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프로젝트100 시즌2가 6월 30일을 기점으로 무사히 끝났다. 처음 참여했던 시즌1은 매일 10페이지씩 읽는 '호모부커스' 모임을 개설했던 나도, 참여했던 사람들도 만족스러운 100일이었다. 그러나 시즌2는 조금 아쉽다. 아니 많이 아쉽다. 이번 글은 재밌었던 시즌1과 아쉬웠던 시즌2에 대한 후기를 간략하게 남겨본다.
여러 모임을 운영해본 한 사람으로서 인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임에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으면 10일만 지나가도 인증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적절한 채찍과 당근은 필수다. 그런데 모임을 운영하다 보면 채찍은 못하는 사람에게만 당근은 잘하는 사람에게만 향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대로도 필요하다. 잘하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못하는 사람도 격려받을 수 있는 장치도 꼭 필요하다.
모임장이 모임을 운영하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거나,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라도 있거나. 둘이 섞이면 굉장히 좋겠지만 하나만 있어도 끌고 갈만한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시즌1은 후자였다. 재밌었다.
재밌는 이유 중 하나는 플백 지원금이 큰 역할을 했다. 시즌1에서 호모부커스를 운영하면서 총 네 번의 지원을 받았다. 처음은 오프라인 모임을 위해 지원해달라는 프로젝트 더업 기획안이었다.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과연 될까? 싶었는데 운이 좋게 됐다. 덕분에 장소 대여비, 굿즈, 간식비를 지원받았다.
신사역에 있는 데스커 시그니처 스토어에서 모임을 가졌는데 개최했던 나도, 참여했던 사람들도 모두 만족했던 순간이었다. 게다가 100일 동안 운영비 10만 원을 두 번 쓸 수 있었는데, 오프라인 첫 모임에서 음료값으로 첫 번째 운영비를 썼다. 부유한 오프라인 모임은 오랜만이었다.
두 번째 운영비는 종료되기 2주 전쯤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 장소 대여비, 간식비로 썼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인원이 많아 독서모임 대신 그동안 인증했던 데이터로 통통 튀는 상을 만들어서 재밌게 웃고 떠들었다면 두 번째 모임은 각자 읽은 책을 이야기하는 독서모임을 했다.
그리고 100일 동안 모든 참가자들에게 인증을 북돋아줄 수 있는 카카오플백의 이벤트도 돋보였다.
카카오플백 시즌1에서 호모부커스가 걸어온 길
2019년 09월 20일 : 카카오프로젝트100 시즌1 시작
2019년 10월 17일 : 개인 이벤트(DAY30 인증률 88%이벤트)
2019년 11월 16일 : 호모부커스 1차 오프라인 모임
2019년 12월 16일 : 호모부커스 2차 오프라인 모임
2019년 12월 27일 : 개인 이벤트(호모부커스 5행시 이벤트)
2019년 12월 28일 : 카카오프로젝트100 종료
12월 28일에 시즌1이 끝나자 시즌2가 언제 시작하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매니저였던 나도 몰랐다. 사실 지금도 시즌3가 언제 할지 모른다. 카카오임팩트측 마음이다. 시즌1이 끝나고 시즌2는 아무리 길어도 한 달 뒤쯤 시작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리고 시즌1 때는 모임을 운영하던 매니저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탓에 모두 모아서 '매니저 데이'를 개최한다고 했었는데 1월 말에 한다고 했다가 시간이 가까워지자 살포시 그 문구가 적힌 배너를 없애버리더라.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었다.
시즌1이 끝나고 함께 인증했던 참가자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았었다. 100일동안 인증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45분 중에 29분이 설문에 응해주셨다.
이름에 이어 첫번째 질문으로 참여 만족도를 물었는데 10점 만점에 무려 9.66점이었다.
좋았던 점의 대부분은 '책 읽는 습관'이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개설했을 때 기획한 대로 모임이 무사히 종료된 것 같아 무척 기뻤던 순간이었다.
