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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ug 07. 2019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운동을 하지 않았다.

몸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될 것

올해 초부터 리디셀렉트를 구독하면서 책을 구입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이지. 여전히 책은 많이 산다.) 베스트셀러를 확인해봐도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 리디셀렉트에 숨어있는 책을 한 번씩 살펴보는데 괜찮아 보이면 일단 '마이 셀렉트'에 추가해서 책 내용을 확인해본다. 책을 구입만 해서 읽었을 때는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읽었다면 전자책을 구독하고 나서는 책이 별로면 빠른 손절이 가능하다. 그렇게 다시 읽을만한 책을 찾아본다.


'읽을만한 책 없나? 소설은 부담이고, 자기계발은 요즘 너무 많이 읽었는데..'


부담된다는 이유로, 요즘 많이 읽었다는 이유로 여러 분야를 제외하고 뜸했던 에세이를 뒤져본다. 그때 우연히 책 《사과를 먹을 땐 사과를 먹어요》를 만났다. 표지부터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뒤로 가기를 하려다가 책을 읽었던 사람들의 댓글을 확인했다. 평이 좋았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읽어볼까?



이 책은 읽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뻔했다. 1월에 읽었으니 벌써 7개월이 지났지만 주변 사람들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면 가장 먼저 이 책부터 내민다. 물론 시중에 좋은 책은 많다. 하지만 추천의 대상이 된다면 권하기 쉽지 않은 책이 많다. 최근에 읽었던 책 《생각에 관한 생각》도 역대급으로 좋았던 책이라 만나는 사람들마다 권하고 싶지만 1kg가 넘는 무게,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 방대한 주제 등을 고려하면 쉽사리 추천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 《사과를 먹을 땐 사과를 먹어요》는 200페이지 분량의 얇은 에세이면서 내용은 또 가볍지만은 않아 누구에게나 추천하기 좋았다. 책을 읽었던 지인 분은 이 책을 읽고나서야 요즘 애들이 갭이어를 가지는 이유를 이해했다고 말씀하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는 왜 젊은 애들이 갭 이어를 가져야 하는지 이해를 못했어요. 적어도 10년, 20년은 일하고 나서야 1년 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지. 끽해야 2~3년 일하고 나서 1년씩이나? 한두 달 쉬면 모를까. 그런데 책 《사과를 먹을 땐 사과를 먹어요》를 읽으니 왜 요즘 애들이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이 책을 쓴 저자 디아는 북 에디터이자 요가 선생님이다. 읽었던 책이 좋으면 그 작가의 다른 책으로도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 이번 글에서는 책 《사과를 먹을 땐 사과를 먹어요》가 아니라 그녀의 다른 책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운동을 하지 않았다.


고백부터 해야겠다.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운동을 하지 않는다. 작년 4월까지만 해도 1년 회원권을 끊었던 헬스장을 열심히 다녔었지만 그 이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기록, 글쓰기, 독서 등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꾸준함이 깃들었지만 운동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움츠러든다. 작년 말에 몸에 안 좋은 신호가 있고 나서야 정말 운동해야겠다 생각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또 괜찮아지니 운동이 없던 일상으로 돌아왔다.


헬스장은 PT 영업을 너무 많이 해서 부담이고, 스쿼시를 배우고 싶지만 할 곳이 마땅치 않고, 집에서 운동하기에는 너무 좁다는 이유로 운동을 멀리하고 있다. 책 《걷는 사람, 하정우》,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며 '그래. 집 앞에 있는 탄천에서 걷고 달려야겠다!'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책 내용이 잊힐 때쯤 그 의지도 함께 사라졌다.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의자를 내려보다가 가끔씩 놀라곤 했다. '아, 나에게 다리가 있었지!' 몸이 사라진 삶은 생각의 자유를 준다. 덕분에 온종일 생각할 수 있다. 전철에서 삶에 대해 고민하고, 폰을 보며 시대를 한탄하고, 모니터를 보면서 원고를 생각하고, 가끔은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생각 비우는 법에 대한 동영상을 보며 생각하고.  

