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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Oct 17. 2019

매일 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매일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기세였다.



매일 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집 이틀 만에 서른두 명이 모였다. 신청서를 받을 때 1일 차 주제였던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받았다. 저마다 쓰고 싶은 이유는 달랐지만, 꾸준히 써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는 같았다. 글쓰기 모임은 9월 2일에 시작했고 10월 17일인 오늘 마무리된다. 유난히 연휴가 많았던 9월과 10월에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평일 내내 글을 썼다. 서른 두 명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았을까?


 

글쓰기 주제


언젠가 글쓰기 모임에서 쓰기 위해 지난 몇 달간 틈틈이 주제를 모았다. 미리 주제를 준비해두었으니 모임이 시작되면 주제만 편하게 던지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모임이 시작되니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브런치에서 전날 밤에 미리 써놓은 글을 자고 일어나니 모든 내용을 갈아엎고 싶은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결과적으로 많은 질문들이 바뀌었다. 그래서 모임이 진행되는 한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질문'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오늘은 그냥 준비해놓은 주제를 제시할까? 유혹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시 태어났다.

함께 썼던 글쓰기 동료들도 몰랐던 사실


30개의 주제는 6개의 큰 주제로 분류된다. 어떤 글쓰기 모임이든  주제에 있어서 '글쓰기'와 '독서'는 워낙 단골인지라 그 둘은 최대한 개수를 줄였다. 대신 관계, 나, 소비, 습관에서 질문을 한 번 정도 더 비틀어서 한 번쯤은 더 생각해야 되는 주제로 선정했다.   


글쓰기 규칙

글쓰기 타입은 공개와 비공개로 나뉘었다. 서른 두 명 중 6명만 비공개 글쓰기를 택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공개형 글쓰기로 신청했다. 플랫폼은 네이버 블로그가 가장 많았으며 티스토리, 브런치, 네이버포스트·인스타그램 순이었다.


규칙은 심플하게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쉬었지만, 그럼에도 매일 글쓰기는 부담이다. 그래서 '최소 네 줄'이라는 넛지를 넣었다. "바쁘거나 힘들면 네 줄만 써!" 의외로 넛지는 잘 통했다. 매일 써야 한다는 부담에 신청을 주저하던 많은 사람들이 단 네 줄이라는 말에 혹해서 대거 신청했다. (하지만 공개형 글쓰기 중에 네 줄만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최소 네 줄이라는 달콤한 당근이 있다면 강력한 채찍도 있는 법. 3회 이상 쓰지 않으면 미예고 강퇴라는 강력한 페널티도 넣었다. '매일 글쓰기'모임이지만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밀리게 되면 주말과 공휴일에 복구하되 그게 세 번 이상 넘을 경우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규칙이었다. (물론 30일 동안 강퇴시킨 사람은 없었고, 글쓰기 초반에 2명이 매일 글쓰기에 부담을 느껴 중도 포기했다.)


글쓰기 모임 역할

글쓰기 모임 신청서를 받을 때 '역할'을 맡아달라는 항목을 넣었다. 물론 필수는 아니었고 본인이 하고 싶지 않다면 건너뛰어도 됐다. 역할은 크게 질문 배달러, 글쓰기 알리미, 프로 체크러, 졸꾸러기까지 네 가지였지만, 졸꾸러기는 열심히 해달라는 의미에서 넣은 거라 실질적으로는 세 개였다.


#질문배달러

가장 먼저 질문 배달러는 전날 밤에 내가 질문을 별도로 전달하고, 매일 아침 6시에 글쓰기 모임 단톡방에 그 질문을 공개하는 역할이었다. 질문 배달러는 따로 신청받지 않고 오프라인 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분에게 역할을 맡겼다. 마치 배달봇처럼(?)  대부분의 일정을 잘 지켜주셨다.


#글쓰기알리미

글쓰기 알리미는 사람들이 글쓰기 및 제출을 잊지 않도록 상기시켜주는 '알람 시계' 같은 역할이었다. 총 네 분이 자진해서 신청해주셔서 홀수 날/짝수 날, 오전/오후 나눠서 각각 역할을 나눠 맡았다. 알림 할 때마다 응원의 메시지도 듬뿍 담아주셔서 더 힘이 됐다.


#프로체크러

태어날 때부터 체크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엑셀을 좋아하며, 남들이 귀찮아하는 쓸데없는 계산을 굳이 '엑셀'을 켜서 한다. 다행히 이런 기질을 가진 분들이 프로 체크러를 맡아주셨다. 프로 체크러는 사람들이 제출한 과제를 별도로 세팅한 제출 내역(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체크해주는 역할이었다. 역할을 맡아준 사람 중에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역할이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


사람들은 무엇을 힘들어했을까?

글쓰기 모임이 시작되기 전에 쓸데없는 걱정 중 하나가 '사람들이 주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였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물론 가끔 난해한 주제가 있었다고 피드백을 남겨주시긴 했지만, 그 덕분에 글을 쓸 때 더 생각하게 돼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오히려 문제는 주말과 공휴일에 있었다. 글쓰기 모임을 했던 9월과 10월 중순 사이에는 주말뿐만 아니라 추석, 개천절, 한글날 등 유독 공휴일이 많았는데 '재충전'할 것이라는 내 생각과 달리 오히려 잦은 '쉼'이 독이 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피드백 때 많은 분들이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주말 없이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


최소 네 줄은 정말 좋은 넛지였다. 그 네 줄은 사람들을 신청하게 만든 힘도 있었지만, 막상 글쓰기를 할 때 네 줄만 쓴 사람이 없다는 게 큰 효과였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네 줄만 쓰는 사람은 정말 잘 쓰는 사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쓰기 전에는 글쓰기 분량이 가장 큰 걱정이지만, 막상 쓰고 나니 사람들은 '매일' 쓰는 데 더 힘들어했다.


