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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Mar 26. 2022

반성하는 사람만이 발전한다

우리가 책을 사는 이유는 그 책이 좋아서라기보다 누군가 공유한 한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그럴 확률이 높다.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다가 책을 좋아하는 인친이 올린 문장에 혹해서 책을 구입하고, 단톡방에서 누군가 공유한 문장에 마음이 동해 그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에 참여한다. 변화를 일으키는 한 문장의 힘은 강력하다.


매일 쓰는 일기 한 줄도 그렇다. 인생은 멈출 일 없는 마라톤인 탓에 뒤를 돌아볼 일이 많지 않다. 가끔 있다고 하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연말연초일까. 그때를 제외하고는 우리는 아직 가지지 못한 앞을 생각하지 이미 지나온 길을 떠올리지 않는다.


가끔이나마 우리를 멈추는 행위가 있다면 그건 성찰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아침 일찍 오늘 하고 싶은 일을 적어야한다면 하고 싶은 게 잔뜩이지만 전날을 돌아보라고 하면 뭘 적어야할지 난감하다. 어쩌면 뒤돌아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 아닐까.


우리 대다수는 성찰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자신을 비춰보는 데에만 익숙하다. 정혜신 박사는 책 <당신이 옳다>를 통해 모두를 위해 충조평판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여기서 충조평판은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줄임말이다.


‘내가 충고 좀 하면..’

‘널 잘 알아서 하는 말이야.’

‘너는 사람은 참 좋은데..’

’그럴 줄 알았다니까’


누군가는 반드시 상처를 입는 4종 세트다. 그런데 타인의 평가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데 익숙한 사람은 상처를 받아야만 성찰할 수 있다. 자신의 거울은 꺼내지 않은 채 타인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야만 성창할 수 있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성찰하려면 매번 타인의 거울을 빌려야 하니 빌려 쓰는 나도, 빌려주는 상대방도 서로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


타인에게 평가 받는 데 익숙한 사람은 누군가 평가하지 않으면 본인은 칭찬 받을 포인트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평가는 긍정어다. 그런데 그 평가 속에 본심은 수 마디 속에 딱 한 마디 숨겨져 있고 대부분의 말은 본심이 들키지 않기 위해 가리는 말이다.


스스로 성찰하지 못하는 사람은 본인을 얼마나 잘못된지 알면서, 외부인의 인정은 얼마나 정직하고 그 비판이 얼마나 타당할까?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다. 상대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만 아니라면 맞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상대라서가 아니라 내가 아니면 옳은 것이라 생각하고 살아간다.


자기 반성은 아프다. 그런데 그 고통은 결국 뼈가 되고 살이 된다. 반면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얻게 되는 반성은 빌리는 과정에서 한 번, 타인의 말에 한 번, 거울 속 비춰진 내 모습에 한 번 고통을 느낀다. 이왕 아플거면 내가 아프게 하는 게 낫다. 사람은 스스로 반성하는 자만이 발전한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자. 단 한 문장으로 인해 책을 사는 것처럼, 매일 던지는 질문 하나가 잔잔한 일상에 파동을 가져다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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