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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Oct 15. 2018

경제적 자유라는 허상

책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청울림(유대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가지만 돈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간으로 돈을 산다. 회사에 내 시간을 팔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을 남들과 공평하게 쓰는 사람은 드물다. 부가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구입해 부를 축적하는 시간을 단축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구입할 돈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노동)을 팔아 부를 축적한다. 부가 많은 사람은 돈이 돈을 낳는 셈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노동이 돈을 낳는 셈이다.


  책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는 삼성에서 13년간 근무하다 서른아홉에 직장을 그만둔 유대열씨의 부동산 투자자로서의 삶을 그려낸 재테크 자기 계발서다. 제목만 봤을 땐 책 <부의 추월차선>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두 책 모두 경제적 자유를 지향하는 맥락은 비슷하지만, 책 <부의 추월차선>은 사업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책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는 부동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분당에 살고 있어 판교나 분당(야탑, 서현 등)에서 카페에 갈 때면 항상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30~50대 어머님들이 눈에 띈다. 매번 내가 찾아가는 카페나, 사람이 달라져도 그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내용은 비슷했다. 초반에 자녀 학업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부동산 이야기로 흘러간다. 회사를 다닐 때도 과장, 차장님들과 대화할 때도 주 단골 메뉴는 육아와 내 집 마련을 위한 부동산이었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하든 결론은 부동산으로 치닫는다.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꿈꾸듯이, 누구나 내 집 마련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월급 외에 다른 수입원이 없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내 집 마련을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20~30년 열심히 월급을 저축하면 집을 알았는데, 기간 동안 모은 돈보다 집이 세월을 적금 삼아 불린 돈이 더 크다.


앞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입사 10년 차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일이 너무 많은 것을 빼면 내 삶의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평화로웠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너무 안정적이라는 것, 너무 무난하다는 것. 돌이켜 보니 너무 뻔한 삶이었다.


 저자는 퇴사 후에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전국의 부동산을 수소문해 발품 팔러 다니는 노력이 있었기에 전업 부동산 투자자로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그가 책에 썼던 그동안의 노력만 살펴봐도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엄청난 흔적이었다. 아마 그 부분만 보고, 나도 저렇게 노력한다면 부동산 시세 차익과 임대 수입으로 큰돈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에서 13년간 근무했던 금융맨이었다. 적어도 경제/경영, 재테크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이야기다. 책에서는 퇴사 후 노력만 강조하고, 본인의 직업과 회사 생활하는 동안의 노력이 어떻게 부동산 투자자로서 도움이 됐는지 설명하는 부분은 빈약하다.


독하게 공부하라. 사람이 독하게 마음먹으면 직장을 다니면서도 1년에 1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1년에 100권이면 웬만한 투자 방법을 섭렵하는 것은 물론 좋은 마인드까지 장착할 수 있다. 얼마나 쉬운가. 1년이면 된다. 좀 더 외로울 수 있다면 그 기간에 부지런히 현장 조사까지 병행하면서 남들보다 훨씬 빨리 앞서 나갈 수 있다.   


 이미 그 분야에서 바삭한 사람이 100권을 읽는 것과,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이 100권을 읽는 건 다르다. 독서모임에서만 보더라도 같은 책을 읽어도 서로 느끼는 깊이가 확연히 차이 난다. 어떤 사람은 '그냥 좋았다'라고 끝나는 독서평이 어떤 사람은 A4 한 페이지를 채울 정도로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았는지 구체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덧붙여 설명한다. 사람마다 독서 근육이 다르듯이, 부동산 근육도 확연히 차이 난다. 


나는 ‘잘 모르는 초보니까 어쩔 수 없지 않았겠는가.’ 같은 휴머니즘만 가득한 패배자의 언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이와 같은 우유부단 씨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뭐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끝까지 파고드는 근성이 없는 것이다. 파고들지 않으니까 제대로 알 수가 없고, 알지 못하니까 확신을 갖지 못하며, 확신을 갖지 못하니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니 그들은 끝없이 고민하고 준비만 하다 좋은 세월을 다 보낸다.


