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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Nov 21. 2021

무엇이든 쓸 수 있지만,
아무거나 쓰진 않을 거야


‘오늘 뉴스레터 주제 뭐 쓰지?’

어제 퇴근 길에 살짝 고민했다. 나를 부지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미 몇 주치 주제를계획해놓고 뉴스레터를 쓰는 줄 알겠지만, 쓰기 전까지 사실 나도 뭘 쓸지 잘 모른다. 대부분 즉흥적인 이야기다.

그나마 재밌는 책이나 인상 깊은 사건이라도 있었던 한 주였으면 소재가 쉽게 발견되지만 , 내 기대와는 달리(?) 무탈하게 지낸 한 주가 많다. 매주 돌아오는 월요일 밤에 뉴스레터를 쓰는 나로서는 평탄한 한 주를 보내고 나면 괴롭다. 그런 날이면 몇 시간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어떤 날은 거의 다 써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모든 글을 지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몇 시간동안 썼던 글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는 잘 안다. 그런 글은 한 글자도 남기지 말고 거침없이 지워야한다는 것을.

지금까지 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지우지 않고 내용을 마저 덧붙여 발행 버튼이라도 누른다면 한 편의 글은 완성되겠지만, 그렇게 발행된 글에는 애정이 없다.

애정 있는 어떤 독자는 그 사실을 눈치 챈 나머지 실망한다. 물론 눈치 채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읽는 사람은 다른 이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그 사실을 금방 잊는다. 다만 글쓴이의 마음에는 잊히지 않은 채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애정 없는 글이 누적되기 시작하면 글쓰기는 길을 잃는다. 글쓰기는 시간을 죽이는 취미 중 하나인데 쓰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지배하는 순간부터 쓰는 시간은 창작하는 시간이 아니라 무용한 시간일 뿐이다. 그때부터 글쓰기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시간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과업이 된다.

과업이 된 글은 잘 쓰고 못 쓰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쓰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에게 의문 덩어리다. 세상에 얼마나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시간을 죽이면서까지 써야하냐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과거에 글 쓰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쓰지 않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시간들이 아까웠다. 꼭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현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갑자기 난 생각이 아니라 과거부터 몇년째 꾸준히 쌓아오고 있는 행동을 믿을 것.

’생각’이라는 무대는 하루에도 주인공이 수 십번씩 바뀌지만, ‘행동’이라는 무대는 주인공을 한 번 내리면 그 무대에 다시 제대로 서기 어렵다. 그러니 생각이 든다고 해서 행동을 바로 바꾸지 말 것. 행동을 바꾸기 전에는 늘 생각하고 또 생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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