아쉬운 점을 묻는다면 대부분 없었다고 할 것 같아 다른 질문을 던졌다. 100일동안 인증하면서 자꾸 로그인이 풀리고, 인증하기까지 접근하기가 어려운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해 나중에 매니저데이 때 피드백을 하려고 준비했었다. (매니저데이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서 이 데이터는 활용되지 못했다.)
시즌1이 끝나고 거의 세 달 만에 시즌2 모집이 시작됐다. 불편했던 인증시스템만 어떻게 개선되길 바랬다. 이 말은 기존 시즌1 방식에 인증시스템만 개선되도 충분하다는 말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전용 앱이 생겼다. 웹으로만 접근하던 카카오플백은 계속 로그인이 풀리는 버그가 있었는데 앱이 생기니까 로그인이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에 앱이 출시됐다고 홍보를 안 하더라. 어찌저찌 찾아서 멤버들에게 알렸다) 인증 시스템도 불편함을 많이 느끼던 부분이 대폭 개선되었다.
인증만 제대로 하면 100% 지급하던 대부분의 이벤트가 추첨제로 바뀌었다. 7일차에 했던 스타벅스 돌체라떼 이벤트도 겨우 300명에게만 지급했다. 보증금 10만원이었던 시즌1보다 시즌2는 훨씬 낮은 1만이다보니 아무래도 참가자가 많았을 테지만 이왕 같이 인증하는 프로젝트면 저렴한 비타500이더라도 다같이 주는게 좋지 않을까. 단톡방에서 당첨된 분이 기뻐할 때, 본인은 안됐다고 슬퍼한 분들이 더 많아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시즌2는 지원이 전혀 없었다. 프로젝트 중에 코로나 사태가 심해지면서 모임은 지양한 건 굉장히 잘한 거지만, '운영비' 정도 지원해줬다면 다들 지쳐있을 때 온라인에서 의지를 북돋아줄 수 있는 이벤트라도 했을텐데 말이다. 외부에선 잘 모르겠지만, 시즌1에 비해 시즌2는 예산이 엄청 삭감된 것처럼 보였다. 프로젝트를 위해 딱히 지원이랄 게 없었다.
카카오임팩트 측에서 카카오플백을 어떻게 부흥시킬까? 회의하다가 아무래도 마케팅 포인트를 인스타그램으로 잡았던 것 같다. 어느순간부터 카카오플백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잉 해달라는 이벤트가 부쩍 늘었다.
주최측에서 소극적으로 시즌2를 운영하다보니 매니저였던 나도 뭘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다보니 시즌1에 이어 시즌2를 참여했던 분들이 이번에는 프로젝트가 심심하다는 말에 그저 웃을 수 밖에 없더라.
시즌1처럼 시즌2가 끝나고 나서도 설문 조사를 받았다. 오프라인 모임이 없어서 아쉽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이건 시즌3에서 차차 기획해볼 문제다.
이렇게 시즌2를 극딜하는 글을 쓰긴 했지만 시즌3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물론 언제 시작할지 모르겠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다음 시즌을 언제 시작할 건지 알려달라는 분들도 많았다. (나도 알고 싶다 ㅠㅠ)
앞으로 더 개선된 시즌3는 참여하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시즌4는 글쎄다. 카카오임팩트 측에서 카카오플백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그 생각이 궁금하다. 자기들끼리 회의해서 답이 안나온다면 매니저들을 통해 피드백이라도 받아야하지 않을까?
시즌2부터 참여한 분들은 다음 시즌에도 또 하고 싶다고 카카오 프로젝트100이 굉장히 재밌었다고 말씀하셨다. 반면 시즌1에서 시즌2를 이어오신 분들은 지난 시즌보다 인증률도 낮아지고 이벤트도 많이 없어서 아쉽다고. 카카오임팩트 고민이 참 많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