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아직도 실패하는게 두렵다.
실패라고 해봤자 거창한 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습관을 인증하는 모임에 벌금이 단돈 100원이더라도 내기 싫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실패했을 때 느끼는 '나쁜 기분'에 대한 비용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나쁜 기분이 태도가 되는 이런 날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하고 다른 루틴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 기분을 굳이 돈으로 환산하자면 잃어버린 몇 만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남들보다 실패 비용이 높은 탓에 인증률도 항상 높다. 3월 말에 시작해 오늘(6월 29일) 끝나는 카카오플백 시즌4에서도 4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100일동안 하루도 안 놓쳤다.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마음 같아서는 7~80%대에서 편안하게 인증하고 싶은 마음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실패 비용이 높은 게 도움이 된다. 한창 이것저것 하고 싶을 때이기도 하면서, 실제로 할 수 있을 확률도 높은 시기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 발생하지 않던가. 흔히 말해 슬럼프라고 불리우는 시기를 지나칠 때는 높은 실패 비용이 독이다. 계속 해오던 것 몇 개 쯤은 좋지 못한 상황을 인식하고 내려놓아도 되는데 손 안에 모래알을 한 가득 움켜쥐고 그것을 한 알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꽉 쥐고 있는 상황 같다고 할까.
당시에는 큰 일처럼 보여도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닌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숱하게 겪어왔으면서도 순간에 놓여있을 땐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높은 실패 비용의 무서운 점은 실패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데 있다. 시작하기도 전에 먼저 머리로 계산하고 승산이 없어 보이는 게임은 시작 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큰 실패를 하지 않지만 문제는 큰 성공도 없다는 데 있다.
당신의 실패 비용은 얼마인가. 나는 아직 많이 높아서 넘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만약 내가 실패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라 의외'라는 반응 대신 '그런 날도 있는 거죠'라고 응원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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