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Sep 19. 2019

브런치와 매거진B 에디터가 일하는 방법

브런치와 매거진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브런치와 매거진 <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어제 강남역에 위치한 29CM 스토어에 브런치 토크를 들으러 다녀왔다. 지난 8월에 스페이스오디티 마케터 yoonash님이 출간한 책 <퇴사는 여행> 북 토크 이후로 이번이 두 번째다.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내부 역량 강화에 온전히 집중하던 브런치는 올해는 방향을 틀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고, 다른 서비스(문토, 트레바리, 넷플릭스, 매거진B 등)와 협업하는 등 외부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브런치북'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자신 있게 들고 와서는 2015년 6월 이후로 쭉 달았던 beta 딱지를 떼고 '이제는 정식으로 서비스할게요!'를 선언했다.


브런치가 정식 서비스로 발돋움하기 막바지 단계에서 때마침 내게 티타임을 제안했다.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에 들러 1시간 30분 동안 주로 '브런치북'에 대해 심문(?)을 당하기도 했는데 평소 브런치를 이용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디테일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받으면서 대답하는 내내 '진짜 준비 많이 했구나'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티타임 후기는 이 글을 확인하면 된다. <브런치 팀은 왜 내게 티타임을 제안했을까>)


브런치팀의 첫 번째 브런치북 <잡스 - 에디터>와 매거진B의 첫 번째  단행본 <잡스 - 에디터>

그런 브런치가 이번에는 매거진 B와 함께 '에디터'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80여 종의 브랜드 잡지를 출간한 매거진B는 처음으로 단행본을 출간했고, 브런치북 서비스를 론칭한 브런치는 첫 번째 브런치북으로 <잡스 - 에디터>를 발간했다.


디지털 콘텐츠가 대세인 지금 시대에서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만 고집하는 매거진B는 확실히 힙하다. 콘텐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본 것을 넘어서 한 번쯤은 접해봤고, 조금 더 열광적인 사람은 모든 이슈를 소장하기도 한다. 반대로 브런치는 디지털 콘텐츠 영역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듯하다.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2015년 6월 이후로 브런치에 등록된 작가수는 약 27,000여 명에 달하고 출간 작가수만 2,000명이 넘었다.



궁금했다. 매거진B와 브런치를 만드는 사람이 누구일지. 오늘 토크 주제였던 '브런치와 매거진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이전에 그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 궁금해서 퇴근 후 식사를 대충 때우고 부랴부랴 강남역으로 향했다.


매거진B 손현 에디터, 브런치팀 김진호 기획자, 브런치팀 김혜민 마케터

이 날 모더레이터(사회자)는 브런치팀 김혜민 마케터가 맡았고, 스피커(연사)는 매거진B 손현 에디터와 브런치팀 김진호 기획자가 함께 했다. 김혜민 마케터가 질문하고 두 스피커가 대답하는 식으로 토크는 진행됐다. 인상 깊었던 내용만 추려본다.


많은 직업 중에 왜 하필 에디터인가?

이 질문에 매거진B 손현 에디터는 잡스(직업) 시리즈로 방향을 잡은 이후에 ―본인도 에디터다보니 주변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직군이 에디터라 고민 없이 '에디터'를 첫 번째 직업으로 골랐다고 한다. 현재 매거진B 내에서도 에디터가 가장 많고, 오늘 이야기를 나누는 셀렉트샵 29CM를 포함해 다양한 기업들이 에디터를 채용 중이다. 기존에 에디터를 채용하지 않은 많은 기업에서 점점 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그리고 특히 북 에디터는 책을 만들 때 가장 헌신을 많이 하는 사람인데 불구하고 책의 판권 페이지에 작게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너무나도 드러내고 싶었는데,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드러낸 프로젝트가 <잡스 - 에디터>가 아닐까?라고 에디터를 잡스 시리즈의 첫 번째 직업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브런치팀에 합류하기 전에 에스콰이어, JTBC에서 일을 했던 김진호 기획자는 전형적인 잡지 에디터였다고 한다. 특히 잡지 에디터와 북 에디터를 비교해서 설명한 게 흥미로웠는데, 잡지 에디터는 본인이 직접 글을 쓰기 때문에 스타가 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굉장히 잘 나가는 맛에 산다며 대부분이 자의식이 심하다고 했다. 반면 북 에디터는 겸손해도 너무 겸손하다. 잡지 에디터는 계속 본인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반면에, 북 에디터는 자신의 스토리를 세상에 전달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저 묵묵히 뒤에서 작가를 백업하는 역할에 만족한다.


브런치에는 작년부터 합류했는데 팀에서 대뜸 브런치북을 기획해보라고 전권위임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까지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문제는 매 과정마다 팀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 괴로웠다고 했다. 2017년에 북바이북 판교에서 브런치팀 황선아 총괄 PM(지금은 브런치팀의 리더가 됐다고 들었다)의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다. 브런치. 아니 카카오가 일하는 방식은 Why를 깊게 고민하는 조직이라며 누구든 무엇이든 제안할 수 있지만 대신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그 부분에서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고 했다.


