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모트:사무실 따윈 필요 없어>에 따르면 새로운 럭셔리란 시간과 공간의 자유라고 한다. 남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출근할 때 출근하지 않을 수 있다면, 또는 출근해야 하는 사무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산업혁명 시대에 자본가-노동가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던 노동 방식은 현재는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출퇴근 시간이 고정되어 있는 '고정 근무제'를 택하는 회사가 많고,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유연 근무제' 또한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직장인은 바쁨의 유무와 상관없이 하루 최소 8시간은 회사에 몸이 묶인다. 일이 많을 땐 저녁을 먹고도 한참을 더 일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책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에서는 앞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늦게 퇴근하는 사람, 많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보다는 '일을 없애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을 없앤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데,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던 일을 자동화하여 사람이 그 일에 없어도 되게 만든다던가, 또는 일의 인과관계를 따져 '이 일은 목표 달성(결과)에 영향이 없다'라는 논리를 달성하여 애초에 일의 존재를 없애는 뜻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회사로부터 독립을 꿈꾸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1인분의 자아로 독립해야 된다. 프로야구선수는 서비스 타임 7년을 채우면 FA 시장에서 몸값을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선수는 FA 시장에 나가는 전년도에 (기가 막히게) 좋은 성적을 낸다. 그래야 좋은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도 프로가 되려면 프로선수들처럼 움직여야 한다. 회사로부터 독립을 꿈꾸고 있다면 적어도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서비스 타임' 동안에는 1인분 이상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야 한다. 흔히 일을 잘한다는 건 회사 내에서만 통용되는 언어처럼 들리지만, 그 언어는 고객이나 협업하는 다른 회사 사람들에게까지도 들린다.
그래서 경력직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눈여겨보던 다른 회사 대표들이 퇴사 소식을 듣고 먼저 연락을 취해 본인의 회사로 데려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보통 지금까지 고생했다고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해서 만난 후에 맛있는 음식을 먹이면서 유혹한다.)
시간과 공간의 자유는 누구나 가지고 싶다. 그러나 그 자유를 가지는 것이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나눠서 생각해 보자.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건 누구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줄 안다는 뜻이고, 공간의 자유를 갖는다는 건 내가 하는 일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일이어야 한다.
만약 시간을 관리할 줄 모르고, 공간의 제약을 받는 일을 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시간을 관리하고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분야의 일을 조금씩 부업처럼 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