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Nov 24. 2019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댓값은 우리의 경험을 드러낸다.


개인화가 가속되면서 일하고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 또한 전문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럴수록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분야에 이미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받기를 원한다. 예를 들면 독서모임 같은 것이다. 독서모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이미 많은 책을 소화했던 사람들은 이제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권할  있는 선택지가 많다.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 또한 그런 사람들의 추천은 당연시 옳은 것으로 판단한다. 나보다는  사람이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체인지그라운드 씽큐베이션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양서를 읽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 추천받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 내 직업이, 내 성격이, 내 가치관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너무나도 쉽게 기대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기대하는 태도는 좋다. 그 태도는 타기 시작한 불길을 더 부채질하며 지금보다 열정을 더 활활 타게 만들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진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책을 읽는다고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700페이지가 넘는 벽돌 같은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생각조차 당신의 에너지를 천천히 갉아먹는다. 이제 생각을 멈춰야 할 때다


스타벅스 플래너를 받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커피를 마시고 있는 당신은 원하는 플래너를 받을 수 있겠지만 올해 초에 그랬던 것처럼 2020년에도 3월 이후로는 플래너는 잠들기 시작한다. 본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3월까지만 써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은 설날 전에 쓰기를 멈춘다. 우리는 왜 두 달도 채 쓰지 않을 플래너를 받기 위해 아등바등 커피를 마시는가. 이 글을 읽으면서 '2020년의 나는 아니겠지'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2018년, 2019년에 썼던 플래너를 지금 가져와서 앞이 아니라 뒤에서부터 살펴봐라. 쓴 게 없다면 내년에도 다를 바 없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다.


남은 것이 얼마 없으면, 기대 수준을 낮추라는 말이다.
그 반대도 명확하다.
바다에 물고기가 많을수록, 기대 수준도 높아진다.
책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책과 플래너를 포함해 무엇을 시작할 때 기대치가 높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망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일상에서 본인의 역량과는 상관없이 항상 기대하는 것이 참 많은 사람이다. 오늘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하기 싫은 업무를 통해 소진될 수도 있지만, 기대하고 또다시 실망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갉아먹는다. 책 <블랙스완>에서 나심 탈레브가 말했듯이 우리는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기대할수록 실망하기 마련이다.


오마게 겐이치는 책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세 가지 방법으로 시간을 달리 쓰거나 사는 곳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이 방법을 보고 코웃음 치면서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내기 힘들고, 집값 때문에 사는 곳을 바꾸지 못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이 더 스트레스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게 말하니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거다.


사람은 변화하려면 현재 처한 문제부터 인식해야 한다. 회사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가장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듯이 내 바쁨이 소중한 것을 어떻게 성가시게 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고, 불만만 쏟아내는 친구들과 토요일 저녁마다 만나는 대신 한 번쯤은 용기 내어 내가 좋아하는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속해있는 커뮤니티에 참가해볼 결심도 필요하다. 그런 결심이 나를 변화시킬 씨앗이 될 가능성이 지금껏 내가 익숙하게 선택했던 것들보다 훨씬 높다.


선호하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면 삶의 질은 높아져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듯하다. 카스텐센은 노인들이 대체로 자신의 사회 관계망에 더 만족하며, 젊은 성인들보다 정서적 만족감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따라서 그들이 오후 늦게 같은 식당에 가서 평생에 걸친 탐색의 과실을 맛볼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다.

책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책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에서 이야기하듯이 선호하는 것에 주의를 집중하면 우리 삶의 질은 높아져야 한다. 내가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인데, 무리하다시피 이상적인 자아를 만족하기 원하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고 자원이 충분한데도 두려운 나머지 현실에 몸을 바짝 붙이고 싶은 사람도 불행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지금껏 해왔던 선택에 집중해라. 우리의 판단은 우리의 기댓값을 드러내며, 우리의 기댓값은 우리의 경험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이 읽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자신이 쓸 내용이기에.
그는 자신이 배우는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자신이 알게 될 것이기에.
- 애니 딜러드




글 | 서용마 (@symuch)

그림 | 스비 (@sub.write)


참고 도서

책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브라이언 크리스천

책 <블랙스완>, 나심 탈레브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자고 또 모임을 만들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