나는 어떤 점을 힘들어했을까?

3일 이상 미제출 시 강퇴한다고 떵떵거렸지만, 막상 미제출 3회 된 사람들을 쫓아내자니 마음이 약해졌다. (이게 뭐라고) 그래도 2~3회 이상 밀리게 되면 개인 톡으로 한 번씩 제출 압박을 넣었고, 그중에는 효과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몇은 대답만 하거나 대답 없이 결국 중도 포기하게 됐다.


아무런 대답 없이 제출을 미루는 사람들은 프로젝트를 운영할 때마다 항상 부딪치게 되는 문제다. 오프라인 모임이라면 거의 그런 경우가 없지만, 꼭 온라인으로만 진행될 때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사실 대답을 안 하거나 제출을 미룰 수는 있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아무런 시그널도 없이 이탈하는 것이다. 그만두는 사람 입장에서는 앞으로 다시 안 하면 그만이겠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매번 느끼지만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끝맺음이 중요하다. 힘들어서 무책임하게 그만두는 것만큼 나중에 후회되는 일도 없다.   


위에서도 한 번 말했지만 모임 전에 이미 DAY 30 주제를 다 기획해놨는데, 중간중간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계속 바뀌었다. 덕택에 주제는 훨씬 만족할 만큼 바뀌었지만 한 달 반 동안 계속 글쓰기 주제를 찾아 안테나를 켜 두고 살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다. 시즌2부터는 세부 주제를 내가 다 잡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제를 받거나, 큰 틀만 제시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2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10월 17일부로 시즌1이 마무리된다. 약 2주 정도 쉬고 11월부터 한 달간 시즌2가 계속된다. 시즌1에서 좋았던 것은 그대로 가져가고, 아쉬운 부분은 보완하려고 한다. 프로체크러는 사람들이 과제를 제출할 때마다 수시로 체크를 해야 돼서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시즌2에서는 프로체크러를 없애고, 구글 설문조사에 과제를 제출하면 '제출 내역' 및 '제출 통계'에 기록되도록 시스템을 자동화했다.


사라지는 프로 체크러 대신 결과 알리미 역할을 추가했다. 제출 알리미로 이름이 바뀌는 글쓰기 알리미는 사람들에게 매일 글을 쓰고 나서 '설문조사 제출'을 유도하고, 제출된 설문은 미리 만들어놓은 템플릿을 통해 결과로 계산된다. 그 결과를 사람들에게 그냥 공유할 수도 있지만 매번 링크를 통해 제출 내역을 확인하는 게 불편하다는 사람이 많아 결과 알리미를 통해 매일 1회 단톡방으로 공유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자잘자잘한게 바뀐다. 아래 시즌2 모집 링크 참고.


어떤 주제가 가장 좋았나요

지금까지 썼던 주제 중 '가장 좋았던 글쓰기 주제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13일 차 질문이었던 "힘들 때 도망치는 건 도움이 될까요?"를 골랐다.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서 하루 종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 외에도 아이(또는 어린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는지, 나는 어떤 분야의 덕후인지, 나만의 속도가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좋아했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내가 이렇게 힘들었구나. 이런 추억이 있었구나. 이런 행복을 느꼈었구나. 한 달 반 동안 마치 자서전을 쓰는 기분이 들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글쓰기를 통해 나를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혼자서 매일 글쓰기를 해보다가 계속 무너졌었는데 사람들과 함께 하니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고 답해준 사람들도 있었다. 가끔 글쓰기가 밀리게 되었을 때 꾸준히 쓰는 사람들을 보고 자극을 받아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주제로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니 내 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쓰게 됐는지 엿볼 수 있어서 시야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있었다.


반면 아쉬운 점으로는 쉬는 날 없이 쭉 쉬었으면 더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글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았던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리고 과제 체크 관련, 부정적인 주제가 많았던 점, 모임이 아닌 개인의 아쉬운 점을 답해준 분들도 많았다. 많은 분들이 자세히 피드백해주신 덕분에 내가 쉽게 떠올리지 못할 개선점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모두 시즌2에서 개선할 점이다.  


글쓰기 모임(#시즌1)을 통해 내가 배운 것

발표를 듣는 청중보다 준비했던 발표자가 그 발표에서 더 많이 배우듯이, 이번 글쓰기 모임에서도 '글쓰기'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보다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웠다. 피드백을 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아침에 배달되는 주제에 따른 글쓰기가 힘들긴 했지만 재밌었다고 해주셨고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꾸준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매일 아침 6시에 질문이 배달되면 1~2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제출했다. 글의 분량이나 퀄리티를 떠나 흔들리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제출한다는 건 매번 제출이 들쑥날쑥했던 나도 크게 배울 점이다. 한 달 반 동안 시간이 날 때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쓰기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어둔 사람도 있었다. 시간이 날 때 쓰는 사람은 여유가 있을 땐 좋은 글이 나왔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글만 써야 한다면 퀄리티나 분량이 중요하겠지만, 매일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기세였다.





매일 글을 쓰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면 11월부터 시작하는 시즌2에 참여해볼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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