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습관의 힘』를 읽고
"아이스크림 세 가지 맛 골라주세요"
오늘도 주문하고 말았다. 왜 또 아이스크림인가. 그렇지만 한 스푼 퍼서 입에 넣는 순간, 오늘 받은 스트레스가 아이스크림과 함께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렇게 나쁜 습관은 기회를 엿보다가 내가 가장 취약할 때 "거 봐, 너 한 번은 무너질 줄 알았어"라고 씩 웃으며 당당히 찾아온다. 반면 기상, 운동, 독서 등 만들고 싶은 좋은 습관은 갖가지 노력을 쏟아봐도 정신 차리고 보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쁜 습관은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비웃듯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고, 좋은 습관은 '하고 싶은 노력'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인가.
뇌에서 쾌락과 행복을 담당하는 부분은 돈과 같은 보상을 가까운 미래에 얻는다고 상상할 때는 활동하지만, 먼 미래에 받는다고 상상할 때는 활동하지 않는다.
―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습관은 당장 내 삶에 영향이 적으면 적을수록 만들기가 쉽지 않다. 나쁜 습관은 아이스크림처럼 일시불로 바로 행복을 안겨주지만, 좋은 습관은 먼 미래에 크게 돌려주는 복리 적금과 같다. 대니얼 길버트가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뇌는 즉시 보상을 원한다. 좋은 습관이 나쁜 습관보다 만들기 더 어려운 이유다.
찰스 두히그는 책 『습관의 힘』에서 습관은 '신호 ― 반복 행동 ― 보상'이라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고리로 동작한다고 설명한다. 신호는 우리 뇌에게 자동 모드로 들어가면 어떤 습관을 사용하라고 명령하는 자극이자 일종의 방아쇠이다. 반복행동은 몸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심리 상태나 감정의 변화로도 나타난다. 보상은 뇌가 이 특정한 고리를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온종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지 못하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에너지가 소진됐다. 뇌에서는 계속 단 음식을 요구한다. 마침 배스킨라빈스 매장을 지나가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기분이 풀릴 거야"라고 상상하며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관찰한다. 나도 모르게 매장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맛보며 기분이 스르르 풀린다. 하지만 다 먹고 나오면 찜찜한 기분이 든다. 왜 그럴까?
심리학에서 행복한 감정을 측정할 때 정적 정서 및 부정 정서 척도(PANAS)를 참고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정신이 맑게 깨어 있는 기분이 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칼로리 높은 아이스크림을 해치웠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든다.(긍정 감정→부정 감정) 반면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는 처음엔 두렵지만 나중에는 기어코 해냈다는 자랑스러운 감정이 든다. (부정 감정→긍정 감정)
긍정 감정이 먼저 들었다가 나중에 부정 감정이 드는 습관은 당장은 득이 되지만 나중을 생각할 때 잃을 게 분명하다. (나쁜 습관) 부정 감정에서 긍정 감정으로 향하는 습관은 지금은 고통스러워도 시간이 지나면 얻는 게 확실하다. (좋은 습관)
물은 자신의 힘으로 길을 만든다.
한번 만들어진 물길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진다.
흐름을 멈춘 물이 다시 흐를 때에는
과거에 자신의 힘으로 만든 그 길을 따라 흐른다.
― 책 『습관의 힘』
좋은 습관은 꾸준히 만들어놓으면 원금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붙게 되지만, 효과를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하면 바뀌긴 하는 건가', '정말 효과가 있긴 하나', '이 시간에 차라리' 등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을 각오하고 도전한 습관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각오는 점점 자리를 잃게 된다. 우리는 뇌에 즉시 보상을 주는 나쁜 습관(긍정→부정)의 물길을 만드는 데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만들 때도 중간에 참지 못하고 나쁜 습관의 물길에 흐름을 연결한다. 그렇다면 좋은 습관은 나쁜 습관처럼 행동할 수 없는 걸까?
