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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Oct 26. 2022

'어쩌다'가 '어느새'가 될 수 있도록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하게’ 라는 뜻을 가진 ‘어쩌다’라는 부사를 좋아한다. 예정에도 없던 사건이 평탄한 일상에 무단침입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이 부사를 쓸 때를 떠올려본다면 누군가 ‘언제부터 글 쓰기 시작하셨어요?’라고 물을 때다.

“어쩌다 시작했던 것 같은데 하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요”



세월이 많이 지나간 것도 있지만 딱히 어떤 결심에 의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알리가 없다. 하다보니 조금씩 결실이 맺히면서 여기까지 온 것 뿐이다.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이들의 세상은 언제나 궁금하다. 소설가는 언제부터 소설을 쓰게 됐는지, 프로축구 선수는 어떻게 축구 선수라는 꿈을 키우게 됐는지, 코미디언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개그를 전업으로 하고 싶었는지 묻는다.


그들 대부분도 ‘어쩌다 시작한게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요’라고 답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주변 사람이 너는 재능이 있으니 한 번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말에 시작했던 케이스도 있고, 별 생각없이 시간이나 때우려고 하던 일이 좋아진 탓에 계속 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어떤 목적지를 가지고 차근차근 밟아오기보다 정말 ‘어쩌다’ 시작한게 ‘어느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인간의 뇌는 위험한 동물들이 도사리고 있는 미지의 세상으로부터 생존을 위해 지난 몇 천 년동안 손실을 회피하는 성향으로 프로그래밍되었다. 그래서 생각만으로 실행이나 계획을 가까이할 수 없다. ‘~하면 ~해야지’라는 다짐이 그래서 쉽게 휘발되곤 한다.


그냥 하면 될 일을 어떤 조건을 붙여 그 조건이 달성되면 어쩔 수 없이 움직이고, 달성되지 않으면 움직일 생각이 없다. 문제는 조건이 생각보다 빨리 달성될 때 쉽게 다짐을 바꾼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하면 될 일도 하지 않으려고 복잡하게 만든다.


지금도 주변에 ‘어쩌다’ 시작한 일을 어느새 꾸준히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여럿 본다. 그들에게도 시작의 순간을 묻는다면 대부분이 앞서 말한 것처럼 어쩌다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생각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 가볍게 시작했던 부업이 전업이 되고, 취미로 했던 일이 인생을 바꿀만한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한다. ‘나’라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은 단순히 의지와 생각만으로 점철되지 않는다. 때론 ‘어쩌다’라는 타의가 개입하기도 하고 그 틈에 시간이 꾸준히 쌓여 ‘어느새’가 된다.


책 <블랙 스완>에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되도록 공짜표를 많이 사라고 했다. 공짜표는 곧 기회를 뜻한다. 기회를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주 찾아온다.


‘저는 안 할 게요. 저는 괜찮아요’라는 태도를 가진 사람보다, ‘오! 부담되지만 일단 해볼게요~~’, ‘궁금한데요!!’ 라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뜻하지 않게 큰 기회를 거머쥔다. 누구나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면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좋은 기회라는 것은 언제나 사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는 좋은지 몰랐다가 지나고 나면 좋은 기회였다는 것을.


그러니 기회가 올 때마다 노출되려고 노력하고, 이왕이면 그 기회가 자주 올 수 있도록 공짜표도 열심히 사자. 로또 말고 보상은 무한한 공짜표.






“복권은 아니어도 공짜표(그렇지만 보상은 무한히 가능한)는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사라. 그리고 이 표가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 절대 버리지 말라. 열심히 일하되, 기꺼운 마음으로 일하라. 그리고 기회를 찾고 그 기회에 최대한 노출되도록 하라. 대도시에 산다는 것은 뜻밖의 발견과 마주칠 기회가 높아지기 때문에 큰 이점이 있다. 여기에서는 의외의 기회에 자주 노출될 수 있다.”

- 책 <블랙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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