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8. 워크앤힐 압구정
도시작가는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그룹입니다. 주변 환경과 분위기, 사람이 서로 영향을 받으며 완성되어가는 특별한 공간에 주목해요.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가 특별한 장소들을 제대로 나누기 위해 '도시작가'와 함께 로컬 공간 이야기를 수집합니다.
서울 곳곳에 일하기 좋은 공간이 늘고 있다. 그 말은 사람들이 더 이상 딱딱한 사무실에서만 일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밖으로 나와 카페에서 일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과거에는 같은 회사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모습이 익숙했다면 앞으로는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같은 회사 사람이 점점 더 적어질 것이다.
과거 개발자로 직장 생활을 했을 때 버그 때문에 밤새 디버깅해도 원인을 발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몇 시간을 보고도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다음 날 출근한 다른 개발자가 잠깐 보더니 바로 해결됐다. 허무했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이 쏟아질 때 잠시 눈을 부치면 잠이 달아나 오후 업무에 집중이 가능하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휴식도 잘 취해야한다.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고 시간에 비례해 생산성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A 기업은 주 4일 근무를 도입했는데 이전과 생산성에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일이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진척이 되지 않을 때면 직원들은 다시 5일 근무로 돌아갈까봐 직원들끼리 합심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휴식이 늘면 없던 팀워크도 생긴다.
10월의 마지막 월요일, 압구정에 위치한 커먼타운 워크앤힐을 방문했다. 워크앤힐이라는 이름만 봐도 일 뿐만 아니라 휴식을 중요시하는 공간처럼 다가온다. 서울 소재의 코워킹스페이스는 대부분 휴식보다 '일'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보니 코워킹스페이스를 다닐 때, 일하기 나쁜 환경은 거의 없었다. 다만 일할 수 있는 공간에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은 빈약했다.
식물은 일하는 공간에서도, 휴식을 취하는 공간에서도 사랑받는다. 워크앤힐은 일과 휴식을 모두 가능케하는 식물을 라운지 곳곳에 배치했다. 워크앤힐이 있는 7층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모든 날이 휴일 같은 기분을 느끼길 원하는 워크앤힐의 'Everyday Holiday' 슬로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워크앤힐을 이용하기 전에 먼저 연락드린 서한나 매니저와 함께 공간에 대해 40분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궁금한 공간이라 질문도 많았다. 방문하기 며칠 전 13개의 질문을 추려 메일로 보냈고, 오늘 만나서 모든 질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Q. 워크앤힐은 어떤 공간인가요?
코리빙하우스 커먼타운에서 만든 라운지예요. 식물과 함께 일을 할 수도,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워크앤힐은 좁은 의미에서는 디지털노마드족을 위해 일하기 좋은 라운지를 만들자고 시작했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자신의 일과 직업, 작업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하고,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 같은 역할을 기대 중이에요.
Q. 워크앤힐(Work&Heal)의 이름을 보면 이 공간에서 일도 하면서, 휴식도 취하는 것처럼 들려요. 특히 그런 의미에서 휴식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휴식 공간이 있나요?
창가 쪽에 침대처럼 생긴 컴포트 룸을 3개 운영하고 있어요. 사용 중일 때 따로 커튼을 칠 수 있어서 독립적인 공간으로 사용이 가능해요. 미팅룸(4인실) 같은 경우 넓은 쿠션으로 되어 있고, 주로 여성 분들이 많이 사용해요. 공간에서 일하다가 피곤하면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눕기도 하시더라구요. 외부에는 1인 테라스를 운영 중이에요. 자연 풍경과 식물을 보면서 바깥을 즐길 수 있게 해먹도 설치하고, 주변 풍경을 만끽하면서 일할 수 있는 프라이빗 테라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워크앤힐을 방문하기 전에 미리 사진으로봤었지만, 직접 방문해서 컴포트룸을 경험해보니 '이게 휴식이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휴식하기 좋은 곳은 콘센트가 없는 법칙도 워크앤힐에서 통하지 않는다. 잠시 눈을 부치거나,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땐 커튼을 쳐서 컴포트룸을 좀 더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다.
Q.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찾나요?