황선아 리더가 2014년 타 부서 직원들 앞에서 브런치라는 서비스를 처음 발제했을 때도 요즘 SNS가 굉장히 호흡이 짧고 거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브런치의 긴 호흡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를 많이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유사한 블로그(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등) 서비스가 시장에 있는데 브런치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는지 설득시키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사회를 맡은 김혜민 마케터는 오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보다 함께 수년째 일하고 있는 브런치 팀 동료들 앞에서 리뷰하는 게 더 힘들다고 솔직하게 털어 나서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에는 브런치 공지도 매주 2개 정도씩 쓰고 있는데 이 글마저도 모든 팀원의 검토를 받아야 하고, 단어 하나하나까지 체크하는 게 아주 죽을 맛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에 토크를 함께 들었던 사람들은 현재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거나 카카오 직원, 회사에서 에디터로 활동 중인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질문의 수준도 확실히 높았다. 김진호 기획자도 "저희가 나눴던 이야기보다 질문 수준이 더 높네요"라며 웃었다. 인상에 깊었던 질문은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와 에디터로서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가?

매거진B 손현 에디터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대상'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해야한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에게 어떤 공백이나 허점이 있는지 샅샅이 뒤져보고 왜 그렇게 했는지 계속 자문해보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이미 잘하고 있는 것보다 한번씩 놓친 것, 흘려버린 것들을 찾아서 물어보기를 권했다. 이어서 인터뷰에서는 경청이 굉장히 중요한데 에너지가 많은 작업이다. 그래서 평소에 체력 기르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좋은 체력을 가져야만 집중력이 무너지지 않고 깊은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특별히 궁금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서 말하게 나오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고개만 끄덕이는 게 아니라 손석희 JTBC 앵커처럼 상대가 말할 때 '네네', '그렇군요'처럼 계속 말할 맛이 나게 리액션을 해야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꺼낼 수 있다고 했다.    



에디터로서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김진호 브런치 기획자_ 관심있는 분야의 업계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을 통해 최신 동향을 파악한다.  


손현 매거진B 에디터_트위터를 많이 활용한다. 트위터는 최신 정보를 가장 빨리 캐치할 수 있는 SNS다. 그 곳에서 소수 의견 내는 사람을 체크하는 편이다. 그리고 아내가 말하는 것에 귀담아 듣는 편이다. 아내가 어떤 인플루언서에 관심을 갖고, 넷플릭스에서 어떤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며, 브랜드는 무엇을 쓰는지 등 아내의 요즘 취향이 어디로 닿는지 관찰한다. 가끔 체력적으로 힘들 땐 SNS를 보지 않는다.  


김혜민 브런치 마케터_뉴스레터를 자주 본다. 특히 요즘은 뉴닉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잡스 다음 직업은 뭔가요?


손현 매거진B 에디터_편집장이 두 번째 단행본을 내자고 재촉하지만, 10월에 늦은 여름휴가를 가야 한다. (웃음) 늦어도 올해 연말쯤에 두 번째 단행본이 나올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직업을 다음 이슈로 출간하면 좋겠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놀라웠다. 일단 두 번째는 셰프, 세 번째는 건축가의 이야기가 담길 것이다. 그 이후는 차근차근 고민 중이다.




이 날 토크에서는 도움되는 내용이 굉장히 많아서 메모하기 바빴다. 특히 김진호 기획자는 '취향이 곧 자산이다'는 말을 남겼는데,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는 마시즘 작가는 다른 사람보다 마시는 것에 관심이 많은 음료 덕후가 지금은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본 코카콜라가 전 세계에서 에디션을 구해 보내주기도 한다고. 최근에는 애틀랜타에 위치한 코카콜라 본사에서 초청을 받아 지금 다녀왔거나, 곧 다녀올 예정이라며 진정한 덕업일치의 표본이라며 취향이 곧 자산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 김혜민 마케터는 이번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은 고등학생 노정석(라디안)군은 대상을 받기 전만 해도 구독자가 10명 뿐이었다고. 카카오는 절대 선별하지 못할 작가였다고.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에디터 영역은 대체하지 못할 거 같다는 말을 남겼다. (김민섭 에디터가 고등학생 작가와의 협업에서 배운 것)





에디터는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아하는 것을 골라내는 사람이다.


날짜 : 2019.09.18. 수요일 19:30 - 21:30

장소 : 29CM스토어 강남점

주제 : 브런치와 매거진B는 왜 에디터에 주목하는가

참석 : 손현 매거진B 에디터, 김진호 브런치팀 기획자, 김혜민 브런치팀 마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