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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Nov 16. 2023

무엇이든 기록하고 계획하는 사람이 되기

 

아이폰을 베타 업데이트했더니 일기 앱이 설치됐다. 애플에서 출시한 기본 앱답게 만듦새가 꽤 좋다. 덕분에 잠들기 전 일기 앱을 켜서 생각을 조금씩 기록하고 있다.


'기록'


사전적 정의를 보면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이라고 나온다. 기록은 현재 남기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은 미래의 내가 된다. 기록을 잘 남기지 않는 사람일수록 언제, 어디에, 어떻게 남겨야 할지 모든 게 애매해서 더욱 어려워한다. 하지만 반대로 기록이 습관이 된 사람은 애매함이 찾아오기 전에 본인이 편한 도구(다이어리나 노트, 또는 생산성 툴)에 일단 남긴다. 


1인분의 자아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록이라는 습관이 장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라면 원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드, 그리고 피그마 같은 디자인 도구에 본인의 작업물을 끊임없이 보관한다. 좀 더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노션이나 기타 도구 등을 사용해 추가 정보(날짜, 클라이언트 등)를 남기면 더 좋다.


'나는 디자이너처럼 포트폴리오로 쌓일만한 일을 하지 않고 있는데?'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매일 업무일지를 남기자. 업무일지에서 중요한 건 시간, 공간, 사람, 콘텐츠다. 


1. 언제 처리했는가

2. 어디서 처리했는가

3. 누가 요청했는가. 반대로 누구에게 요청했는가. 

4. 어떤 업무를 처리했는가.


내가 직접 한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게 내가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잊어버리는 게 사람이다. 그러니 업무일지를 통해 차곡차곡 쌓자. 좀 더 여유가 된다면 기록할 때 분위기나 느낌, 생각도 함께 곁들이면 좋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작가는 감정을 메모할 때 그 감정을 느낀 공간이랑 주변 환경을 소설처럼 세팅한다고 했다. 나중에 다시 찾아볼 때 감정만 적혀 있으면 회상이 쉽지 않아 찾은 방법이었다. (관련 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말을 들었고, 어떤 감정이 들었고 손에 땀이 났다든지, 다리가 떨렸다든지 상세하게 적어두려고 해요. 그게 나중에 봐도 입체적으로 그려져요' 



보통 연말쯤 내년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그렇게 세운 계획은 1년 내내 몇 번이고 다시 수정한다. 이런 모습을 본 혹자는 말한다. '그렇게 계획하면 모두 달성하나요?'  

 

올해 10월에 수정한 올해 4분기 계획.


그럴 리가. 계획한다고 모두 달성할 수 있다면 누가 안 세우겠는가. 계획을 세우는 건 그 목표를 달성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잊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기준점이 될 계획을 계속 가져가면서 방향을 수정하기 위한 용도다.  

책 <불행 피하기 기술>에 따르면 미국의 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계획은 중요하지 않다.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즉 확정된 계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듭해서 계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는 데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


연말에 세운 계획은 다시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세우는 것만 못하다. 내년에 가까워졌다고 지금 2024년 계획을 세우고 내년이 되자 1년 내내 그 계획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꼭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이 '계획해도 소용없더라'라며 계획 무용론을 주장한다.


계획하고 기록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과거에 무엇을 계획했고, 그 계획이 막상 현실에 닥쳤을 때 어떤 괴리가 있었고, 그 계획을 달성하는데 어떤 어려움에 처해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등에 대한 내 생각이다. 


사실 계획하면 계획할 수록, 기록하면 기록할 수록 내가 얼마나 형편 없는 사람인지 잘 알게 된다. 내가 세운 계획은 너무 거창했고, 너무 애매했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가깝고. 내가 적은 기록은 초등학생 일기장만큼이나 유치하니까. 그렇지만 그 바닥이 어딨는지 알아야 차근차근 위로 올라온다.


그러니까. 슬슬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2024년을 준비하는 대신 2023년의 남은 시간부터 차근차근 기록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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