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꼭 성공시키고 싶다. 마무리되면 봐달라 (씨네큐브 GV)

그 덕분에 7월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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