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럼 저건요? 그렇다면 그건요?
브런치팀 담당자의 따발총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번 질문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질문이 금세 장전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니 원래 약속했던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아쉽네요. 더 물어보고 싶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브런치팀에서 1:1 티타임을 제안해준 덕분에 카카오 판교오피스에 처음으로 다녀왔다. 이 메일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저요..? 제가요? 왜요?'였다. 예전에 브런치팀과 티타임을 했던 흔디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구독자 수가 이 정도는 되어야 브런치 팀이랑 이야기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미 뛰어난 작가들이 넘치는 브런치에서 브런치팀은 왜 내게 1:1 티타임을 제안했을까.
다시 개발자로 돌아가셨던데, 안 돌아가신다면서요!
카카오 카페테리아에 도착하고 브런치팀 담당자를 만났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건네받았는데 담당자분이 말씀하신다. "작가님. 다시 개발자로 안 돌아가신다면서요."
그 말을 듣고 느낌이 왔다. 이건 하하호호 웃고 즐기고 맛보는 티타임이 아니겠구나. 내가 쓴 글에서 나를 이야기한 부분을 알뜰살뜰 챙기고 있었다. 내가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잘 알듯이, 브런치팀도 나를 잘 파악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5년 전 티스토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의 브런치처럼 그때는 티스토리에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막 자료를 옮기고 있던 터라 매일 같이 수십 개의 글을 발행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인터뷰를 제안하는 댓글이 방명록에 달렸다. 지금은 사라진 한남오피스에 다녀왔다. 지금이야 말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그때는 상당히 쪼렙이었다. 용기 내어 도착한 Daum UX Lab에서 취조실처럼 생긴 곳에 들어가서 예정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녹음도 할 거고, 촬영도 할 거고, 밖에서 모니터링도 할 건데 그래도 괜찮냐는 질문에 속으로는 '아니오'라고 말했지만, 입에서는 쿨한 척 '괜찮아요'가 튀어나왔다. (그때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티스토리 블로거 인터뷰였는데 네이버 블로그만 찬양하고 돌아가서 은근히 미안했다.)
브런치 1:1 티타임은 2:1로 둔갑했다. 디자이너 한 분이 함께 참석하신다고 하셨다. 브런치 UI/UX도 관심이 많아 오히려 더 좋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디자이너님이 갑자기 부담감을 느끼신다.) 회의실에 들어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고 나서 티타임을 빙자한 회의(?)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질문은 다음 달에 런칭될 '브런치북' 서비스에 집중됐다. 현재는 테스트 중이라 제한된 몇몇 작가에게만 브런치북을 이용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8월이 되면 모든 브런치 작가가 브런치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브런치'는 현재 제공되는 베네핏(브런치북 프로젝트, 위클리 매거진, 출간, 기고 등)을 얻는 사람은 극소수의 작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는 브런치북은 글의 퀄리티가 좋아도 독자와 연결조차 되지 않아 죽었던 수많은 작가의 글을 '브런치북'이라는 멋있는 서비스를 통해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 '브런치북'에 대해 말씀드렸던 부분.
2016년부터 브런치를 사용하면서 점점 멋진 서비스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의 반응만 봐도 다른 블로그와는 차별화되는 글쓰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브런치는 작가들로 하여금 '계속 쓰면 힘이 된다'는 느낌을 강력히 던져주는 플랫폼이다. 하지만 그 느낌이 항상 긍정적인 면만 부각된 건 아니다. 애정이 있으면 그만큼 쓴소리도 강력한 법. 벌써 4년째 브런치에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해 알고 지낸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부분이 '통계의 아쉬움'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아쉬움 점은 많다. 이 부분을 브런치 담당자에게 기관총처럼 말씀드렸다.) 브런치북이 8월에 정상적으로 안착되고, 하반기에는 통계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계획을 말씀해주셨다.
가장 신경 쓰고 있는 통계 자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독자'라고 답했다.
라이킷은 내 글을 구독하는 사람이라면, 구독자는 내가 쓴 모든 글을 구독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독자가 중요하다. 반면 공유수는 허수가 너무 많다. 페이스북에서 소위 말해 '인싸'면 좋아요만 수십 개, 수백 개 받아도 브런치에서 그 글이 마치 널리 공유된 것처럼 조작할 수 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다른 SNS(인스타그램, 트위터)의 공유도 포함이 되면 의미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 '통계'에 대해 말씀드렸던 부분.
1시간 30분 동안 '브런치'라는 서비스에 대해 폭넓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적잖이 놀란 부분이 많았다. 티타임 대상자를 선정할 때 나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그보다 더 나(엄밀히 말하면 내가 쓴 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브런치에 대한 느낀 점을 말할 때마다 브런치팀도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말할 만큼 이미 고민 중인 지점과 내 생각이 맞닿아있었다.
계속 지금처럼 글만 쓰면 되겠구나.
브런치팀의 따발총 같은 질문 세례 사이에 궁금한 것을 틈틈이 물어보니 미리 준비한 질문이 다 해결되어 있어서, 마지막에 따로 물어볼 게 없었다. 평소 느꼈던 아쉬움은 다 털어냈다.
브런치에서 벌써 몇 년째 왕성한 활동 중이다. 아니, 처음부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발행한 글만 400개가 넘는다. (그중에 발행 취소한 글도 수 백개다.) 앞으로 몇 개의 글을 더 발행할지 모르겠지만 글 쓰는 재미를 느낀 이상 당분간은 멈추진 않을 것 같다.
노트북 준비해오신 분은 처음 봐요.
내가 노트북을 꺼내자 브런치팀은 노트북을 준비해온 분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랬다. 나도 평범한 티타임이 아닐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티타임이 끝나고, 브런치 팀에서 선물을 준비해주셨다. 고맙습니다.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