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행복을 풀다』를 읽고
"누가 자전거 훔쳐갔으면 어떡하지?"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고 나오는 길에 친구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한다. 친구는 요즘 퇴근 후 헬스장 가기가 번거롭다며 자전거 타고 회사와집을 오고가는 걸로 운동을 대신한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바퀴나 안장을 잃어버린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래서 타면서도 늘 분실이 고민이다. 우리나라 치안이 세계 최고라는데 자전거 치안은 아직 후진국인 것 같다. "그럼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다니는 건 어때?"라고 제안하니 친구는 자전거를 타면서 느낄 수 있는 바람과 풍경을 잊을 수 없단다.
불안한 미래를 현재로 데려오는 건 자전거를 타는 내 친구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도 그러지 아니한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기 전에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망할 것 같고,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올 땐 '설마 누가 가져가진 않겠지?', '가져가면 어차피 오래된 거 새로 하나 살까?' 별의별 생각을 한다.
걱정과 달리 잠금장치를 야무지게 한 친구의 자전거는 멀쩡히 있었고, 망할 것 같았던 발표는 청중에게 '오늘 발표 잘 들었어요'라는 피드백을 받는다. 화장실에 다녀와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내 노트북 덕분에 오늘도 새 것으로 바꿀 기회를 잃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여행 오면 가장 신기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카페에 지갑이나 노트북을 두고 장시간 자리를 비워도 아무도 손대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건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태도’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 책 『행복을 풀다』, 모 가댓
왜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마치 불행한 사건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예상하는 걸까? 책 『행복을 풀다』에서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태도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불행한 일이 벌어진 사람들의 삶은 평생 불행한 걸까?
성숙한 예술가들은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그 대표적인 예가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였다. 그녀는 6살 때 척추성 소아마비로 아홉 달을 집에 갇혀 있어야 했다. 이 병으로 인해 그녀의 오른쪽 다리는 왼쪽 다리에 비해 부쩍 짧아져 걸을 때마다 절었다. 그녀는 장애를 숨기기 위해 오른쪽 발에 양말을 겹겹이 신었고, 높이를 맞추기 위해 굽이 있는 구두를 신었다. 하지만 소아마비는 이후에 프리다 칼로의 삶에 펼쳐질 큰 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칼로가 16살이 되던 해, 당시 남자 친구였던 알레한드로와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전차와 충돌하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인해 왼쪽 다리 11곳이 골절되고, 오른발이 탈골되었다. 뿐만 아니라 요추, 골반, 쇄골, 갈비뼈가 골절되면서 성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하반신 마비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다. 하필이면 사고 당시 부러진 철근이 자궁을 관통하며 아이를 갖고자 했던 그녀의 의지마저 꺾어버렸다. 교통사고로 인해 평생을 신체적 불편함과 정신적 고통을 견뎌야 했지만 그녀는 고통으로 점철된 본인의 삶에 대한 의지를 캔버스 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책 『행복의 풀다』 를 쓴 모 가댓(이하 모)은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는 구글 X(구글의 비밀 연구소)의 신규사업개발 총책임자(CBO, Cheif business officer)다. 그는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없이 불행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행복하면 불행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공학자의 관점으로 '행복을 보장하는' 행복 방정식을 풀어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갑작스러운 질병 등과 같은 충격적 경험(외상)에 대해 글로 써보는 것만으로도 주관적 행복이나 신체적 건강에 뚜렷한 효과가 있다. (병원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바이러스 항체 증가) 그리고 이런 글쓰기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글 속에 자기 경험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 사람들이었다.
―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대니얼 길버트
모는 2014년 의료사고로 아들 알리를 잃었다. 그때부터 그는 본인이 만든 행복 방정식으로 슬픔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아들이 세상에 떠나고 17일 후부터 그는 세상 곳곳에서 쓸데없이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행복 모델을 알려주기로 마음먹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바로 『행복을 풀다』 의 초고였다. 그는 '행복'을 주제로 글을 쓰며 아들 잃은 슬픔을 칼로처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칼로와 모는 각각 교통사고와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큰 불행을 겪으며 모든 것이 바닥으로 내려간 느낌을 받았지만, 그들은 지금의 불행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불행은 언젠가 행복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며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행복을 위해 행동했다.
패스트푸드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곁들이는 콜라는 늘 한 잔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셀프 음료대에 가서 바로 리필해온다. 콜라를 리필하러 갈 때는 어떤 고민도 하지 않는다. 마시고 싶은데 없으니 바로 채워온다. 콜라처럼 행복도 고민 없이 내가 원할 때 리필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한 순간이 많은 사람은 기다리지 않고 언제든지 쉽게 채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을 빠짐없이 무작정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했고, 그 기록에 행복 목록(Happy Lis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책 『행복을 풀다』, 모 가댓
아이의 웃음소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시는 커피, 석양 질 때 하늘의 풍경,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을 때, 여름날의 치맥, 막 세탁소에서 찾아온 의류의 냄새,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날씨.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행복 목록은 많다.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행복 부자가 된다. 행복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의 행복에 기웃거리며 탐내기 바쁘지만, 내 안에 행복이 넘치면 원할 때 언제든지 타인에게 선물할 수 있다. 행복을 풀어서 우리에게 책 『행복을 풀다』를 선물해준 모 가댓처럼, 타인의 비어있는 행복을 리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내가 먼저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오늘부터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부지런히 행복을 수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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