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아침 9시에 보내는 뉴스레터. 1년 3개월을 넘게 꾸준히 써오면서도 사실 꼭 써야 할 이유 같은 건 없다. 당장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중단해도 이상할 거 하나 없다. 그럼에도 계속 쓰는 까닭은 써야 할 이유가 하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써야 할 이유가 쓰지 않아도 될 이유보다 하나라도 더 많아야 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많지. 꼭 해내야 하는 이유 같은 건 없더라. 그래서 꾸준하긴 어렵고 포기하기는 너무 쉽다.
써야 할 이유는 하나면 충분하다. 누군가 읽기 때문에 이번 주는 건너뛸까?라는 유혹에도 월요일 저녁에는 어떻게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 어떤 사람은 내가 계획적이고 부지런해 보인다는 이유로 몇 주동안 뉴스레터에 쓸 주제를 미리 기획해서 ‘딱딱딱’ 시간에 맞춰 발행하는 줄 알았지만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늘 발행 하루 전인 월요일에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쓰기 시작한다. 글감도 미리 기획해본 적은 몇 번 있어도 모든 글이 기획된 글쓰기는 아니다.
새해 버프가 끝나서일까. 새해에는 새해라는 이유로 꾸준했지만 봄이 되자 바쁘다는 이유로 놓기 쉽다. 3개월, 1년과 같이 근거 없는 시간을 스스로 정해놓고 그 시간이 임박하면 어느 정도 결과물이 보이겠다는 생각에 전력 질주하다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제풀에 지쳐버리는 사람이 종종 보인다.
빅터 프랭클 박사가 쓴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수용소에서 먼저 눈을 감는 사람들은 몸이 아픈 사람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었다. 그 어떤 정보도 유입되지 않는 환경에서 ‘다음 주면 풀려나지 않을까?’라는 헛된 망상에 그렇지 않아도 거의 방전된 에너지를 그 시간을 위해 몽땅 쓰고 막상 다음 주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명맥만 유지하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리는 사람들.
내가 매주 뉴스레터를 쓰는 원동력은 글을 잘 쓰는 능력도, 오랜 시간 글을 써온 시간도 아니다. 화요일 9시까지 써야 한다는 마감. 가끔씩 오는 뉴스레터 피드백. 그래도 일주일에 하나쯤은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속에 조금씩 일렁이는 잔잔한 파도. 나를 움직이는 힘은 요 정도면 충분하다.
사람이란 꾸준히 하던 일은 시간이 쌓일수록 에너지를 덜 쓰는 법이라 처음에는 내가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나를 돕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려운 책을 읽는 습관, 인터넷에 글 쓰는 습관, 남들 앞에서 말하는 습관 등은 모두 점에 불과했지만 꾸준해지니 어느 순간 선이 되고 면(공간)이 되더라.
점일 때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찾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공간이 되니 조금씩 놀러 오고 어떤 사람들은 그곳에 오래 머문다. 만약 처음부터 내가 공간을 만들 요량이었다면 선을 만들기도 전에 지치지 않았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점을 찍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선이 되고 면이 되는 일은 파생된 결과일 뿐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니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헛된 망상을 품는 병자처럼 ‘선을 만들어야 하는데’, ‘면을 만들어야 하는데’라는 생각 대신 꾸준히 점을 쌓을 것.
일주일은 7일의 합이고, 1년은 365일의 합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일주일이나 1년이 아니라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오늘 하루가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가는 것이다.
매주 화요일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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