 책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를 읽고 시중에 읽었던 수많은 자기 계발서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겨내서 전국에 수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세입자들에게는 천사 같은 면모를 뽐내고 있다. 반면 자신의 의견을 듣지 않았던 전 회사 동료, 지인 등은 부동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본인의 실패담은 어쩌다 한두 줄 기술할 뿐, 어떻게 실패했는지 자세히 기술하지 않고 성공담만 길게 나열하고 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의 실패담은 그와 반대로 자세히 기술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도 자신의 원칙을 입증하기 위해 길게 나열한다) 책읽다 보면 어떤 책은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지고, 어떤 책은 기분이 나빠진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까웠다. 저자는 故 구본형 소장 쓴 책을 읽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익숙한 것과의 결별> 제목을 책의 소제목으로 쓰고, 문체가 구본형 소장의 문체와 상당히 비슷한 걸로 보아 많은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체만 비슷할 뿐 독자에게 다가오는 메시지는 확연히 달랐다. 구본형 소장의 책들은 혼내는 느낌보다 정신 재무장하는 느낌을 줬다면 이 책은 간접적으로 혼내는 느낌을 받는다.


외로움을 견디라는 것은 남과 달라지라는 것이다. 강의장에 와서도 맨 앞자리에 앉아라. 강사와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라. 강의를 듣고 나서는 본인만의 시스템에 기록하라. 그리고 바로 적용하라. 강의 중독자가 되지 말라. 언제까지 강의만 듣고 그 자체로 만족하며 살 것인가. 스터디도 좋지만 너무 어울려 다니지 말라. 무리와 어울리면 안심은 될지언정 탁월한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 어울리는 시간은 때로 퇴보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외로움을 잘 견디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말 못 견디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외로움을 잘 견디는 편이라 저자가 쓴 이 문장에 상당히 공감하면서도,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에는 공감하지 못했다. 외로움 때문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외로움을 견디라는 것은 가혹한 징벌이다.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난다. 9년 전, 직장을 나와 며칠 마음대로 살다 보니 처음엔 너무 좋았다. 10시, 11시에 일어나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러다 곧 깨달았다. 이렇게 살다 폐인 되는 것은 시간문제란 것을. 그래서 스스로의 규율이 필요했고 그때부터 5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침형 인간이 있으면, 새벽형 인간도 있다. 프리랜서 중 많은 사람들은 10시쯤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잠든다. 아침형 인간이 절대적으로 좋다는 이야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패턴을 바꿔보기도 하지만, 결국 본인에게 맞는 패턴이 10 to 10이기에 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는데, 10~11시에 일어나는 게 폐인이라니. 뭐 자신에게 빗대어 얘기하는 거겠지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5시에 일어나는 것은 좋은 습관 중 하나겠지만, 반대에 있는 10시 기상이 나쁜 습관일 수는 없다. 블로그에서 이 문장을 봤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많은 독자들이 보는 '책'에 실린 문장이다. 본인에게 하는 말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기분 나쁘다면 그건 다른 사람에게 하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책에 대한 리뷰의 대부분이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부정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리뷰도 참 오랜만이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내용만 실린 책은 아니다. 돈에 대해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하며, 자기 경영에 철저한 사람이 올바른 마음이 가지고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식의 메시지는 유익했다. 이 책에 대한 주제를 다꿈스쿨 강연장에 가서 청울림의 강연을 들었다면 좀 더 다르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경제적 자유를 아직 채비하지 못한 사람이 혼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그리고 건물을 구입하고 다시 세를 놓기 전에 깔끔하게 수리해서 내놓는다고 했는데, 다른 건물주들은 그렇게 안 한다는 식의 일반화도 옳지 못하다. 물론 정말 건물에 대한 애정 없이 그 건물에서 나오는 시세 차익과 임대료만 축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을 거다.


 돈을 부정하지도 자본주의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나는 돈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돈에 끊임없이 흔들리고, 돈에 환장한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에 긍정할 수 없다. 경제적 자유는 꼭 부동산을 통해서만 나오는 자유도 아닌데, 이 책의 제목에는 최소한 부동산이라는 키워드는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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