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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Jan 12. 2020

일상이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올해는 나만의 기준도 함께 세워보는 건 어떨까

요새 부쩍 목표를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예전 같았다면 마인드맵이나 바인더에 적어놓은 구체적인 목표를 펼쳐놓고 왜 그런 목표를 세웠는지 설명했겠지만 언젠가부터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목표는 그저 목표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그 목표를 본 사람들은 내가 마치 이룬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고, 나도 그 기분에 덩달아 취했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올해는 예전처럼 블로그나 브런치 등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한 해 결산이나 계획을 올려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결산이나 계획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충분히 많은 시간을 들여 2019년 한 해를 돌아봤고, 올해 계획도 작년을 정리한 자료를 참고하면서 여전히 조금씩 다듬고 있다.


일상이 튼튼하려면 목표 이전에 기준이 확실한 사람

올해부터 나라글밥님과 아바매(아무리 바빠도 매일)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함께 세운 기준이 하나 있다면 아무리 바빠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는 하자였다. 나라는 운동이고 글밥님은 글쓰기. 나는 기록이다. 물론 다들 개별적인 목표도 가지고 있다. 나라는 바디 프로필 찍기, 글밥님은 부수입 창출, 나는 커뮤니티 확장이라는 개인 목표가 있다. 다만 목표 이전에 기준이다. 목표가 있는 사람은 내일로 미룰 수 있지만 아무리 바빠도 매일 해야 한다는 기준에는 내일이 없다. 그러니 오늘 해야할 몫은 오늘 해내야한다.


아무리 바빠도 매일 바인더, 글쓰기, 운동


예외는 예외를 낳는다. 사소한 일을 작게 생각하면 예외가 되고, 크게 생각하면 중요한 일이 된다.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보증금이 걸려있는 습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처음에는 벌금 한 푼 안 내려고 어떻게든 열심히 하다가 피치 못한 사정으로 하루 하지 못할 때 그다음부터는 비용이 점차 낮아진다. 하루를 못해서 내는 벌금이 천 원이라면 가장 처음에는 그 비용을 5천 원이나 1만 원처럼 느끼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인증해서 들어가는 수고보다 벌금을 더 가볍게 느껴 없어도 되는 아주 작은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때부터 보증금은 벌금으로 둔갑해서 금방 사라지고야 만다. '한번쯤은 안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결코 한 번이 아니라는 뜻이다.


카카오플백 호모부커스가 흥한 이유  


작년 9월 20일에 시작해서 12월 28일에 끝난 카카오플백에서 읽는사람:호모부커스 매일 책 읽고 사람 되자'라는 책 읽기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보통의 프로젝트는 처음에 으쌰 으쌰 하다가 점차 기세가 꺾여 끝으로 올수록 인증률이 처참할 정도로 낮아지기 마련인데, 호모부커스 인증률을 보면 처음 1일 차~6일 차와 마지막 94일 차~100일 차 인증률을 보더라도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 덕분에 30명 넘게 참여한 프로젝트 중에 인증률이 두 번째로 높았다.


호모부커스에 참여한 전체 45명 중에서 무려 12명이 100%를 달성했다.

호모부커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이벤트와 오프모임!

호모부커스 30일 88% 이벤트

호모부커스 오행시 이벤트

호모부커스 오프라인 모임(1차) + 시상식

호모부커스 오프라인 모임(2차)

호모부커스 완독 리스트


호모부커스가 흥했던 이유는 카카오플백 이벤트와는 별개로 모임 내에서 자체 이벤트를 만들고, 책은 혼자 읽지만 완독 한 리스트들은 다 함께 모아 보는 '호모부커스 완독 리스트'라는 공통 목표를 설정했고, 3개월 동안 두 번의 오프라인 모임과 시상식도 진행하면서 단순히 벌금 내야 하니까 매일 책을 읽어야 하는 모임이 아니라 이왕이면 다 함께 재밌게, 그리고 의미 있게 책 읽는 경험을 늘리는 것이었다.



의미 있는 삶은 의미를 경험해야 한다는 결심을 되풀이하는 행위가 아니라 일, 사랑, 영혼, 초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책 <굿 라이프>, 최인철


올해는 목표와 함께 나만의 기준도 세워보는 건 어떨까

2020년 목표가 하나 있다면 일상이 튼튼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다혜 씨네21기자가 쓴 책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는 "여행의 맛이 ‘발견’에 있다면, 우리가 발견을 통해 가장 놀랄 장소는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방일 것이다. 가장 익숙한 장소를 발견하는 법을 배운다면, 낯선 장소에서는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또한 배우리라."라는 문장이 나온다. 여행만 좇는 사람은 365일 중 여행을 갈 수 있는 며칠만 행복하지만, 일상이 행복한 사람은 여행을 가서도 이다혜 기자가 책에서 말한 것처럼 더 재밌게 잘 즐기다 온다.


일상이 튼튼해지려면 나만의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1. 쓸모를 바로 따지지 않는다.

2. 타인에게 우연을 선물해 맛있는 밥도 좋지만, 맛있는 기분도 함께 사준다.

3. 좋아하는 것을 잘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4.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한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5. 내년보다 5년, 10년 후를 생각하되 오늘 해야 할 일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묵묵히 살아갈 것.

6. 모임을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면서 커뮤니티를 강화한다.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같은 일상을 다른 마음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서로 다른 일상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책 <굿 라이프>, 최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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