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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Oct 20. 2019

명상은 자랑이 될 수 없다.

모두가 매일 한 시간씩 명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부터 안 쓰는 물건들 버리기 시작하려고요"


2~3년 전쯤 '미니멀리즘' 열풍에 흠뻑 빠졌던 사람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했던 말이다.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쓴 곤도 마리에와 책 <심플하게 산다>를 쓴 도미니크 로로를 포함해 수많은 미니멀리스트들은 지금 당신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는 주변에 가지고 있는 물건이 너무 많아서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들의 말에 열광했고 거기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언젠가 쓰겠다'라고 서랍에 처박아두던 물건들을 기어코 꺼내 쓰레기봉투 여러 장에 나눠 버렸고, 옷장에서 입지 않던 옷들은 모두 꺼내 의류수거함에 넣었다. 통쾌했다. 그 순간에는 머리가 상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SNS에 너나할 것 없이 오늘은 물건을 버렸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많던 미니멀리스트들은 어디 갔을까? 이제는 한 풀 꺾였지만 여전히 미니멀리즘에 관한 콘텐츠가 간간히 들린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예전처럼 열광하지 않는다. 마치 남 일 보듯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다시 돌릴 뿐이다. 몰입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비우기'가 정답처럼 보였지만 그저 수많은 해답 중 하나일 뿐 정답이 아니란 걸 잘 안다. 그리고 정작 비워야 할 것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거 알아? 요즘 구글이나 애플 등 실리콘밸리에서는 명상이 유행이래"


요즘에는 명상이 미니멀리즘의 배턴을 넘겨받았다. 명상이든, 미니멀리즘이든 원래 없었던 개념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존재했었고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잠잠해진 미니멀리즘과 달리 명상은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이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유행이라며 효능이나 효과에 상관없이 우리와 다른 '넘사벽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쓰고 있다는 이유 그 자체만으로 이미 검증받은 것처럼 느껴진다. 나심 탈레브 형님(배울 게 많은 사람은 이제 형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쓴 대니얼 카너먼도 앞으로 형님이다)"우리는 천성적으로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전문가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분야에서도 말이다"라고 책 <블랙스완>에서 이야기했다. 


전문가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할 때, 비판적인 시선으로 깔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매일 같이 쏟아지는 명상에 관한 연구도 온통 좋은 소식뿐이다. 책을 읽든 뉴스를 접하든 명상에 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그저 실리콘밸리에서 유행 중인 명상은 ...으로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궁리만 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쯤 되면 명상을 통해 좋은 기운을 얻고 있는 사람이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명상' 자체를 까는 게 아니라 근거 없이 신격화되고 있는 트렌드를 까고 있는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타이탄들의 80퍼센트 이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아침 명상을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20퍼센트는? 그들도 대부분 명상과 비슷한 활동을 한다. 

― 책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팀 페리스는 타이탄들의 80% 이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아침 명상을 한다고 했다.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소개하는 여러 인물을 통해 지겨울 정도로 명상이 좋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만약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책 <블랙스완>을 통해 나심 탈레브 형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오. 명상 좋은가보다. 나도 해볼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산만한 정신을 명상을 통해 다시 찾아준다는 명목이 아니라 그저 타이탄들의 80% 이상이 일어나자마자 명상을 하고 있다는 말에만 이끌려서 시작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명상을 시작했더라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카톨리카-리스본 경제 경영대 앤드루 하펜브락 조교수



이것은 운명의 데스티니일까. 최근 들어 읽기 시작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명상에 관해 부정적인 면을 파헤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아티클을 읽었다. 이 아티클에서 카톨리카-리스본 경제경영대 앤드루 하펜브락 조교수(이하 하펜브락)를 중심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가 꽤 인상 깊었다. 과제를 수행하기 명상을 한 사람들은 앞으로의 문제에 덜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느긋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약해진 탓에 성과가 떨어진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연구 결과에서 명상이 꼭 나쁘다고만 결론짓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 하단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원문을 참고하길 바란다.) 아래는 아티클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이다.


어떤 이유로 마음챙김의 유행에 찬물을 끼얹기로 하셨나요?

하펜브락 교수 | 저는 마음 챙김에 반대하지 않아요. 하지만 마음챙김과 명상에 관한 연구는 믿기 어려울 만큼 하나같이 긍정적인 내용뿐입니다. 수천 건의 논문 가운데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은 아마 한 손에 꼽힐 거예요. 학자이자 인간으로서 장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명상의 단점을 파헤치고 있는 하펜브락 교수도 물론 머리가 아플 때 아스피린을 먹는 것처럼 필요할 때 명상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덧붙여서 말한다. "짧은 명상을 한 번만 하더라도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그러나 모두가 매일 한 시간씩 명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펜브락 교수의 말을 빌려 나도 한 마디 거들고 싶다. 타이탄들의 도구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더라도 모두가 똑같이 그 방법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참고 자료

1. 책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2. Harvard Business Review, Article - 명상과 마음챙김은 업무 의욕을 떨어뜨린다

3. Andrew C. Hafenbrack, Kathleen D Vohs - Mindfulness Meditation Impairs Task Motivation but Not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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