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심미안 수업』을 읽고
"요즘은 정말 들을 노래가 없어"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 번씩 내뱉는 말이다. 멜론이나 벅스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실시간 차트는 매일마다 누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실시간 차트는 최신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어서 예전에는 자주 이용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음악을 듣는 만족도도 많이 낮아진 것 같아 그곳에 올라온 음악은 이제 거의 듣지 않는다.
음악에 대한 취향은 시대성과도 관련이 높다. 10대와 20대에 즐겨 듣던 음악이 평생 좋아하는 음악이 된다. 이런 친숙함을 넘어 자기만의 취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을 쌓일 때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지던 음악 장르에 대해서도 감흥을 느낄 수 있다. ― 책 『심미안 수업』中
10대와 20대에 즐겨 듣던 음악이 평생 좋아한다는 음악이 된다니. 책 『심미안 수업』 을 읽다가 크게 공감한 문장이다. 지금 듣고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면 그 시절에도 자주 들었던 김동률과 김윤아, 토이, MBC 시트콤 《소울메이트》 OST 등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관람하다 내 귀를 사로잡는 노래가 나오면 바로 찾아서 들어보는 편이지만, 그런 음악들은 읽었던 책이나 관람한 영화의 여운이 옅어질 때쯤 플레이리스트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음악은 역시 들었던 노래가 제 맛이지"하면서 과거에 듣던 음악으로 되돌아간다.
"책 읽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독서습관을 만들죠?"
몇 주 전, 책『습관의 힘』을 읽고 독서모임에서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어떤 분이 이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말을 해도 바뀌기 쉽지 않을 거예요.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도와주는 게 가장 좋죠"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타인이 아무리 설득해봐야 변화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만족한 나머지, 타인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쉽게 상대를 설득하려고 한다.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소설가 김영하가 쓴 책『여행의 이유』가 좋다고 추천하는 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하이볼을 권하는 거나 다름없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와 닿지 않는다. 실시간 차트에 올라온 노래의 만족도가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부턴가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이지 않고, 옛날부터 들었던 익숙한 음악에만 머물러있었다. 그건 취향과는 달랐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중에서 더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취향이라면, 반대로 모든 가능성을 닫아놓고 "내 취향만 정답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그 내용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감각이 깨어나는 건 편견 없이 바라보고,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할 때'이다. 다가가지 않는데 어떻게 수용력이 생기겠는가. 사람들은 미적 감각을 특별한 능력처럼, 타고난 재능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반대다. '알아야 보인다.'는 말은 다가서야 느끼고, 경험해야 보인다.'로 바꿀 수 있다. ― 책 『심미안 수업』中
"미술관에 가봐도 별 거 없던데?"
"난 그림을 봐도 뭔지 모르겠더라"
"사진이 다 거기서 거기지"
"내가 듣는 음악은 정해져 있어"
"디자인이 아무리 뛰어나 봐야 기능이 먼저지"
이 책을 읽으면서 미술, 음악, 사진 작품 등을 보면서 더 봐야 별 것 없다고 흘겨넘기던 지난 날이 떠올랐다. 나는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제자리에서 팔짱을 낀 채로 평가하고 있었다. 한 걸음 내딛고자 하는 노력조차 없이 미적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불평했다.
책 『심미안수업』을 덮으며 지금 이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말한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