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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Nov 30. 2023

충만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 특징 3가지

 내가 책을 소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늘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데, 기존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을 때 책을 펼친다. '이렇게 하세요'와 같은 적확한 정답은 주진 않아도 책의 사례를 통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와 같은 유사한 해답을 찾아낸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책 <굿 라이프>에 따르면 '잘 살고 있는 거겠지?'와 같은 인생을 관통하는 질문을 할 때 우리는 인생 전체를 못 떠올리고 현재의 기분으로 어림짐작하여 삶을 판단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현재가 불안하면 인생 전체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불안한 인생을 단속하려면 불안한 하루부터 단속해야 된다. 여기서 이동진 평론가의 좌우명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가 떠오른다.


하루를 잘 보내는 사람은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명확하다.


1. 짬이 날 때 미뤄두었던 일을 한다.

미용실에서 커트를 받으면서 미용사와, 헬스 트레이너인 친구랑 얘기하다 보면 '노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나마 먼저 연락 주고 취소하는 사람은 양반이지만 메시지를 읽지도 않고 아무 말도 없이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라고 했다.


미용실이든 헬스장이든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은 무엇보다 마케팅이 중요한데, 평생 머리만 자르고 운동만 하다 보니 마케팅에 익숙한 직원이 없다. 그렇다고 마케터를 뽑을 수도 없다. 대부분 사장이 직접 하거나 여유 좀 있으면 밑에 있는 직원을 시킨다.


당연히 헤어 디자이너, 헬스 트레이너와 같은 본업이 있기 때문에 이들은 마케팅할 시간이 없다. 머리 자르고 펌을 해주고 PT 해주기도 바쁘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서 노쇼가 있을 때 마케팅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잠시 짬을 내어 리뷰에 답글을 달아주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카카오톡채널에서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타인에 의해 날린 본인의 시간은 아까워하면서, 본인이 낭비하는 본인의 시간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좀처럼 못 봤다. 대부분의 시간은 없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  



2. 생각과 기분을 글로 남긴다.

미래의 나는 내가 아니다. 과거의 나도 내가 아니다. 만약 미래의 나도, 과거의 나도 '나'라고 정의한다면 모순이 있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인간은 모순 덩어리다. 과거에 했던 말을 너무나도 쉽게 번복하고, 미래에 하기로 했던 일은 결국 하지 않는다. 현재의 내 말만 너무 잘 듣는 게 인간이다.


번복하고 하지 않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그것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심각하다. 평생 탑을 쌓고 무너뜨리고 다시 쌓느라고 살았다면 죽기 전에 제대로 눈을 못 감을 것 같다.


지금 떠오르는 생각과 기분은 현재에만 유효하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과 기분을 떠올릴 수 없다. 기록을 할 때 특히 현재를 설명하는 묘사가 있다면 먼 훗날 다시 읽을 때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좋은 소설가는 독자들을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로 상상하게 해 준다. 다시 말해서 극장에 가지 않아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본다.


소설가가 현재의 나라면 독자는 미래의 나다. 독자가 소설을 읽고 꿈을 꾸려면, 현재의 소설가가 부지런히 써야 한다.

 


3. '놀이'처럼 하는 일을 가지고 있다.

리눅스 개발에 관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IBM과 인텔 등 기업에 근무하는 바쁜 전문가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왜 무상으로 자신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시간을 제공한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리눅스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은 확실히 경제적 보수는 얻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노동 자체에서 높은 정신적 보수를 받았다.

책 <비즈니스의 미래>, 야마구치 슈


어느 정도 보수가 충족되면 우리는 평소에 돈 버느라 하지 못했던 '쓸데없는 일'을 한다. 우리는 그것을 놀이(Play)라고 부른다. 내가 이렇게 글을 연재하는 것도 쓸데없는 일 중 하나다. 돈을 벌어야 할 땐 좀처럼 글을 쓰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나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글로 확장한다.


 일(Work)이 경제적 보수를 지급해 준다면, 놀이(Play)는 정신적 보수를 지급해 준다. 경제적 보수가 '보상'이라고 한다면 정신적 보수는 '보람'이라고 할까. 일(Work)에서 '보람'을 찾은 사람은 드물다. 만약 '보람'을 가지고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일하면서 웃는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 밖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 바로 놀이다.


놀이를 가지고 있다면 '일 끝나고 놀아야지'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일은 반복적인 노동(Labor)에 그치고 만다. 경제적 보수가 지급되는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돌을 산 위로 올려야 하는 시지노프처럼 반복적인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노동의 속성은 반복성이다. 이 반복적인 형벌을 끊어주면서 숨 쉬게 만들어주는 것은 놀이다.


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일단 지금은 경제적 보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조금 있다가 열심히 놀아서 정신적 보수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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