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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Jul 15. 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원더풀 고레에다!

제71회 칸영화제 황금 종려상은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품으로 돌아갔다. 보통 일본 영화들은 국내 개봉이 상당히 늦은 편인데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만큼은 예외다. 일본에서 6월 8일에 개봉한 후 한 달 보름 후인 7월 26일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본 영화치고 이례적으로 개봉 시기가 빠른 편이다.


영화 <어느 가족>을 기다리는 대부분의 한국 관객들은 이전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팬일 것이다. 7월 12일부터 CGV에서는 원더풀 고레에다라는 이름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을 시작했다. 고레에다 감독을 꽤 뒤늦게 좋아하게 된 편이라 극장에서 그의 작품을 관람한 건 <원더풀 라이프>와 <세 번째 살인>이 전부였다. 대신 집에서는 많은 작품을 관람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생각날 때마다 찾아보고 있고, <아무도 모른다>와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무척 인상 깊게 봤다.    




일본 영화계의 명과 암

생각해보면 일본 영화를 볼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마저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러브 레터>,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의 작품만 찾아왔을 뿐 평소에 일본 영화는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유명한 작품도 주로 예전 작품일 뿐, 최근 일본 영화는 좀처럼 인상 깊은 작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일본 영화 시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편이다. 그러나 그 위력이 우리에게는 좀처럼 와 닿지 않는데 그 이유를 연간 관객수에서 찾을 수 있다. 2016년 기준 일본 극장 총 관객수는 1억 8천만 명 정도인 반면 인구가 2.5배나 적은 우리나라는 2억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영화 관람료가 1,800엔(약 16,000원~20,000원)으로 상당히 비싸고, 2차 시장인 VOD 시장이 상당히 발달해있어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기형적으로 극장을 찾는 영화 산업이 발달했을 뿐, 일본 영화 산업의 저력은 확실하다. 일단 시장의 규모가 되다 보니 아카데미 영화제와 칸 영화제 등의 국제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09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굿'바이> 그리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 <어느 가족>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71회 칸 영화제(2018)에서 황금 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제57회 칸 영화제(2004)에서는 임팩트가 있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남우주연상은 누가 봐도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거머쥘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가 남우 주연상을 차지했다. 그의 나이 14살 때였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야기라 유야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조차 감독의 공'이라는
한줄평을 남겼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였다. 그의 존재만으로 쇠퇴하고 있는 일본 영화 산업이 앞날이 밝을 정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고레에다 감독의 출발은 영화감독이 아닌 텔레비전 연출가였다. 텔레비전 연출가일 때는 주로 비판적인 시각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스스로를 평가하길 '영화인이라기보다 텔레비전 방언이 밴 변칙적인 언어'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다른 감독들과 달리 그의 영화에서 돋보이는 몇 가지 특징이 돋보인다.


1.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관객을 일부러 울리지 않는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지루할 때쯤 신파극을 적극 활용하는데 고레에다는 오히려 지루함을 제거하기보다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낼 뿐이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보면 관객을 충분히 울릴만한 여지가 많은 영화임에도 그 어떤 장면에서도 신파를 배치하지 않고 있다.


2. 소외된 시선을 주로 다룬다.

죽은 자는 확고한 존재이며, 저는 죽은 자의 눈을 통해
지금의 어른을 객관적으로 비평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도 어른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그의 영화를 3편 이상 관람한 사람이라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아무도 모른다> 등의 영화처럼 아이들을 많이 활용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망, 이혼, 결별 등의 상실의 감정을 주로 그리는 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 영화는 전반적으로 "상실을 그린다"는 말을 듣지만 저 자신은 '남겨진 사람들'을 그린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3. 악역이 없다.

영화 <어벤저스:인피니티워>에서 타노스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고 그냥 스톤을 얻으면서 파괴하는 장면만 배치했다면 사람들은 타노스=악역이라는 공식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악역을 자처할 수밖에 없는 타노스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나쁜 의도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영리하게 던져주고 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 아이들의 엄마는 오히려 타노스보다 더 잔인한 악역 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고레에다 감독은 비난의 화살을 그곳으로 돌리지 않는다. 떠난 이를 원망하기보다 남겨진 아이들의 고통을 비추면서 오히려 '엄마에 대한 비난'보다 고통으로 점철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 스스로가 느끼는 미안함과 죄책감, 연민 등 복잡한 감정으로 둘러 쌓여 있는 '채무감'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그들의 가정'일 때는 제삼자의 시선으로 봤지만, 아이들만 홀로 남겨진 가정을 보고 있으니 우리는 어떤 이유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 관객의 감정은 동요되기 시작한다.      



원더풀 고레에다


이번 고레에다 특별전에서는 메가박스에서 보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함께 총 5편을 관람할 예정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위 3편은 이미 관람한 작품이지만 다시 한번씩 관람할 예정이고 추가적으로 <걸어도 걸어도>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관람할 예정이다. 아래에는 그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보고 썼던 리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한가


[원더풀 라이프] 사람에게 추억이란 무엇인가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야는 넓게, 시선은 좁게



영화를 본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
그 사람의 일상을 보는 방식이 변하거나
일상을 비평적으로 보는 계기가 되기를 언제나 바랍니다.


영화가 끝나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인생은 그곳에서 끝나지만, 여전히 일상에서 우리 인생은 현재 진행형이다. 보잘것없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보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에서 남긴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관람하고 일상을 비평적으로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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