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오전 9시까지 출근이라면 밑에 있는 직원이 몇 시까지 자리에 앉아있으면 좋겠어요?”
몇 주 전에 가졌던 독서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물었다.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리 진급을 앞두고 있거나, 대리 직급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회사에서 젊은 축에 속하니 조금은 관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물었던 질문이었다.
역시나 대부분이 9시 정각까지만 자리에 앉아 있으면 괜찮다고 했다. 몇몇은 10분에서 15분 정도 일찍 와서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인 바람일 뿐 꼭 지킬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질문을 바꿔봤다.
“일찍 오는 직원이 어쩌다 한 번 지각하면 ‘무슨 일 있나?’ 걱정하지만 매번 정각에 맞춰 도착하는 직원이 그러면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회사를 다니는 분 말고는 모두가 그렇다고 했다. 사실 야근이 잦은 회사는 출근 시간을 지키는 게 애초에 의미가 없으니까.
사회생활은 평판 게임이다. 과거에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에 따라 반응은 달라진다. 일찍 오는 직원에게는 관대할 수밖에 없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직원에게는 잣대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본인이 설계한 출근 평판이다.
평판 게임에서는 일찍 오는 자가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한국 사회는 (점점 옅어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늦게 퇴근하는 자가 이득 보는 구조다.
그러니 이왕이면 일이 터졌을 때 '그럴 줄 알았어'라는 확신보다 '무슨 일 있나?'라는 걱정을 심어주는 편이 낫다. 좋은 평판 덕분에 적어도 한 번의 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