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Mar 27. 2023

코칭 피드백을 받고 충격받은 이유

영화 『기생충』 보셨나요? 영화만큼 유명해진 통역사 샤론 최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란 TV 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느낀 걸 누군가는 공감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요. (그는 전문 통역사가 아닌 영화감독 지망생이에요.) 제가 강연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라 물개박수를 쳤습니다. ‘아, 이거 나만 느끼는 감정 아닐까?’ 싶은 것을 콘텐츠로 만들면 누군가는 반드시 반응하게 돼 있답니다. 빈도보다 밀도를 챙겨야 해요. 사람들이 깊이 공감하는 콘텐츠는 일상에서 나옵니다.


책 <카피 쓰는 법>, 이유미



회사 안팎에서 종종 강의(+코칭, 컨설팅 등)를 한다. 횟수는 많지 않아도 계속 해온 경력 덕분에 사람들의 반응을 금세 알아차린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지 못했다. 몇 년 전 강남에서 기록법에 대한 코칭을 한 적이 있는데 이제 막 시작했던 터라 시간당 금액은 터무니없게 저렴했지만, 수강생 한 명 한 명의 피드백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퇴근 후 저녁 시간, 주말 시간을 쪼개어 강의 자료를 만들어 수강생들을 만나면 열심히 전달하곤 했다. 2~3시간을 연달아 쏟아내고 나면 후련했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만족했다. 코칭이 끝나고 나면 피드백도 받았다. 많은 수강생들이 '내용이 좋았다', '어려워서 계속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 등등의 의견을 줬다.  


여느 날처럼 토요일 오후에 코칭을 하고 피드백을 받았는데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차라리 콘텐츠가 부족했다면 '아직 실력이 부족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피드백이었다.


'중간에 5분, 10분 정도만 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그전까지 수강생이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잠깐 쉬면 안 될까요? 말하지 않으면 쉬지 않았다. 사실 쉬지 않았다기보다 2~3시간 동안 지식을 열심히 전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다 보니 시야가 좁았다.


반대로 내가 다른 강의를 들으러 갈 때는 아무리 강의 내용이 좋아도 30분쯤 지나면 '언제쯤 쉬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1시간이 넘어가는데도 쉬지 않으면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었다. 꽤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도 막상 내가 강의, 코칭을 하게 되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셈이다.


생산자이기 전에 모두가 소비자임에도, 생산자가 되는 순간 소비자임을 잊어먹는다. 브런치에서 글을 생산하는 작가 이전에 다른 브런치 작가의 글을 읽는 독자고, 내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물건을 팔기 전에 다른 회사의 물건을 소비하면서 사는 소비자다.


소비자일 때는 '아, 이렇게 좀 만들어주면 안 되나?', '50분 했으면 좀 쉬면 안 되나?' 등등 생산자가 내가 겪고 있는 불편함을 알아봐 주길 원한다. 어떤 생산자들은 그 불편함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려 개선하는 행보를 보이면 '와 저기 대박이다. 어떻게 알았지?' 감탄하곤 한다.


그런데 내가 생산자가 될 때는 좀처럼 소비자를 생각하지 못한다. 오히려 소비자보다 생산자인 나에 더 집중한다고 할까.


'이번 글 진짜 아이디어도 좋고 공들여 썼는데 왜 아무도 안 읽지?'

'이 제품은 다른 경쟁 제품보다 훨씬 좋은 재료로 만들었는데 왜 못 알아봐 주는 거지?'

'이렇게 해도 알아봐 주지 않으니 아무런 소용없네'


여전히 지금도 생산자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생산자라면, 현재 상황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기보다 관점을 바꿔 일상에서 소비자가 됐을 때 어떤 생산자의 콘텐츠, 제품을 구입하는지 본인을 알아차리면 좋겠다. 우리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일 때 다른 사람에게 영업하기 쉬운 까닭은 그들과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친애하는 작가 5명이 뭉쳤습니다.

매거진 <친애하는 문장들>을 구독해 보세요 :)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글 1편을 배달해 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