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최은영 소설가의 첫 장편 소설 <밝은 밤>을 읽었다.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소설울 너무 읽지 않아 억지로 읽을 수 밖에 없는 독서모임에 참여해 이미 배부른데 남은 밥그릇을 다 비워야하는 것처럼 꾸역꾸역 읽었다.
최은영 소설가의 소설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로 읽은 건 <쇼코의 미소>였다. 쇼코의 미소는 여러 단편 소설 중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동시에 표제작이었다. 주변에서 읽은 사람들을 보면 너무 우울해서 싫다는 본인 스타일이랑 안 맞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소설이 별로였다는 사람들은 못 봤을 정도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탓에 최은영 소설가가 처음부터 유명한 작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책이 나오기 전 그녀는 충북 음성에 있는 극동대학교에서 한국어강사를 했다. 그리고 일주일 중 이틀은 과외를 하고, 학교 신문사 기자도 하고, 모교인 고려대학교 이공대 글쓰기 센터에서 글쓰기 튜터도 했다. 글쓰기는 돈이 안 된다. 그래서 방금까지 나열한 일들은 그녀가 몇 년동안 쭉 해온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한 번에 하던 일이다.
책 <쇼코의 미소>가 나올 무렵에는 안양에 있는 고등학교 두 군데에서 방과후 교사까지 했다. 글이 밥이 되지 못하는데도 첫 소설이 나오기 전 글쓰기를 업으로 했던 까닭은 글을 쓰지 않으면 바람을 피는 것 같다고 했다. 돈이 되는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아, 글 쓸 시간인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네’라며 안타까워하며 좀처럼 순간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가 첫 책을 내고 전업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책 <쇼코의 미소>에서 영화감독을 꿈꾸던 소유를 닮았다고 느꼈다. 동시에 흐린하늘처럼 우울했던 나의 20대와도 닮았다. 이게 꼭 나만의 이야기일까. 그때는 그렇게 느꼈지만 서른을 넘은 나이까지 살아보니 그 이야기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책 <데미안>에서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보듯, <쇼코의 미소>에서는 소유가 쇼코를 본다. 그 두 책의 공통점은 데미안의 이야기도 쇼코의 이야기도 아니었다. 본인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책 <쇼코의 미소>를 읽는 내내 이것은 마치 소유를 보는 내 이야기와도 같았다.
종종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20대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곤하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때는 대부분의 시간이 마치 외출을 할 때 우산을 깜빡했는데 곧 비가 내릴 것 같고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흠뻑 젖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이었다고 할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간들을 걱정해도 너무 걱정했다.
최은영 소설가는 <쇼코의 미소>를 통해 말한다.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쪽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 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나와 같은 20대를 보낸 사람들을 만난다면 미래에 도움이 되는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 대신 현재 본인을 돌아볼 수 있는 책 <쇼코의 미소>를 한 권 선물하고 싶다.
충고는 누구나 해줄 수 있지만, 나를 부지런히 돌아보는 일은 나 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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