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순간 바로 답이 나오는게 매력!
성격상 책을 더럽게 못 본다. 형광펜으로 쭉쭉 그으면서 인덱스를 붙이고 메모하며 읽은 티 팍팍 내고 싶지만 그건 나랑 맞지 않다. (그 방법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그래서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과거에는 지적 허영심과 소유욕 둘 다 많아서 일단 맘에 들면 책부터 샀다. 덕분에 활자가 아닌 쌓아놓은 책 안에서 유영하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지금이야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많아 안 보는 책을 나눠주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더 이상 헤엄치지 못할 정도로 책이 쌓였을 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알라딘 중고서점이 뻗은 손길이 한 줄기의 빛 같았다. (그저 빛! 값을 후려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나는 비우는게 우선이었다.) 그때부터 어떤 책이든 언제든 중고서점에 투척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 깔끔하게 봐야 했다.
그래도 독서 기록은 남기고 싶었다. 깨끗하게 보면서 메모를 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책을 항상 다른 곳에 메모할 수 있는 집, 카페, 회사에서만 본다.
그 외에서 책을 읽을 때는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을 통해 좋은 문장이 있는 있는 페이지와 키워드를 살짝 적어놓고, 메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정리한다.
메모는 삼색펜을 활용하여 본깨적(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할 것) 방식으로 정리했다. 모든 책이 독서노트로 남는 건 아니었지만, 수년간 독서하면서 수십 권의 책이 독서노트로 남았다. 질 좋은 종이 위에 인상 깊은 문장을 적는 감각은 끝내준다. 책 읽는 시간만큼이나 독서노트를 정리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글자를 적어 내려가면 문장을 꼭꼭 씹어먹는 기분이 들었고, 그 순간만큼은 다른 세상과 분리되는 그 몰입감이 좋았다.
지금은 예전처럼 아날로그 방식으로 성의를 다해 독서노트를 관리하지 않는다. 문장을 적는 감각은 좋지만 매번 정리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만 감각을 포기한 건 아니다. 매일 책을 읽으면서 하루 2 문장 정도는 필사를 통해 노트패드에 기록한다. (삘 받을 때는 조금 더!)
아날로그 방식의 독서노트를 포기하게 된 건, 수고로움이 큰 이유였지만, 독서 스타일이 전자책 쪽으로 기운 것도 한 몫했다. 그때부터 주로 WorkFlowy를 통해 독서 리스트를 관리한다. 바로 이번 글에서 이야기할 주제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열만 했던 독서 리스트가 조금씩 보완되더니 현재 방식으로 발돋움했다. WorkFlowy 독서 리스트에는 상당히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책 제목, 작가 이름, 이번 달 독서량, 올해 누적 독서량, 이번 달 읽은 페이지, 올해 누적 페이지, 독서노트 유무, 완독 여부, 읽기 시작한 날짜, 완독한 날짜, 평점, 책의 쪽수, 이번 달 읽은 페이지, 종이책, 전자책, 장르, 독서모임, 구매, 대여, 대여 서비스(교보SAM, 밀리의서재, 리디셀렉트 등), 정말 끝내줬던 책(#BEST), 훌륭한 책(#GOOD)
종이에 독서 리스트를 정리할 때는 불편한 점이 몇 개 있었다. 리스트를 관리하다가 갑자기 깜빡한 책이 나타나면 수정 테이프로 지워서 다시 적거나, 새로운 종이에 모든 리스트를 정리해야 했다. (성격상 늘 후자에 가까웠다.) 독서 리스트를 적어야한다는 사실을 깜빡학 때는 상반기가 끝날 때나 연말이 돼서야 그 사실을 인지하던 해도 있었다. 무엇보다 읽다만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파악이 불가능했다. 책은 매일같이 신간이 쏟아지기 때문에 지금 책을 읽다가도 또 다른 책이 읽고 싶으면 관심이 금방 휙휙 이동한다.
위에서 본 WorkFlowy 독서 리스트의 최고 장점은 깔끔하게 정리된 리스트가 아니다. (깔끔하게 정리하는데 그친다면 조금 귀찮더라도 아날로그가 낫다. ) 바로 검색이다. 괜히 책 제목 뒤에 지저분하게 at(@)과 hashtag(#)를 붙여놓은 것이 아니다. 올해 6월까지 읽었던 책 중에 #BEST와 #GOOD을 검색해봤다. 필터링하는데 1초도 안 걸린다.
WorkFlowy 독서 리스트에 수많은 정보를 넣어놓은 이유는 검색의 효용을 좀 더 높이기 위해서였다. 아날로그 독서 리스트 방식으로 정리했을 때는 한 해가 마무리되면 정리된 리스트를 보면서 '올해 많이 읽었네'하고 그쳤다면 WorkFlowy 방식은 검색을 통해 다각도로 내 독서 취향을 알 수 있다.
1월부터 리디셀렉트로 전자책을 읽으면서 매달 6,500원을 내고 있다. 상반기에 리디셀렉트로 본전을 뽑았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필터링해봤더니 갑자기 리디북스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도 잘 이용해줘야겠다. 그 외에도 검색을 통해 아래와 같은 물음에 답할 수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 중에서 더 많이 읽는 건?
어떤 장르를 많이 읽을까?
가장 적게 읽은 장르는?
구입? 대여? 도서관에서 대출? 서평단에서 증정받은 것 중 가장 많은 건?
지금 구독 중인 전자책 서비스는 본전을 뽑고 있나?
평점 4 이상의 책은 전체 책 중에 몇 권?
만점을 준 책은 몇 권이나 될까? 장르가 편향되어 있나?
자주 찾는 작가가 있나?
한 권의 책을 읽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
책의 두께와 독서량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독서량이 적었던 달은 무슨 이유 때문에 못 읽었을까? (다른 기록과 연계해서 파악 가능)
여러 태그를 조합해서 검색도 가능하다.
가장 좋아하는 검색 기능은 단연 키워드 검색이다. 올해 읽은 책 목록에서 '배려'와 '피로'로 검색해본다. 내가 읽은 책의 독서노트에서 해당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으면 그 내용이 포함된 문장만 찾아서 보여준다. 글을 쓸 때 인용하거나, 따로 참고하고 싶을 때 무척 편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 5월에 쓴 글이 있으니 그 글을 참고하면 좋다. (이전 글 : 워크플로위 독서노트 활용법)
위에서 말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올해 연말 결산하면서 답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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