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Oct 29. 2019

특히 토요일은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2015년부터 시작했던 모임은 11월이 되면 딱 4년이 된다. 누구보다 불금을 좋아하던 내가 이제 불금을 즐기지 않는다. 매주 토요일 오전 강남 근처에서 모임을 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연차가 쌓였지만, 초반만에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모임이 끝날 때마다 한숨을 쉬었는데, 이번 주도 무사히 끝나서 내뱉는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다음 주에는 뭘 해야 하지? 걱정하는 한숨이었다. 다음 주에 쓸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고, 누가 불참하는지 체크해야 했으며, 사람들이 과제를 내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카톡을 보내며 서로가 불편한 독촉을 해야 했다. (물론 콘텐츠는 지금도 걱정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어떻게든 돌아간다.)  


이렇다 보니 예전처럼 즐기던 불금에 더 이상 술을 입에 거의 대지 않는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오늘은 조금만 마셔야지' 다짐하며 못 이기는 척 마셨지만 그럴 때마다 보기 좋게 무너졌다. 그때부터 금요일에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함께 술 마시던 회사 동기들도 어느 순간부터 나를 위해 다른 날로 약속을 잡아 배려해주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살롱 문화가 대세다. 커뮤니티와 모임이 힙하다. 기껏해야 개인이나 작은 비영리 단체가 좋아서 만든 모임은 이제 기업까지 나서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그럼에도 잘 팔린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모임에 목마르다는 증거일 테니까. 하지만 모든 모임이 잘 돌아가는 건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모임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모임이 만들어지는 건 사람들(특히 모임장)의 열정으로 귀결되지만, 사라지는 이유는 열기가 식어서,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서로 사이가 좋지 않거나, 반복되는 느낌이 들어서 등 너무나도 많다.


지금이야 프로 모임러가 됐지만 4년 전에는 이 모임이 나도 처음이었다. 그전까지 모임에 참석해 본 적이 없었다. 20대 중반이었던 나이가 앞자리가 달라지는 동안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이 달라졌다.


1,2년 전쯤 모임을 그만둔 분들이 몇 달 전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그만둘 때 있던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어서 놀라셨다. 현재 참여하는 사람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보니 이제는 마치 작은 회사처럼 역할도 골고루 나눠가지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내가 챙겨도 되지 않은 날에는 금요일에도 술 약속을 잡으며, 다른 사람의 인사이트가 담긴 발표를 듣는 시간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여전히 모임에 갈 때마다 생각한다. 토요일 오전에 모임을 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건 많이 떠올릴 수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늦잠'만 잘 것 같았다.


모임이 끝나면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함께 점심을 먹는다. 밥을 먹으면서 모임 때 못 나눈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오후에는 다른 활동과 연결 짓는다. 소모임을 하거나, 온라인 프로젝트 사람들과 가끔 모임을 갖는다거나, 마저 읽어야 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별도로 기획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토요일이 야금야금 쌓이다 보니 나는 어느새 프로 일벌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할 일이 많은, 하고 싶은 것으로 둘러쌓여있는 토요일은 일주일 중에서도 특히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내 컨디션은 토요일에 맞춰있다.





글 | 서용마 @symuch

그림 | 스비 @sub.write

매거진의 이전글 미리 하면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