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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Dec 08. 2019

계속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몇 년이나 쓰셨어요?


딱히 세어보지 않아서 매번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1년. 2년. 3년. 내가 써온 시간을 헤아려본다. 자그마치 벌써 8년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쓸 수 있냐고 비결을 묻는다. 미안하지만 비결은 없다. 그냥 좋아서 썼고 그래서 계속 했을 뿐이다.


이제는 그냥 습관이니까. 여행에 가서도 기록은 걸림돌이 아니다.


매일마다 오늘을 기록하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월등히 좋아진 건 나를 믿는 힘이 강해졌다. 처음에는 시간을 이렇게 썼을 것이다라고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직접 기록해서 눈으로 보는 시간의 차이가 심해서 내면에서 나를 괴롭히는 다양한 소음이 들려서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이렇게 많이 잤나'

'생각보다 아침에 챙기느라 쓰는 시간이 많네'

'회사에서 집중하면서 일하는 시간이 많지 않구나'

'일요일에 빈둥대는 시간이 정말 많네. 이 시간들을 휴식 시간으로 봐야 맞는 걸까?'


마음이 불편할 때 우리는 멈추고 싶다. 멈춰야 할 이유가 가득하고 여기서 더 불편해지기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소음이 들리기 시작할 때 계속 할 힘을 잃는다. 몇몇 사람들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외부 보상'에 기대거나 꾸준히 하는 사람을 통해 '외적 동기'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외부 보상'이나 '외적 동기'는 시작할 때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좋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가 분명하다. 내적 동기가 약한 사람들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조언을 지나칠 정도로 참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후에도 멈추고 싶어 하는 내면의 '소음'에 또 지나칠 정도로 귀 기울이고 수긍한다.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보상과 외적 동기가 더 커져야 하는데 한계 효용이 체감될 수밖에 없다.


자기 보상이란 이기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자체가 보상으로 느껴지는 일에 참여하려는 욕구를 뜻한다. 어떤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 자체가 보상이 된다는 의미에서 ‘내적 동기’라고도 불린다.

책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멈추고자 하는 소음을 없앨 수는 없지만 잠시 끌 수는 있다. 바로 몰입을 통해서. 내적 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몰입하는 힘이 강하다. 그들의 보상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몰입 자체에 있다. 다시 말해서 몰입 경험 자체가 그들에게는 보상이 된다.


어떤 분야든 꾸준함이 깃든 사람에게 비결을 묻는다면 딱히 이유가 없다. 그냥 하는 게 좋아서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듣는 입장에서는 김 빠지는 소리처럼 들릴지 몰라도, 그 상황에 몰입하는 그들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그 상황 자체에 푹 빠져있어서 좋다고 느낄 뿐이다. 반면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달리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책을 읽다가도 다른 일이 더 중요한 일처럼 느껴질 때 그것을 수용하고 몰입으로 가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한다. 뭐 하나 진득하게 못하고 자꾸 다른 일로 옮겨가는 건 내가 우유부단한 것도 있지만, 내면의 소음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


역시 문구는 지름이 제맛이지


 많은 사람들과 2020년을 더 잘 보내기 위해서 12월에는 26명과 함께 '매일 플래너 쓰고 사람 되자!'라는 타이틀로 매일 플래너를 쓰고 있다. 그 중 플래너를 처음 쓰는 yk님은 내면에서 지금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내면의 소음을 이렇게 멋진 그림으로 탄생시켰다. 어쩌면 내면에서 들리는 소음을 이렇게 그림 또는 글로 남겨두는 것도 나중에 비슷한 소음이 들렸을 때 내가 참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플래너 쓴다고 사람 되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고민 없이 '아니요'라고 답할 수 있다. 오히려 크게 바뀌는 것 없이 일상에서 틈틈이 시간을 기록해야 하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만 늘어난다. 다만 우리가 목표를 세우는 일은 그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에서 말했듯 마음속에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면 일주일 내내 훈련이 제대로 안 풀리더라도 장기 목표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이다. 그게 목표를 설정하는 이유기도 하다. 내가 하는 일이 지금 즐겁다면 꾸준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하는 일이 즐겁게 느껴진다면 계속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참고도서

책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크리스틴 웨인코프 듀란소, 필립 래터


글 : 서용마(@symuch)

그림 : YK(@60.g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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