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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ug 03. 2019

전자책 읽는 마음

727페이지가 부담스러워도 꼭 읽어봐야 할 책 (오른쪽 책 아님. 왼쪽 책!)


'아.. 이 책만큼은 전자책으로 샀어야 했는데'


무려 1kg가 넘는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2주 넘게 읽으면서 열렬히 후회 중이다. 내용이 별로라서? 아니다. 이 책은 기존 300년 전통 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행동경제학 분야의 창시자이자 심리학자로서는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썼다. 책 내용이 조금 어렵긴 해도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흥미로운 주제가 넘친다. 다만 너무 두꺼울 뿐이다.


요즘 다시 종이책 읽는 재미에 빠진 나머지, 일말의 고민 없이 샀는데 이렇게 두꺼울 줄이야. 이 책으로 인해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 속 물건들의 무게를 줄여야 했다. 가죽 바인더는 꼭 필요한 자료만 담은 얇은 PP바인더로 바꾸었고, 필사용으로 들고 다니던 책은 오늘 분량만 사진을 찍어두고 집에 둔다.




여행을 떠나면 항상 종이책 한 권을 들고 갔다. 왠지 여행지에 가서 심심할 때 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짐을 꾸리면서 책을 가방에 넣을까? 고민했지만 이미 자잘자잘한 여행템과 보조 배터리, 노트북 등으로 가득 차서 책까지 넣으면 너무 무거워져 공간이 넉넉한 캐리어에 책을 넣어둔다. 비행기를 타고 깨달았다. 여행 중 책을 읽기 가장 좋은 환경은 기내였다는 걸.


'읽을 것 같은 기분'에 한 번 속고, 두 번 속고, 여러 번 속다 보니 전략을 수정했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 리더기를 들고 간다. 작년 4월에 치앙마이로 떠나면서 기내에서 책 《혼자 여행하는 이유》를 후딱 해치웠다. 인터넷이 안 터지는 기내는 독서하기 좋은 환경이다. 여행 중 태국의 더위에 찌들어 잠시 대피한 카페에서도 책 《플루언트》도 금세 읽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책 《다동력》을 읽었다. 종이책이었다면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었을까?


삶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버리지 말 것

브런치에 2년 전에 쓴 글 『크레마를 쓴다는 것』에서 크레마(전자책 리더기)를 쓴다는 건 내 독서 인생에 더 많은 재미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고 썼다. 그 말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전자책 리더기와 종이책 한 권을 넣고 다닌다. 성격상 질리면 멈추는 타입이다. 그래서 화제를 빨리 전환해야 한다. 종이책만 읽었을 때는 그 책이 질리면 독서를 멈췄다. 하지만 전자책을 함께 읽기 시작하고나서부터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질리면 다른 책을 꺼내 든다. 그렇다 보니 한 번에 여러 권을 읽게 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종이책으로는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있고, 전자책으로는 《영화의 진심에 대하여》,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을 읽고 있다. 그 순간에 맞는 재미를 선택할 수 있으니 독서가 멈추지 않는다.


두 달 전쯤, 독서모임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분이 내게 '전자책 리더기'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분은 원서도 읽을 예정이라 킨들을 구매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국내 도서를 고려하면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아 전자책을 자주 읽는 내게 의견을 구했다. 나는 확장성이 좋은 크레마 계열의 최신 기기를 추천했다. 다음 독서모임 때 그분은 내가 추천한 크레마 기기를 들고 왔다. 써보니깐 어떠냐고 물으니 국내 도서는 물론 원서 읽는데도 느리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께도 하나 사드렸다고 했다. 나는 그 순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전자책 리더기를 쓰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해 잘 쓰고 계신지 궁금했다.


"불편해하시지 않나요?"

"종이책은 글자가 작아 보기 힘들어하시는데, 전자책은 오히려 글자를 키울 수 있어서 흡족해하시더라고요"


'아. 글자 크기!'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키는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글 쓰는 건 나이 들어서 시작해도 충분하지만, 독서는 나이가 들면 노안이 생겨 지장이 많으니 젊을 때부터 게을리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 책이 전자책이라면 하루키의 말이 틀린 셈이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지금은 2년 넘게 쓴 크레마 사운드와 작별하고 리디 페이퍼 프로로 쓰고 있다. 크레마와 리디를 비교하는 내용을 쓰고 싶지만 그 내용만으로 글 한 편이 완성될 분량이라 생략한다. 전자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도 어느덧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종이책으로만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도 나처럼 독서 인생에 더 많은 재미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 물론 선택은 본인의 몫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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