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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Feb 20. 2020

아침을 계획하는 아빠들이 늘었다

아침 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하는 아빠들이 늘었다. 전 날 무리하게 마신 술로 인해 누군가는 잠에 곤히 취해 있을 때, 드라마가 시작되는 밤 10시쯤 잠자리에 들어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아빠들은 어떤 방해도 없는 이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거나 이직 준비를 한다. 몇 시에 기상하고 몇 시에 출근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 2시간 정도는 몰입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다.


챙겨야  사람이  하나라면 아침 시간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아빠라면 정답일 확률이 높다. 아빠의 시간은 아이의 시간이기도 해서 퇴근 후에 계획을 세웠다 한들  계획은 파도가 시도 때도 없이 일렁이는 해변가 근처에 쌓아둔 모래탑처럼 흩어지기 좋다.



일본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시간을 달리 쓰거나', '사는 곳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까지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 나는 시간을 달리 쓰는  가장 쉽다고 생각한다. 물론 같이 언급된 사는 곳을 바꾸거나 새로운 사귀는 것에 비해서 쉽다는 거지. 단독으로 떼어서 생각하면 시간을 달리 쓰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향상성이라는 단어가 있다. 더 높아지거나 나아지고자 하는 성질이라는 뜻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쓰기 위해서는 향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시간은 얻었을 때보다 잃었을 때 더 소중하게 여기는 법이다. 아침을 활용할 때는 이 시간이 귀한지 몰랐다가, 어쩌다 마신 술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건너뛰고, 또다시 피곤하다는 이유로 또 넘어가다 보면 채우지 못한 시간이 금세 한 주, 한 달이 되고 만다. 그때 지나가버린 시간을 돌아볼 때 허무함이란.


시간을 잘 쓰려면 예열이 필요하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이 아침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는 전날 저녁 시간부터 달리 써야 한다. 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심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만 곁에 둬야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마다 팀원을 이끌고 실천에 옮기는 상사는 본인은 그 일을 하면서 즐거울지 몰라도, 매번 그 상사가 급 계획한 일정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팀원은 기존에 하던 일을 멈추고, 툭툭 치고 들어오는 지시에 괴로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사적인 약속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위를 거슬릴까봐 예정에 없던 저녁 회식에 무분별하게 응하면, 퇴근 후 아이와 놀아줄 시간도 다음 날 아침에 공부할 시간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확률이 높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에너지는 한정적이라면 이왕이면 우선순위가 높은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은 패턴으로 관리되면 좋다.


시간 관리는 결국 패턴 관리다.

패턴은 반복이다. 우리가 일상을 지루하게 느끼는 이유는 의미 없이 반복되는 나날이 쌓여서 그렇다. 의미 없는 반복은 꿀꿀한 기분을 전환시켜주기 위해서 '지금 이 시간'을 소비해야겠지만, 반복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지금은 잠시 지루할지라도, 먼 훗날의 튼튼한 나를 상상하며 그깟 지루함 쯤이다.



최근 3주간 내가 쓴 위클리다. 사진 화질 때문에 글자는 잘 안 보일지 몰라도, 형광펜으로 칠한 색깔이 눈에 확 들어온다. 색깔을 분류하자면 이렇다. 회색은 수면 시간, 분홍색은 업무, 노란색은 사람, 파란색은 자기 계발, 형광색은 개인 시간이다. 하루하루를 떼어내서 볼 때는 꼭 이렇게까지 색깔을 칠해야 하나 싶지만, 이렇게 3주로 모아두면 내가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패턴이 보이기 때문에 꼭 색깔을 칠한다. 나는 이 패턴을 통해 내가 최근에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일어나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이 거의 일정하다.

최근 3주 동안 야근이 거의 없었고, 업무 시간도 크게 변함이 없다.

퇴근 후 시간은 패턴화된 일정이 따로 없다.


수면 시간이 일정한 덕분에 출근길 컨디션은 매번 비슷하다. 예측 가능한 컨디션 덕분에 회사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1주일 정도면 얇은 책 기준으로 한 권을 넉넉하게 읽는다. 야근이 없어 저녁 시간을 좀 더 알차게 활용해볼 수 있겠지만,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욕심부리지 않는다. 그리고 퇴근 후 시간은 생산적인 일을 하겠다고 결심할지라도 외부 일정에 의해서 방해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아침에 읽었던 책을 좀 더 읽고 싶거나, 써야 할 글이 있다면 그때 잠깐잠깐 배치하는 정도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시간을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시킬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가장 나쁜 시간은 다른 시간까지 침범하는 시간이다. 앞서 말했듯이 저녁 시간에 무리하게 이어지는 술자리는 퇴근 후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과 다음 날 아침에 자기계발할 시간을 동시에 뺏는다. 가끔 한 번쯤이면 몰라도, 이런 시간들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와르르 무너지는 날이 부단히 쌓여간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운 시간은 값질 수밖에 없다. 당신은 그것을 소중히 지켜내야 한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야만 내가 더 선명해지는 법이다. 당신은 지금 선명해지는 중인가. 흐릿해지는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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