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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Jul 25. 2022

감각은 제약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온몸이 뻐근해 퇴근 후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마사지라고 하면 보통은 흔한 타이 마사지를 받곤 했는데 이번에는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안마원을 갔다. 입구에 들어서고 종소리가 울리자 사장님은 인기척을 느끼고 ‘어서오세요. 앞에 슬리퍼로 갈아신어주시구요. 탈의실 가서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지만 이미 동선을 모두 외우신 듯 했다. 그대로 신발과 옷을 갈아입은 후에 안내해주는 방으로 들어가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근처 책상에 퀵이나 배달처럼 콜을 받는 사람처럼 핸드폰이 2~3개 정도 있었는데 ‘따로 영업하시는 핸드폰인가?’ 혼자 생각하다 마사지에 집중했다.


몇 분 지났을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알고보니 사장님 핸드폰에서 보이스 오버(Voice Over) 기능으로 메시지를 읽어준 것이다. 분명히 한국말인데 알아들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좀 더 잘 듣기 위해 영어듣기시험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들어봐도 외국어처럼 한 문장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마사지를 받는 1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보이스 오버 기능은 수십 번 반복됐지만 마치 암호로 대화하는 것처럼 사장님의 개인적인 메시지(?)를 한 글자도 엿듣지 못했다.


“시각 장애인들은 시각이 제약되니 청각이 엄청 발달했구나..”


보이스 오버 기능은 설겆이를 하거나 화장실에서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지 못할 때 ‘시리야 메시지 읽어줘’라고 하면서 가끔 써먹는 기능 중 하나였지만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필수 기능이었다.

그는 보이지 않음으로써 듣는 것에 훨씬 익숙해졌고 일반인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듣는 감각이 월등하게 발달되었다. 마사지를 받으러 갔지만 보이스 오버 기능을 이보다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감탄만 하다 돌아왔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일 수록 시간을 잘 쓰듯, 감각이 제약되어 있는 사람들이 다른 감각을 사용해 월등한 퍼포먼스를 낸다.


눈으로 관찰하는 모든 세상이 글감인 사람은 타인이 보기에는 ‘나는 글감이 없어서 늘 고민인데, 저 사람은 항상 쓸 이야기가 가득한 것 같아. 글감이 끊이질 않아’라고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런 사람들은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모두 볼 수 밖에 없는 눈을 가졌다. 글로 쓰고 싶지 않아도 모든 게 글감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어떤 작가는 남들보다 아픈 마음을 가졌기에 더 잘 쓰는 것이고.
어떤 디자이너는 남들보다 피곤한 눈을 가졌기에 더 잘 볼 수 있다.


감각은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피곤한 일이 되기도 한다.


마사지를 해주셨던 사장님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자책하고 있으면 잘 들을 수 있었을까.
마찬가지로 시간이 없다고 해서 자책하고 있으면 시간을 더 잘 쓸 수 있을까.

육체의 피로를 풀러 갔던 시간이었지만,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해야하는지 힌트를 얻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가보지 않았던 환경,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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