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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ug 08. 2019

"퇴사일기"를 첫번째 브런치북으로 발간하며

브런치북 "스물아홉에 쓰는 퇴사일기"


작년 3월을 끝으로 3년 조금 안 되게 다니던 첫 회사를 그만두고, 올해 6월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리랜서' 혹은 '백수'라는 타이틀로 지냈다. 되돌아보면 참 길었던 시간인데 그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뭐할 거야?"

"왜 나왔어?"

"그렇게 힘들었어?"

"회사 다닐 때만큼은 벌어?"


직장인의 탈을 잠시 벗으니 마치 청문회에 출석한 장관 후보자처럼 질문이 쏟아진다. 타인은 생각나는 대로 툭 던진 질문이지만 그것들을 일방적으로 받는 내가 느끼는 무게는 묵직하다. 두 귀로 들었던 질문들은 입이 아닌 머리로 향했다.



'그러게. 앞으로 뭐할까?'   

'나도 궁금하다. 왜 나왔을까?'

'그렇게 힘들었나?'

'회사 다닐 때만큼 벌어야 성공인 건가?'


외부에서 수집된 질문은 내면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물론 회사 다닐 때부터 여러 번 생각했던 주제였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답하기 어렵다. 이번 주 독서모임에서 어떤 분이 내게 물었다.


"용마님은 최종 목표가 뭐예요?"

"그러게요. 제 최종 목표가 뭘까요. 일단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이동진 영화평론가를 좋아하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라고. 저는 그 말에 동의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계획이 철저한 여행만 성공적인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즉흥적인 여행을 다녀와보니 계획이 없어도 실패는 아니더라고요. 최종 목표. 그래서 당장은 없어요. 일단 오늘 할 일만 열심히!"


지금도 그렇듯이, 지난 1년 2개월 동안의 갭이어에서도 내 최종 목표는 없었다. 그때도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지금에 와서야 전체를 되돌아보니 당당하게 손에 쥘 만큼 이룬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부분 부분을 살펴보니 이것저것 시도해보려고 했던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직장을 다닐 때는 출근 시간에 맞춰 늦지 않게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면 됐다. 어기기라도 하면 오늘 하루 나한테 무슨 큰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잠에서 깨기 싫어하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그런 두려움이 사라지자, 늦잠을 자고 해가 중천에 뜬 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때마다 나는 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두려움과는 달랐지만 느끼는 감정의 폭은 비슷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덕분에 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싫어하지 않는다. 이제는 다시 직장을 다니는 서른이 되었지만 직장 밖에서 불안을 견디던 스물아홉의 나는 매거진  『스물아홉에 쓰는 퇴사일기』 에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들었던 온갖 감정과 생각을 17편의 글로 남겼다.


2019 서울국제도서전 브런치팀 작가의 서랍전


다시 직장을 다니기로 마음 먹었을 때쯤, 아이러니하게도 브런치에서 매거진 『스물아홉에 쓰는 퇴사일기』 첫 번째 글이었던 <아쉬움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를 작가의 서랍전에 걸어주었다. 그제야 나도 잊고 있었던 퇴사일기 17편을 하나하나 읽어본다. 일기를 읽으며 지금과는 다른 그때의 감정을 복기하며 '그때 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린다.


브런치북 <스물아홉에 쓰는 퇴사일기>는 기존 매거진에서 3편의 글을 제외한 14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연수 소설가는 일기 쓰기는 인생을 두 번 사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내가 썼던 일기를 다시 들춰보면 그때의 내가 고스란히 그곳에 담겨있다. 당시만 해도 절실했던 문제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금세 다른 문제로 잊힌다. 우리는 일기에 기록된 내용을 통해 그 광경을 쉽게 발견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문제를 수정할 수 없지만, 앞으로 그 문제를 받아들이는 내 태도는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게 일기가 가진 힘이 아닐까. 그렇기에 스물아홉에 쓰는 퇴사일기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런치북 초판이 될 자격이 있다.



브런치북  『스물아홉에 쓰는 퇴사일기』 소개글


언젠가 한 번 넘어질 거면 서른이 되기 전에 넘어지자는 생각으로 스물 아홉에 퇴사를 했습니다. 서른이 된 지금은 다시 개발자로 돌아왔습니다만, 꽈당 넘어지기로 마음 먹었던 작년 한 해는 그동안 분주했던 직장인의 삶을 복기하고, 미래를 고민하기에 넉넉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간 제게 주변 사람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궁금해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불안한 미래 대신 행복한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굳이 불확실한 많은 것들을 미리 경계하거나 생각할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퇴사를 권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좋아하는 일이 확실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면서 잃을 것을 계산하고 있거나, 다른 사람은 어떤 이유로 퇴사했는지 궁금하시다면 1년간 탈직장인으로 살았던 이야기를 담은 스물아홉에 쓰는 퇴사일기를 읽으면서 힌트를 얻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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