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과 11월에는 책 <2024 트렌드 노트>로 두 번의 독서모임을 가졌다. 20대부터 40대, 미혼과 기혼 등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읽었는데 트렌드 관련 서적을 읽으면 꼭 나오는 단골 질문이 있다.
"살기도 바쁜데, 트렌드까지 꼭 알아야 할까요?"
"다른 세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듯한 트렌드를 꼭 따라가야 하냐는 질문, 그리고 자영업을 하면서 어린 친구들과 일하는 사장님, 나이가 들면서 직급이 올라가고 어린 친구를 새로운 직원으로 받아들이는 예전(?) 신입사원들.
비슷한 세대끼리 얘기하다 보면 결국 모든 대화가 다른 세대의 험담이다. 요즘 애들은 너무 개인주의야. 정이 없어 정이. 반대로 요즘 애들은 기성세대를 '꼰대',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 안에 가둬버린다. 그런데 중요한 건 다른 세대라서가 아니라 같은 세대여도 이런 화법으로는 대화가 어렵다.
독서모임이 좋은 이유는 나이, 결혼 유무, 직급, 직책 등에 상관없이 오직 '책'으로만 이야기해서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을 것 같지만, 그냥 나이 상관 없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이 읽는다. 즉 젊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책의 지도'가 더 넓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 같은 경우는 독서모임이지만 취미로 맺어진 커뮤니티라면 속성은 거의 비슷하다. 직장에서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우대를 받지만, 취미 커뮤니티에서는 더 잘하는 사람, 더 잘 아는 사람이 존중 받는다.
과거에는 나이, 세대에 따라 취미가 분화됐지만 요즘에는 비슷한 나이대에서도 취미가 분화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애니메이션 좋아해요'라고 하면 '애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요?'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문구류 좋아해요'라고 하면 '요즘 쓰는 사람들 많아요?'라고 묻는다.
당연히 그런 반응 뒤에 취미를 밝힌 사람들의 입은 굳게 닫힌다. 취미를 공유했지만 공격 받은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도 공격할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상대의 취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반응도 이해하지 못하는 뉘앙스가 된다. 그러니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살기도 바쁜데, 트렌드까지 꼭 알아야 할까요?"
→ 트렌드는 경향이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더라도 도태되면 안 된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상대(트렌드)는 알고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트렌드를 극혐하지만, 사실 트렌드로 장사하는 사람들을 극혐하는 것이지 트렌드는 잘못이 없다.
"다른 세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세대가 아니라 취미를 알아야 한다. 그런 취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한 번쯤 경험해봐도 좋다. 예를 들어 요즘 10대가 탕후루를 왜 먹는지 모르겠다면 직접 먹어보고 어떤 포인트가 그들에게 매력적인지 파악해보는 거다.
삶은 이제 달력이 아니라 지도야. 달력 말고 지도 보며 살아야 하네. 내가 한 말이지만 세상이 딱 그렇게 되는 걸 보면 나도 놀라는 거야.
-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앞으로 세상은 시간을 많이 쌓은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세계, 즉 외연를 확장하는데 집중하는 사람이 주인공이 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