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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Mar 18. 2022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지난 주말에는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를 다녀왔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종종 들르곤 하는데, 올 때마다 한결같이 느끼는 점은 ‘사람 참 많다’


교보문고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참 많이 읽는 것 같다. 그런데 아쉽게도 서점을 벗어나면 그 생각이 틀렸음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이제는 도서관처럼 변해버린 카페에서 조차 책 읽는 사람을 보는 건 쉽지 않다. 누군가 읽는 모습을 보려면 도서관이나 대형서점 정도랄까. 가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 읽는 사람을 발견하면 멸종위기동물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다.


책 읽는 사람을 발견하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줌(Zoom), 게더타운(Gather.Town)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읽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해도 친구를 만나도 주식 아니면 부동산 이야기가 전부인 세상에서 오직 책 가지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너무나 중요하다. 책을 이야기하는 시간에는 나이도 직업도 궁금하지 않다. 같은 책을 읽은 타인의 생각만 궁금할 뿐이다.


혼자 읽을 때는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도 하겠거니 어림짐작하지만, 막상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와. 다르다.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발견하지 못한 문장을 타인이 발견하고, 내가 발견했던 문장은 타인이 놓친다. 두 갈래로 퍼져 있던 문장들은 오직 모임을 통해서만 다시 한 곳으로 모인다.


책이라는 건 저자의 경험담이지만, 그것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담도 함께 보탠다. 즉 나는 듣기만 해도 저자 그리고 타인의 경험담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면서 체득한 경험이 있다면 고민이 있을 때 꼭 타인이 해결해주지 않더라도 말하기만 해도 알아서 해결될 때가 있다는 것. 고민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 속에만 둥둥 떠다닐 때는 누군가가 해결해주기만을 바라는데, 막상 독서모임을 통해 타인에게 그 두 글자를 전달하려다 보면 생각이 스스로 정리되어 답을 찾는다. 본인이 말하고 본인이 답을 찾은 셈인데 듣기만 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독서모임을 십 년 넘게 하고 있는데 단 한 번도 질리지 않는다. 아마 수십 년 뒤에 백발의 노인이 되어도 노인정에서 또래 옹들과 함께 책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질리지 않으니까 왠지 그때까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새로 온 옹에게 또 이렇게 묻고 있을 것 같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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