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3~4년마다 다른 주제를 선택해서 공부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전문가가 되긴 어려워도 준전문가가 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즉 디자이너라면 마케팅을 배우기 충분한 시간이고, 마케터 입장에서는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특히 일의 경계가 확실한 사람들일수록 본인의 분야가 아니면 강하게 선을 긋는다.
"할 줄 몰라요"
"이건 제 분야가 아닌데요"
"이거까지 제가 해야 되나요?"
이해는 된다. 내 일 하기도 바쁜데 똑같은 월급 받고 다른 일까지 한다는 건 나만 손해 보는 게임 같으니까. 그리고 근로계약서 상에서도 명시된 업무 이외의 업무를 시키는 건 취업 규칙 위반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노사관계 입장이다. 앞으로 올 내 미래를 생각하면 내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경험을 늘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걸 배워서 언제 써먹겠어?' 싶지만 하찮은 경험도 추후 다른 일을 전개하거나 창업을 하게 된다면 꼭 도움이 된다. (이렇게 말하는 게 젊은 꼰대 같지만 정말이다.)
일반적으로 인재를 구분할 때 I자형 인재와 T자형 인재로 구분한다.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다면 I자형 인재에 속하고, 거기에 더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T자형 인재가 되는 것이다. 대졸자들은 보통 I자형 인재에서 시작해 피터드러커처럼 다른 분야를 틈틈이 공부해서 전문 분야를 늘린다.
요즘에는 제너럴리스트라고 하면 전문성이 없는 사람처럼 그 역량을 축소시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본래 '제너럴'은 총괄자, 한 마디로 수장이죠. 조직 전체를 지휘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비즈니스의 제너럴리스트라면 '돈을 버는'데 책임이 있는 것이고, 이 일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날마다 업무의 일거수일투족이 최종적인 성과로 이어지니까요.
책 <일을 잘한다는 것>, 93p
라이프니츠랩 대표 야마구치 슈가 쓴 책 <일을 잘한다는 것>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흔히 제너럴리스트를 전문성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이미 본인의 전문 분야를 하나 가지고 있고 그 분야를 뛰어넘어 다른 분야까지 돌봐야 하는 사람을 뜻한다.
한 분야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실무자 입장(I자형 인재)에서는 정의되지 않는 여러 일을 처리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이 안 될 때가 많지만, 가장 큰 가치는 언제나 정의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T자형 인재)의 몫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몫이라 생각했는데 피그마를 비롯한 여러 가지 디자인 툴들이 편해지면서 이제 마케터, 기획자들도 간단한 디자인은 할 줄 알게 됐다. 과거 간단한 디자인도 일일이 수정해야 했던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사소한 건 신경을 덜 써서 편해졌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정도 디자인 수준이면 '굳이' 디자이너를 뽑지 않는 시대가 됐다.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이 쓴 책 <시대예보>에 따르면 앞으로 기업이 사람을 뽑을 때 채용이 아니라 영입을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그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뽑았다면 이제부터는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있을 때 아주 비싼 값을 지불하고 그 사람을 데려올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다방면의 분야에서 본인만의 관점을 구축한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러니 너무 본인의 분야에만 경계를 긋지 말고 내 커리어는 어느 분야에든 열려있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