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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Nov 17. 2019

어쩌자고 또 모임을 만들었을까

'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또 판을 벌린 카카오플백이 내일이면 벌써 60일 차다. 카카오플백에서 내가 만든 모임은 매일 10페이지씩 책을 읽고 인증하는 '읽는 사람:호모부커스 매일 읽고 사람 되자!'인데 이러다 정말 100일 동안 책 읽고 사람 될 기세다. (아직도 40일이나 남았다.)


지금까지는 100% 인증이다!


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여러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프로모임러다. 분명 처음에는 하나 운영하기도 벅찼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렇다 보니 직장을 다니면서 모임 하나에도 제대로 참석하기 버거워하는 사람들이 나한테 비결을 자주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내 대답은 동일하다.


'억지로 하지 마세요'


그 말을 풀어보면 결국 재미다. 요즘에는 살롱이 유행이라더라. 독서모임이 트렌드라더라. 주변에서 너도나도 모임을 하고 있으니 나도 해야 할 거 같은 기분에 억지로 시작하면 처음에는 안 하던 짓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 신선한 맛에 재밌을지 몰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면 버틸 재간이 없다.


요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모임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것이다. 아예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단 하나의 모임에만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지방에 살거나 아이가 있어서 움직이기 힘든 사람은 온라인, 그보다 좀 더 기회가 많은 자유로운 사람들은 오프라인에 집중하면서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대부분이 온오프라인을 섞어 모임을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난다. 저마다 가용 시간, 관심사, 갈증에 따라 몇 개의 모임에 걸친다.


올해 읽느라 고생했는데 또 이렇게 보면 뿌듯하다!


나도 그렇다. 기록과 바인더에 관심이 많아 바스락 모임을 만들었고,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독서모임에서 <집중의 감각을 선물하는 시간> 그룹을 이끌고 있다. 바스락 모임은 매주 토요일 오전 강남에서, 씽큐베이션은 격주 화요일 저녁마다 봉은사역 근처에서 독서모임을 갖는다.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은 딱 2개가 한계다. 그 이상으로 벌리고 싶어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자제한다.


매일 글쓰기 시즌2 - 나로부터 떠나는 여행


대신 오프라인의 갈증을 온라인을 통해 한없이 풀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카카오플백에서 45명이 함께 책을 읽고 있고, 매일 글쓰기 모임은 9월부터 10월 동안 진행된 시즌1에서 32명,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시즌2는 65명이 3그룹으로 나눠 11월 한 달 동안 '나로부터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여행은 벌써 여정의 절반을 지나 순항 중이다.


당신이 관심만 가진다면
주위 사람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기회, 일명 '코칭 가능한 순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코칭에 관한 아티클을 읽다가 유독 인상 깊었던 문장이었다. 나는 쉽다고 간과한 것들이 때론 상대에게 어려운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럴 때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쉽게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나한테 난이도가 너무 낮으니 상대도 그러겠거니 하고 보통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무시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상대가 그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사실 조차 모른다.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에 동봉된 강점 찾기(Strength Finder) 검사지를 통해 나온 내 강점 상위 5가지는 최상화, 자기확신, 책임, 집중, 정리 순이다. 누구나 강점 위에서는 변화하기 쉽다. 그러나 강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내가 가지고 있던 강점은 개발자로 가득했던 직장이 아니라 지역, 연령대,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모임에서 먼저 발휘됐는데 나는 그 강점을 포착하자마자 지속적으로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모임을 한 번이라도 이끌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어떤 모임이든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모임을 쫑 낸 모임장도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계획하기를 좋아하고, 정해진 길로만 걷는 것을 선호하는 나는 불확실성이 필요했다. 불확실성의 가장 큰 단점은 외부에서 나한테로 쏟아지는 다양한 종류의 압력이지만 내 강점 중에는 그런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자기확신'이 있다. '자기확신'이 맨 앞에서 나를 올바른 길로 안내해준다면 '책임'은 맨 끝에서 나를 지탱해준다. 그래서 때론 나 스스로도 새로운 시작이 두려울 때 일단 일을 벌이고 나면 어떻게든 처리하는 '책임'을 역이용하기도 한다. 나처럼 '책임'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너는 믿을 수 있어"라는 입에 발린 말로 이런저런 일을 떠넘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좋다고 '헤헤'거리면서 이 일 저 일 받다 보면 퇴근 안녕. 주말 안녕이다.


선을 그어야 한다. 내가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의 한계를 스스로 규정할 줄 알아야 한다. 더 많은 모임을 만들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부수입도 창출할 수 있겠지만 지금 정도에서 멈춘 이유는 그 이상 일을 벌일 경우 내가 사용하는 시간과 에너지 효율이 급속도로 나빠질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할 수 있어도 안 해야 한다. 망설이다가 시작하지 못한 기회는 다시 얻어내면 그만이지만, 무리하게 벌인 일은 수습하기 힘들다.


3가지 강점(자기확신, 책임, 집중)은 내면을 위한 강점이라면, 아직 언급하지 않은 최상화와 정리는 외부로 향하는 강점이다. 나는 평균에 관심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첫 번째 강점 최상화는 평균을 싫어한다. 최상화는 평균을 평균 이상으로 올리는 것보다, 평균 이상을 탁월한 것으로 이끌어내는 데 관심이 많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어설프게 할 거면 애초에 하지 않는 게 낫다.


바인더만 8년, 워크플로위를 3년 이상 쓰면서 더 강화된 강점이 정리다. 정리는 배치다. 배치는 충분히 훈련을 통해 익힐 수 있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굉장히 귀찮아하고, 불편해하고,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꼭 이런 것들이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더 귀찮고, 더 불편하고, 꼭 해야 하는 일로 둔갑한다. 운이 좋게도 나는 정리*하고 순서 정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생산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도 바로 이 강점 덕분이다.


* 이 정리가 방 청소는 아니다   


여전히 강점보다 약점을 더 많이, 더 빨리 말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강점을 발휘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강점이라는 재료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당신은 그 재료를 활용하여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참고 도서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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