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죄를 지은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죄책감이 이렇게 내 인생에 자주 찾아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주말에는 쉬고 나면 원인 모를 죄책감에 휩싸인다. 차라리 푹 쉬거나 뭐라도 했다면 죄책감으로부터 조금이나마 해방되었을 텐데 피곤해서 늦게 일어났을 뿐이고, 평소보다 조금 많이(?) 게을렀을 뿐이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몇 편 봤을 뿐인데 다시 잠들 시간이다.
이것도 푹 쉰 거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해봤자 마음에는 이미 죄책감이 입장해있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쉬어야 죄책감 없이 온전히 쉴 수 있을지.
지난 토요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조촐하게) 모임을 하고, 연달아 코칭을 하고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 온라인 모임을 했다. 다음 날에는 아침 일찍 극장에서 영화 <블랙 위도우>를 보기 위해 바지런한 하루를 시작했다. 이렇게 주말을 알차게 보낸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피곤했지만 개운했다.
모든 주말이 술 마신 다음 날 먹는 해장국처럼 개운하려면 이렇게 꽉꽉 채워서 보내야 할까. 그건 지금의 작은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인생의 큰 죄책감을 심는 거나 다름없다고 확신한다. 게으른 주말에 종종 자극제가 될 순 있어도 해답이 될 순 없다.
돌이켜보면 가장 만족스러웠던 주말은 모두 쉬거나 모든 시간을 가득 채워 보낼 때가 아니었다. 푹 쉬면서도 운동이나 독서, 글쓰기와 같이 주말에도 계속 놓지 않는 루틴이 있거나 아무리 바빠도 반나절 정도는 내가 원하는 대로. 예를 들면 이 시간만큼은 넷플릭스를 보면서 오롯이 쉴 때 제법 만족스러웠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책 <생각에 관한 생각>을 통해 우리는 언제나 확실하고 선명한 것에 끌리기 쉽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쩌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이것은 ‘휴식’일 테고, 저것은 ‘일’ 일 확률이 높다.
지금까지 선명하다는 이유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자세로 보낸 주말은 나에게 수많은 죄책감을 선물했다. 그러니 다가오는 주말부터는 적당히 쉬면서,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먹으며, 적당히 시간을 낭비하는 자세로 살아가야겠다. 그렇다면 죄책감도 적당히 느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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