근처에 소규모 회사들이 많다보니 워크숍이나 외부 미팅 있을 때 그런 공간으로 많이 활용해요. 독립출판 작가, 영화감독분들도 주로 찾는데, 그분들의 작업물과 관련해서 판매하기도 하고, 상영회도 열어요. 또한 커먼타운 멤버들도 작업할 때 자유롭게 사용합니다. 앞으로는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과 나누길 원하는 작가나 교류를 많이 하시는 프리랜서들이 많이 찾아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코리빙하우스 하나하나를 늘리기보다 '커먼타운'이라는 공간으로 확대되길 원해요. 현재는 압구정, 성수, 서래마을에 코리빙 하우스가 주로 있는데, 특히 압구정은 그중에서도 중심이에요. 앞으로 압구정역,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에 하우스 몇 개, 아파트나 빌라, 연립 주택 타운을 구성해서 그 안에 워크앤힐과 같은 코워킹도스페이스도 있고, 카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업 공간도 생기길 원해요.
공간이 너무 맘에 들어 오늘 방문 이후로 꼭 다시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드렸다. 11월에 모임 사람들과 도시 전경에 내려다보이는 4인 미팅룸 알로카시아에서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콘센트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면 부족해서 난감한 경우가 있는데, 4인 미팅룸에는 2구 콘센트가 4개가 있어서 누구나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알로카시아'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일하다가 피곤하면 누워서 휴식도 취하고, 다시 업무를 재개하기도 한다고 한다. 일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미팅룸이라니. 신선하다.
Q. 워크앤힐을 먼저 알고 커먼타운을 알게 됐어요. 찾아보니 커먼타운은 서울 곳곳에서 코리빙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코리빙 말고도 코워킹쪽으로 지점을 늘릴 계획이 있는지?
현재 서울 곳곳에 20개의 커먼타운 코리빙하우스가 있고, 대략 150분 정도가 살고 있어요. 그분들의 니즈 중하나가 워크앤힐과 같은 코워킹 라운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 니즈를 반영해서 현재의 워크앤힐을 만들게 되었고, 앞으로 '코워킹스페이스'에만 집중하기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에 맞는 퍼블릭 스페이스를 오픈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 생길 거예요.
셀프 스테이션 옆에 있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야외 테라스'가 등장한다. 테라스는 커먼타운 코리빙하우스에서 본따 만들었다고 한다. 빔도 설치되어 있어, 테라스에서는 종종 영화 상영회도 열린다. 테라스만 별도로 대관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친구들과 맥주 들고 영화를 보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Q. 앞으로 오픈을 준비 중인 지점이 있을까요?
워크앤힐과 같은 코워킹 라운지는 아직 계획이 없고, 성수에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만들 예정이에요. 가볍게 체조, 스트레칭, 운동 클래스, 맨손 운동을 할 수 있는 실내 트랙이 넓은 공간을 계획 중이에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공간이라 계속 구상 중이에요. 내년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Q. 지점이 확장되면 멤버십은 공유가 되나요?
커먼타운 상업공간 전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 멤버십을 계획하고 있어요. 워크앤힐을 이용하시다가 커먼타운 하우스에 입주하시면 혜택을 드리는 멤버십도 함께 고민하고 있고요.
Q. 사진으로 봤을 때도, 직접 와서 봐도 공간이 예쁜데 코워킹 외에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나요?
대관도 가능해요. 테라스만 별도로 대관할 수도 있고, 전체 대관도 할 수 있어요. 요즘은 영화 촬영, 워크숍, 연말 모임 목적으로 대관 문의가 많은데, 앞으로 대관 사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에요. 다만 대관을 진행하면 멤버 분들이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어, 대관 예약은 최소 2주 전에 받고 그 기간에 오시는 멤버분들에게는 별도의 양해를 구하고 이용 못하는 날짜만큼 멤버십을 연장해드리고 있어요.
워크앤힐에 들어오자마자 초록초록한 식물보다 주의를 먼저 끈 건 기분 좋은 향기였다. 워크앤힐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멜론향이 첨가된 디퓨저를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도록 라운지 곳곳에 배치했다고 한다. 이 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 입구 쪽에 따로 판매도 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구입하신다고 한다.
