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손으로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기록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가치관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가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이에게 궁금한 게 있었다면 그중 하나는 어떤 생각으로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였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보다 어떤 생각으로 그 일을 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던 건 '일' 자체로는 그 사람을 자세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그 사람이 속한 집단 평균을 떠올리기 마련이어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날카롭지 못하다.
독서도 그러지 않은가. 작년 우리나라 성인 평균 독서량은 연간 7.5권이다. 주변 사람에게 작년에 몇 권을 읽었는지 물어본다면 그 정도 읽은 사람은 드물다. 한 권도 읽지 않았거나 한 두 권. 많게는 수십 권을 읽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균은 쉽게 계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을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한다. 그래서 평균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꾸준한 만족은 평소 생각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일에 있어서도 연봉이나 직업 자체가 일시적인 행복이나 만족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일상이 아닌 이벤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를 끊임없이 만족시키는 건 늘 곁에 머물러있는 일에 대한 생각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꽁꽁 숨어있기 마련이라 보고 듣고 만져보면서 겨우 찾아내야 조금이나마 알게 되고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좋아하는 것이 된다. 찾는 과정 자체에 무용함을 느끼는 사람은 쉽게 지치겠지만, 그 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원하는 것을 찾아낸다.
불확실했던 것도 하나를 고르고 나서야 명확해진다. 선택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떠올리지만 하나를 고르고 나면 선택한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덕분일까. 선택을 자주 했던 사람일수록 일상에 더 많은 확신이 깃들 수밖에 없다.
우리가 평균을 좇을 때 내가 머물고 있는 위치보다 한참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평균은 거기까지 올라간다고 해서 도달할 수 없다. 하나의 기준으로 사는 사람은 그것을 넘기 위해 무모한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여러 관점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사람은 모든 것을 만족시키려는 대신 적당히 만족하며 살 줄 안다. 여전히 평균을 좇고 있다면 하나의 기준으로만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일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보람은 많다. 스스로 발견한 보람은 타인이 심어준 보람보다 훨씬 크게 찾아온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대신 '어떤 생각으로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귀중한 법이다. 때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풀 수 있는 매듭을 생각 자체에 도달하지 못해 단 한 번도 풀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 생각으로 그 일을 하고 있는가.
Magazine 손으로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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