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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May 21. 2019

스트레스,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

책 『스트레스의 힘』을 읽고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지금부터 5년 전인 2014년.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맞이한 상반기 공채에서 연거푸 미끄러진 후 갑자기 길을 잃었다. 그 사이 친구들은 하나둘 합격 소식을 알려왔고 취업 턱을 냈다. 술잔을 부딪히며 친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지만 집에 오는 길은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 마라톤처럼 길게 달려야 하는 인생에서 지금은 아주 짧은 시간일 뿐이라고 위안 삼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때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 같았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었다. 소속감이 상실되자, 홀로 있는 내가 보였다. 그 모습은 한없이 어색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서 주변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문득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티스토리에 나를 분석하는 <자기 분석 보고서>라는 글을 작성했다. (3년 뒤 브런치에 직장인 신분으로 개정판으로 한 번 더 썼다.)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기분이 울적할 때 1번과 2번 중에 어떤 쪽이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자기 분석 보고서> 글을 쓸 때 나는 1번에 가까웠다.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갈피 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데 몇몇 사람들은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내다보며 자기 혼자 고통받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때가 많다.
― 책 『스트레스의 힘』中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특히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그 사실을 더 크게 받아들인다. 그 당시에는 나만 갈피를 못 잡고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차 혼란스러웠다. 무엇 하나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겪고 있는 개인적 고통은 "나만 그럴 것이다"는 고립감만 크게 가져왔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고통을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몇 주 간에 걸쳐 글을 발행하자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성격이 저랑 비슷해요"였다. 혼란스러웠지만 갑자기 웃음이 났다. 남들에게 드러내니 나와 비슷한 사람들 투성이었다. 애초에 혼자 끙끙 앓을 필요가 없었다. 누구나 공동체에서 벗어나면 소속감의 부재로 인해 고립감을 느꼈고, 유독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성격은 평범한 성격이었다. 그로 인해 졸업 후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 나에게만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혼자 고통스러워한다는 느낌은 스트레스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따로 고립됐다고 느낀다면 뭔가 조치를 취하거나 자신의 상황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기 때문에 필요한 도움을 얻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혜택을 입지도 못한다. 역설적이게도 스트레스보다 더 보편적인 경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 책 『스트레스의 힘』中


스트레스는 회피의 대상이 아니다.


책 『스트레스의 힘』을 읽기 전까지 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주변에 도움을 받는 대신 몇 날 며칠을 꽁꽁 숨었고 시간이 곧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나처럼 생각했던 사람들은 '스트레스는 무조건 해롭다'라고 말하는 경향이 크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들은 스트레스 대처방법으로 '회피'를 선택할 확률이 높고, 다음과 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거 내 얘긴가

우리는 좌절을 멈춰야 하는 신호로 인식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블로그에 열심히 포스팅해도 방문자 수가 형편없고, 댓글 조차 달리지 않아 좌절감을 느낄 때 스트레스를 받고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올라온다. 어차피 이렇게 써봐야 책은커녕 제대로 된 글 한 편 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는 자기 불신과 포기의 악순환은 블로그뿐만 아니라 좋은 습관을 만들고자 도전했던 다른 행동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 결과 목표에 쏟던 에너지와 관심은 끊임없이 소모되어 어떤 결과물도 못 만들어낸다.


스트레스가 뭔가를 의미 있게 만드는 원동력의 일부라면, 아무리 배제시킨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법이다. 그 대신 시간을 내어 스트레스를 철저히 검토하고 여기서 의미를 만들어낸다면 스트레스는 활기를 앗아가는 원흉에서 삶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으로 전환될 것이다. ― 책 『스트레스의 힘』中


스트레스는 우리 삶이 어딘가 잘못됐다는 신호가 아니라, 우리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과 인간관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발표하기 전이나 면접을 앞두고 긴장한 나머지, 손에 땀이 줄줄 흐른다. 우리 몸은 발표나 면접에서 실수를 유발하기 위해 나를 일부러 긴장시키는 것이 아니다.  


긴장감은 곧이어 저지를 실수의 징조가 아니라 뛰어난 성과를 낼 준비에 돌입했다는 증거다. 긴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발 진정하라고 말한다면 성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없다고 확신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 책 『스트레스의 힘』


우리는 목표가 위태로워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한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준비도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스의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는 “근심 없는 사람의 인생만큼 아름다운 인생은 없다. 근심 없는 삶은 참으로 고통 없는 악이다”라고 말했다. 졸업 후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는 스스로를 파악하도록 글을 써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를 느끼게 만들었고, 그  이후 어떻게든 취업과 관련해서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그때 내게 어떤 스트레스도 없었다면 나는 미래를 준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스트레스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 불편함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비록 인생을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적게 느끼는 편이 더 좋기는 하지만,
결국 성장을 일궈내는 것은 ‘어려운 시기’라는 것이다.
― 책 『스트레스의 힘』

Photo by Timon Stud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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