Q. 레퍼런스 삼았던 건물이나 디자인이 있는지?
참고한 공간은 따로 없고 휴양지 콘셉트를 내도록 노력했어요. 디지털 노마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트렌드다 보니까 발리나 태국 같은 곳에 가도 코워킹, 코리빙할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많아요. 그런데 누구나 거기에 쉽게 갈 수는 없으니 대신 가까운 압구정에서 초록초록한 식물들과 휴양하는 경험을 느끼시면 좋을 거 같았어요. 워크앤힐에는 식물들이 상당히 많은데, 80% 이상이 생화라 직원들이 매일 1~2시간씩 관리하느라 고생이 많지만, NASA에서 지정한 공기정화 식물들이 많아 이용하는 내내 상쾌하실 거예요.
Q. 어떤 프로그램이나 클래스가 진행되었고, 예정되어 있나요?
프로그램이나 클래스는 큰 틀에서 워크와 힐로 나눠 각각의 주제로 운영할 계획이에요. 9월에는 독립 영화감독님들을 초청해서 상영회를 했었고, 지금은 독립 출판 작가들이 금요일마다 '글요일 살롱'을 진행하고 있어요. 11월에는 2016년에 문학동네 소설부문 신인상을 받은 박상영 작가님의 북콘서트가 계획되어 있어요.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헤어피스 만드는 꽃 관련된 플라워 클래스가 진행될 예정이에요. 앞으로 워크앤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계속 업무와 휴식이라는 키워드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기대해주세요.
아직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나 클래스가 체계적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보통 오픈 후 몇 달간은 멤버십을 중점으로 내실을 다지기 마련인데, 확실히 '코리빙하우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커먼타운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독립 서점이 아니면 서울에서 보기 힘든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독립 출판물뿐만 아니라 글쓰기 클래스와도 연계해 '실력 있는 작가'를 확실하게 챙겨주자는 워크앤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Q. 이 글을 보고 공간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혜택이 있을까요?
지난 달에 오픈하고 인스타에서 선착순 50분에게 무료 1일권을 주는 이벤트를 했었어요. 그때 200분이 넘는 분이 신청해주셔서 선착순 이벤트를 철회하고, 신청한 모든 분들에게 무료 체험권을 드렸어요. 그 중에서는 한 달 결제하시는 분들도 있고, 친구들이랑도 압구정을 지나가다가 들르곤 하시더라고요. 워크앤힐은 계속 무료 체험을 진행하는 것보다 프로그램이나 클래스에 참여하시면서 공간을 경험하고 다시 오게끔 만들고 싶어요. 다만 이 글을 보고 방문해보고 싶다는 분이 계시다면 워크앤힐 1주일 무료체험을 드릴게요. 도시작가 서용마님의 글을 보고 방문하고 싶다고 문자로 연락주세요!
커먼타운 워크앤힐 커뮤니티 매니저 연락처 : 010-5790-2370
카페는 편한 좌석이 있으면 콘센트가 없기 마련인데, 워크앤힐 라운지에서 대부분 좌석은 편하면서 콘센트까지 구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라운지 어딜 가나 초록초록한 식물이 많아 눈을 편하게 해 준다. 라운지의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만큼이나 오랜 시간 사용하게 될 의자도 눈여겨봤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편한 의자'가 필수다. 다행히 대부분의 의자가 편한 의자들이라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을 반긴다.
워크앤힐은 현재 시간제 이용권과 1달 이용권을 주로 판매한다. 1일권도 구입이 가능하지만 방문해야만 구입이 가능하다. 지금은 미팅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인근 회사의 외부 미팅 장소로 사용되거나, 퇴근 후 잠시 짬 내서 오는 직장인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앞으로 프리랜서나 크리에이터들의 방문이 늘어난다면 1일권도 스페이스클라우드를 통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커피와 차가 제공되지만, 시간제로 이용할 때는 시그니처 메뉴도 1잔이 별도로 제공된다. 나는 키위청으로 만든 에이드 '키위의 숲'을 주문했다. 키위청 위에 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으니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카페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피곤이 몰려올 때가 있다. 참아보려고 하지만 참기 힘들 때 고민한다. 집에 갈까. 아니면 여기서 눈을 좀 부칠까. 그렇지만 눕거나 편히 기댈 공간은 내 것이 아니다. 일하기 좋은 곳은 보통 휴식까지 취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서울 곳곳에 코리빙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무엇보다 편안함을 중시하는 커먼타운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워크앤힐 라운지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휴식의 불편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편한 공간의 매력을 더 잘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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