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보면 혼자 잘하는 사람은 많아도 함께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회사 생활이란 게 개인의 성과를 달성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기에 담당자가 없는 회색 지대에 있는 일이 많다.
회색 지대에 있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기에 아무나 하진 않는다. 아무도 쉽게 움직이지 않기에 결국 공동의 목표라는 명목하에 위에서 아래로 지시가 내려온다.
나만 잘하기는 쉽다. 나만 노력하면 되니까. 반면 함께 잘하려면 상대도 바뀌어야 한다. 남을 바꾸는 건 어렵다. 그래서 함께 잘하는 법을 터득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같이 바뀔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보상이 '금전적 보상'이라면, 보람은 '정신적 보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금전적 보상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기 위해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어떤 사람들은 적당한 월급만 충족되면 오히려 보람을 추구한다. 즉 보람을 느낄만한 일을 할 수 있다면 보상이 조금 약해도 괜찮다는 거다. (물론 이 말이 보상을 깎는 용도로 사용되서는 안 된다. 여기서 적절한 보상은 근로자도 어느 정도 받고 싶은 액수지. 정신적 보상을 담보로 경제적 보상을 훼손시키면 안 된다.)
리눅스 개발에 관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IBM과 인텔 등 기업에 근무하는 바쁜 전문가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왜 무상으로 자신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시간을 제공한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리눅스 개발에 참여한 사람들은 확실히 경제적 보수는 얻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노동 자체에서 높은 정신적 보수를 받았다.
책 <비즈니스의 미래>, 야마구치 슈
앞으로 단순히 연봉만 많이 준다고 해서 인재를 잡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다. 보통 근로자들은 회사 내에서 보람을 찾을 수 없으니 밖에서 찾는다. 그러니 회사에서는 보상만 좇는다. 이 현상을 보고 연봉만 많이 주면 되겠네. 생각하면 오산. 오히려 회사 내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우선순위다. 모든 사람이 회사에서 보람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보람과 보상이 어느 정도 충족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
새로운 럭셔리는 시간과 공간의 자유라고 했다. 앞으로 새로운 럭셔리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 관리가 필수다. 같은 공간에 있을 때는 모두가 같은 시간을 쓰지만, 다른 공간에 있다면 서로의 시간을 빌려 써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의 시간이 명확하게 자리 잡혀 있어야 하고, '죄송한데, 그날 알고 보니 다른 회의가 있어서..' 식의 실수가 반복되선 안된다.
일정을 관리하는 게 처음엔 귀찮고 일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일을 덜어주는 행동이다. 여름 또는 연말이 되면 휴가를 계획하듯이 모든 일정 또한 계획되어야 한다.
시간 관리가 습관이 되면 내가 쓰는 시간의 패턴이 발견되고, 이 패턴으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회사에서 관전하는 사람이 제일 많은 곳은 회의실이다. 회의를 주도하는 몇 명만 떠들고 나머지는 딴생각을 하거나 받아 적기 바쁘다. 관점은 직급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사원도 좋은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신입이 관점을 제시하는 게 용납되지 않는 회사들은 관점이 좋은 신입사원도 관전 밖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의견을 내는 게 곧 책임의 영역으로 넘어간다면 모두의 입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의견은 자유롭게 책임은 리더급이 지는 게 맞다. 어차피 리더로 본인의 생각으로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유용하니까. 여기서 '네가 말했으니 네가 책임져봐' 식의 감정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특정 분야 전문가라고 해서 컨설팅을 받았는데 실무를 안 한 지도 오래됐고 오직 이론만 가득한 사람이랄까. 이런 사람들은 가방끈도 길다. 본인이 속한 소속과 학력으로 배우고자 하는 상대를 압도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실무에 조언을 얻으려고 하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뒤에서 팔짱 끼고 관망한다.
잘하는 사람은 뒤에서 지시를 내리는 보스 타입이 아니라, 맨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 타입이다. 보스는 명령을 내려야 직원들이 움직이지만, 리더는 본인이 움직이면 뜻을 함께 하는 직원들도 함께 따라온다.
회사에서 가장 답답한 사람들이 아는 건 많은데 다른 사람에게 그 지식을 자랑하기 바쁠 뿐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그 지식을 토대로 회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는 사람들이다. 부하 직원들이 보기엔 그런 상사들은 그저 지식을 자랑하기만 바빠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알고 있는 지식을 상대에게 주입시키려고 한다. 본인은 스몰토크라고 생각해서 '혹시 그거 아세요?'라고 운을 띄우고 열심히 알려주지만, 그걸 듣는 상대는 '저걸 말해주는 의도가 뭐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면 잘하는 사람은 일을 없애는 사람이다. 본인의 일뿐만 아니라 상대의 일도 덜어준다. 불편하거나 번거로우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그다음번에는 훨씬 빠르게 일을 처리한다.
직급이 낮을수록 자기 일만 봐도 된다. 아직 1인분을 하기 전이기 때문에 모두가 용납해 준다. 하지만 1인분을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자기 일만 보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회사라는 곳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곳이지, 개인의 퍼포먼스만 추구하는 장소가 아니다. 만약 개인 퍼포먼스에 관심이 있다면 프리랜서를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는 게 맞다.
모든 일을 보는 사람은 일을 잘할 수밖에 없다. 자기 일도 못 하는 사람이 모든 일을 보는 경우는 드무니까. 반면 자기 일만 보는 사람들이 모든 일을 보진 않는다. 관점이 제한되고 시야가 좁은 사람일수록 전체가 아니라 부분만 바라본다.
나만 잘하는 게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 가깝다면, 함께 잘하는 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에 가깝다. 그리고 사업은 제너럴리스트에 좀 더 비슷하다. 만약 앞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싶거나, 프리랜서, 혹은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면 반드시 제너럴리스트의 영역을 키워야 한다. '경영하면, 프리랜서가 되면, 개인 사업을 시작하면 제너럴리스트 영역도 키워봐야지' 하는 게 아니라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고 있을 때 같이 키우면 시행착오를 훨씬 줄일 수 있다.