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로 가야 가장 빠를까?'
찾았다. 15분이었다. 회사와 집 사이에 가장 빠른 길. 작년 10월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하고 지난 몇 달 간 그 길을 통해 출퇴근했다. 골목과 골목 사이에 적당한 오르막길에 몇 번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금방 도착했다.
날이 풀리자 빠른 길 대신 조금 멀리 돌아가는 성북천변을 따라 출근하고 있다. 마침 집도 회사도 성북천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출퇴근할 때 애용하고 있다.
천변을 따라 걸으면 약 30분 정도 걸리는데 팟캐스트 듣기 좋은 시간이다. 요즘에는 누구나 그렇듯이 투자에 관심이 많아 주식, 경제를 다루는 채널을 듣고 있는데 내가 듣는 속도보다 콘텐츠가 업로드 되는 속도가 더 빠르니 들을 게 넘친다.
'자신의 욕망을 파악하라'
오늘 들었던 팟캐스트에 출연한 게스트가 했던 말이다. 뜨끔했다.
나는 왜 돈을 더 벌고 싶을까. 늘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기 위해 더 벌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기어코 가지고야 만 것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면서도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싶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렇게 가지고 나면 또 다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사야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 꼭 사야만 직성이 풀린다. 욕망은 항상 그릇을 넘쳤다.
출퇴근길에 주로 들었던 팟캐스트에 출연한 게스트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겸손했다. 성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소비에 겸손했다. 소비에 겸손하다고 해서 자린고비처럼 아끼며 사는 삶은 아니였다. 꼭 필요할 때는 큰 돈을 썼고, 그렇지 않을 때는 굳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
쓰는 법은 익히지 않아도 누구나 금방 배우지만, 부를 쌓는 법은 아무리 익혀도 느리게 배운다. 어쩌면 그것마저도 조바심에 놓치고야 만다.
매번 투자, 주식 콘텐츠를 찾아 들으면서 내가 기대했던 건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였다. 그렇지만 누구도 쉽게 알려주지 않았고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다. 같은 종목을 투자하더라도 각자가 가진 조바심의 역치, 인내심에 따라 수익률은 극과 극이다.
2021년이 되고 나서 매달 1일마다 내 자산을 저축, 투자, 기타로 나누어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적어보고 있다. 기록하면서 느낀 점은 소비가 많을 수록 전체 자산은 낮아지고 있고, 투자는 시기에 따라 부침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금리가 낮더라도 '바보처럼 느린' 저축 덕분에 내 자산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늘고 있다는 점.
돌이켜보면 내가 버는 돈이 적다고 탓했지. 내가 쓰는 돈이 많다고 탓한 적은 없었다. 스스로 이상한 곳에 까먹지만 않더라도 자산은 조금씩이라도 늘어난다. 당장은 소비하지 못해서 삶이 지루할 수 있어도, 결국 그 지루함에 익숙해질 때면 어제보다 조금 더 부자가 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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