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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ug 09. 2020

나를 헷갈리게 만든 건 ‘어차피’였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왜 꼭 아쉬움이 몰려오는 건지.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으려고 아이패드를 샀는데, 아이패드로  되는 것이 있다며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아이패드에만 깔린 앱이 있다며 아이패드도 함께 챙긴다.


책은 무거워도 들고 다녀야 읽는다며 종이책  권과 전자책 리더기는 가방 속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정작   쓰지 않는 충전 케이블도 혹시나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종류별로  가지고 다닌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충전 케이블이 필요할  나는 도라에몽이 된다.


때론 짐이 아니라 걱정을 들고 다니는  같다. 가방에는 온갖 종류의 걱정이 나를 좀먹는다. 하나를 포기하면  일을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이기도 했다.


필요할  없어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보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매일 들고 다니면서 무거움에 익숙해지는 쪽이 편했다. 조금만 고생하면 된다는 생각에 나를 혹사시키는 날이 늘어만 갔다.


모든 걸 챙겨야 편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로 인해 무엇하나 편했던 적이 없었다. 챙길 게 많을수록 빠뜨린 건 없나 계속 생각하게 되고, 가지고 다니면서도 보이지 않으면 잃어버렸나 전전긍긍한다. 애초에 없었으면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번에 사면 저렴하다는 이유로 생필품을 잔뜩 사서 쟁여 놓았다. 퇴근하면  앞에는 나를 기다리는 생필품이 가득했다.   사두면  개월 동안은 다시 사지 않아도 됐다.


덕분에 집에는 휴지, 세제, 섬유유연제 가릴  없이 넘쳤다. 그러나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입한 것들은   그대로 버려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너무 많이 샀나? 자책했지만   마디로 나를 납득시키기 충분했다.


'어차피 계속 쓸 건데 뭐'


나를 계속해서 헷갈리게 만든  '어차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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