찰스 두히그는 습관을 만드는 황금률을 이렇게 정의했다. 동일한 신호와 동일한 보상을 제공하면 반복 행동을 바꿀 수 있고, 따라서 습관도 바꿀 수 있다. 신호와 보상이 같다면 거의 모든 행동을 바꿀 수 있다. 그의 말처럼 하면 나쁜 습관도 좋은 습관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단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① 같은 목적을 가진 모임에 참여하라.
어떤 변화가 가능한 듯한 모임에 가입할 때, 변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삶의 방식을 철저하게 바꾼 사람들 대부분은 중대한 순간이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재앙을 겪지 않았다. 그들에게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게 만든 공동체, 혹은 개인이 주변에 있었을 뿐이다.
습관을 만드는 과정은 지루하고 지난하다. 하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한다면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 다른 사람들이 도와줄 것이고, 누군가 포기하고 싶을 때 내가 도와주며 서로에게 끊임없이 할 수 있다고 의지를 북돋아준다. 혼자 하면 빨리 갈 수 있고, 함께 하면 멀리 갈 수 있다. 습관은 단거리 육상보다 마라톤에 가깝다. 러닝메이트가 있으면 완주할 확률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② 작은 성공의 경험을 늘려라.
작은 승리들은 순서대로 정돈되어 연쇄적으로 결합되지는 않으며, 각 단계가 미리 예정된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걸 입증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저항과 기회에 대한 암묵적인 이론들을 테스트해서, 궁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장애와 수단 모두를 알아내는 작은 실험들처럼 작은 승리들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경우가 더 많다. ― 조직 심리학자 칼 웨이크(Karl Weick)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기는 쉬운 일이지만, 매일 1페이지씩이라도 꾸준히 읽는 건 쉽지 않다. 전자는 하루 날 잡아서 몇 시간 동안 읽으면 된다. 하지만 후자는 30일 동안 (그게 1페이지일지라도)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바빴다, 여유가 없었다, 아팠다와 같이 평소에 쉽게 둘러댔던 핑계를 대기에는 고작 1페이지다. 아무리 작은 목표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삶은 새로운 행동이 습관이 되기 전까지 일상에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 독서 1페이지, 매일 스쿼트 1개 등 적은 횟수라도 작은 성공의 경험을 늘린다. 그렇게 해서 언제 책 읽고 운동하냐고? 맞는 이야기다. 매일 읽어봐야 30 페이지고, 매일 스쿼트 해봐야 30개다. 하지만 개수는 습관이 된 후에 늘려도 된다. 지금은 습관을 만드는 과정이다. 목표가 작더라도 막상 실천해보면 무척 어렵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하루 중에 언제 어디서 그 습관을 수행해야 가장 달성률이 높은지 실험을 해봐야 한다. (참고로 이 과정에서 실패할 확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잊어버려서'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 서로가 습관의 알람이 된다.)
③ 끊임없이 열망을 자극하라
유혹이 있을 때는 보상에 대한 열망에 집중하고, 그 열망을 가벼운 집착으로까지 승화시켰다. 그 보상에 대한 열망 덕분에 그들은 다이어트를 망쳐 버릴 유혹을 떨쳐 낼 수 있었다. 요컨대 열망이 습관 고리를 지배했던 것이다.
홉킨스는 치약 펩소던트에 박하유를 첨가하여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치아'가 아니라 시원하고 개운한 '감각'을 팔았다. 사람들은 그런 느낌을 청결과 동일시하면서 양치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열망은 습관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매일 밤 수많은 사람들이 얼얼한 느낌을 얻고 싶어서 이를 북북 문지른다. 열망을 자극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습관을 더 쉽게 형성할 수 있다.
④ 언제 무너지는지 기록해라. (습관의 신호를 파악해라)
어디에 있는가?
몇 시인가?
감정 상태는 어떤가?
주변에 누가 있는가?
충동이 있기 직전에 무엇을 했는가?
무너지는 이유는 많다. 특정 장소 또는 시간대일 수도 있다. 아니면 어떤 감정이 들 때 무너지거나, 주변 사람이나 친구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다. 끊고 싶은 습관이 있을 때는 장소, 시간, 감정 상태, 다른 사람, 직전의 행동을 꾸준히 기록해본다.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이면 그때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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