― 책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디아 


아.. 이 문장을 읽으며 바닥으로 향해있는 내 두 다리를 확인한다.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샤오미 미밴드에서 오래 앉아 있지 말라고 매시간마다 알람을 주지만, 그 알람을 무시한 지 오래다. 처음에는 그 알람이 울릴 때 자리에 일어나서 스트레칭하면 되겠다고 설정했는데, 지금은 그저 시간 확인 용도다. '벌써 1시간이 지났구나'


저자 디아는 몸이 사라진 삶은 생각에 자유를 준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는 하루 종일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에 허우적거리며 삶의 균형을 잃는다. '저 손목이 너무 아파요'라고 말하는 오른쪽 손목(몸)보다 '지금 할 일 있으시잖아요? 끝내고 병원 가든 쉬든 하시죠?'라고 말하는 머리의 말에 귀를 더 기울인다


 B군은 대기업 면접에서 한 임원에게 느닷없는 질문을 받았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말해보세요" 

 그는 면접을 대비해서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그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준비한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면접관 앞에 앉은 B군과 나는 크게 다른가? 아마 아닐 것이다. 행복감을 느끼는 일에 더 솔직해지자. 또 더 진지해야 한다. 가끔은 그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머리로 하는 생각은 이럴 때 유용하다. 


'행복'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작년부터 사람들은 어디서 행복을 느끼는지 궁금한 마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 행복한지 묻고 다녔다. 대부분 한 두 가지는 쉽게 떠올렸지만 더 이상 끄집어내지 못했다. 그전에 스스로 묻던 나도 B군과 다를 게 없었다. 행복은 보통 몸의 감각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 몸이 행복한 순간에 풍덩 빠질 때 '맞다. 이게 행복이었어!'라고 느낀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항상 분리되어 있다. 몸이 그곳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머리로 그 순간을 떠올리지 못한다.


머리가 괜찮다고 몸에게 시키는 일은 쉽게 수긍하면서도, 머리는 몸이 하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오늘은 술 마셔야지'라고 머리가 떠올리고, 숙취는 전적으로 몸이 책임진다. 다시 먹지 말라는 의미로 온몸에 고통(특히 두통)을 선사하지만 회복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오늘도 술 마셔야지' 모드로 바뀐다.


나부터 반성해야겠다.


이 책 읽기 전에 바로 전에 읽었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에 대한 내용이 언급된다. 경험하는 자아는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자아, 기억하는 자아는 훗날에 과거를 떠올리는 자아다. 우리가 삶을 채택할 때 유일한 관점은 기억하는 자아의 관점이고, 경험하고 있는 자아의 관점은 그 순간이 지나면 바로 무시된다. 나중에도 경험하고 있는 자아는 발언권이 약하거나 거의 없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서평을 읽으면 좋다.) 


몸과 머리도 이 두 자아랑 다를 게 없다. 몸은 경험하고 있는 자아에 가깝고, 머리는 기억하고 있는 자아다. 몸은 계속해서 안 좋은 신호를 내보내지만 머리는 그 신호를 무시하고 지가 하고 싶은 일만 계속 고집하며 몸에게 하청을 준다.


내 몸에 계속 사는 일은 때로 매우 힘들다. 때로가 매일이 되는 때도 생긴다. 그때는 지금의 느낌, 감정, 정신 상태를 마주하는 게 되려 고문이다. 퇴근 후 혼자 있을 때부터 그 고문은 천천히 시작된다. 일할 때도 몸에서 마음이 자주 떠난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을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고 간다. 응급 상황에 반응하는 호르몬이 분비되게 만든다. 쉬어야 한다는, 그만두고 싶다는 몸의 신호는 감지되자마자 그 스위치를 내려버린다.

― 책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디아 


'내가 몸의 신호가 주는 스위치를 내리며 살았구나', '몸을 생각한 적이 없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뜨끔함의 연속이었다. 항상 머리가 시키는 일만 생각했지. 몸의 신호는 감지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운동을 멀리한 것도 한 예다. 몸은 운동하라고 계속 신호를 보냈지만, 머리는 핑계를 대며 계속 운동을 멀리했다. 점점 나이가 드니 몸에서는 신호를 자주 보내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농담처럼 '나이 들어서 이제 안 아픈 데가 없어'라고 말하며 웃어 넘기기만 했다. 나부터 반성해야겠다. 무엇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잘 챙겨야겠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몸에게 무슨 짓을 하고 사는가? 계속 깨어서 일하라고 카페인을 들이붓는다. 외로움을 잊으라고 밤새 먹인다. 불안함을 잊으라고 술을 주입한다. 숨을 잘 쉬고 싶어서 숨 쉬기 어렵게 만드는 담배를 빼어 문다. 누구나 ‘몸 떠나기’를 반복하며 산다. 나는 카페인으로 새벽까지 깨어 있다. 불안할 때 과자를 자꾸 먹는다. 유튜브를 계속 본다. 

― 책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들》, 디아 



Photo by Zac Duran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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