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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Jan 25. 2022

책은 읽는데 왜 소설은 안 읽게 될까

토요일에는 작년에 끝냈던 ‘바인더 모임’ 멤버들을 만났다. 2015년부터 시작된 모임에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동안 참여한 멤버들이었다. 약 한 달만에 만났는데도 마치 지난 주에 만난 것처럼 친근했다. 아무래도 지난 몇 년동안 매주 만났던 덕분일까.


모임이 끝나고도 계속 바인더를 쓰고 있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그렇다고 했다. 반면에 책을 읽고 있냐고 물었더니 답이 엇갈렸다.


“바인더는 모임이 끝나고도 습관이 되서 계속 쓰고 있는데 왜 책은 잘 안 읽게 될까요”


모임이 끝나고 책을 꾸준히 읽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멤버가 물었다.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설 읽는 사람일 확률이 높아요. 왜냐하면 소설은 살아가면서 딱히 읽어야할 이유가 없거든요. 이유가 없는데 읽는다는 것. 그건 좋아하지 않으면 흉내낼 수 없거든요. 우리는 지난 몇 년동안 독서모임을 통해 꾸준히 책을 읽었지만 그 모임이 끝나니 잘 안 읽게 되죠. 왜 그럴까요. 필요와 마감에 의해서 읽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스스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를 읽고, 자산을 증식하는 마음이 커서 재테크 서적을 읽으니까요.

우리는 무언가 얻고 싶을 때 책부터 사는 경향이 있어요. 학생 때도 토익 점수를 얻기 위해서 토익 책부터 구입해놓고 어떻게 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까 계획을 짜죠. 그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필요’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책을 읽을 뿐이에요.”



이 대답을 하면서 나도 여기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에 읽었던 70여 권의 책에서 소설은 고작 2권이니까. 그마저도 9월이 넘어서야 ‘소설 한 두권쯤은 읽어야하는데…’라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소설을 꾸준히 섭취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내가 소설을 즐겨 읽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럴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한 번씩 ‘언젠가 읽어야지’ 마음 먹었던 소설을 꺼내 읽을 땐 마음이 허하거나 다쳤을 때 찾게 된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텍스트가 치유의 언어로 쓰여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독자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텍스트가 아닌, 독자를 소설 속 세계 안으로 초대하는 텍스트.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는 소설이라는 세계를. 소설이라는 바다를 유영하고 있다.


다시 소설을 읽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다행인 건 소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올해에는 꽤 빨리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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